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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일기 2, 김용옥, 통나무, 2015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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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일기 2, 김용옥, 통나무, 2015

건방진방랑자 2019. 6. 1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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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 최무영의 말 그것도 업자들의 농간이죠(핵력발전이 제일 싸다는 말에 대해). 아니 업자들과 결탁한 과학,기술계, 그 과학, 기술계와 결탁한 정치권력, 그 정치권력의 세계질서 지배방식, 이런 것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핵전의 신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죠. 핵전이 어떠한 전기발생방식보다 가장 값이 비쌉니다. 가장 비효율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죠. 핵쓰레기 처리까지를 포함, 후쿠시마와 같은 비상사태에 드는 비용까지를 계산하면, 그 비용은 수천배 비싼셈이죠. 그런데 일단 그런 방식으로 돈을 버는 자들이 있으니깐 그 관성체계는 아무도 스톱을 못시키고 있을 뿐이죠.” -41

 

단재는 역사를 인류사회의 아와 비아의 투쟁이 시간부터 발전하며 공간부터 확대하는 심적활동의 상태의 기록이라고 애매모한 말로 정의하였는데, ‘심적활동의 상태의 기록이라 한 것을 보면 헤겔의 정신현상학이 말하는 절대정신의 자기발전의 전개과정이라는 테제를 원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ich와 비아non-ich의 투쟁이고 한 것도 헤겔변증법의 부정의 부정의 논리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단재의 사관을 헤겔의 변증법을 흉내낸 조야한 아류적 논의라는 식으로 폄하해서는 아니된다.

내가 학부시절에 신일철 선생님께서 역사철학시간에 단재를 인용하시면서 미숙한 철학적 사유의 한 전형인 듯 가볍게 말씀하시고 지나가는 것을 여러번 들은 적이 있는데, 우리는 단재의 사유의 미숙함을 말하기 이전에 그의 감성적 인식의 전체상과 시대적 담론의 한계속에 포함된 그의 절규의 핵심을 보다 순결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환도성을 걸어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단재를 말할 수 없다. 100년전 이 시각, 그의 경악과 경이와 경종의 숨결을 다시 한번 호흡해보지 않고서는 그의 울분을 운위할 수 없다.

그가 역사를 아와 비아의 투쟁이라 말하는 것은 헤겔 변증법의 아류가 아니라, ‘라는 역사의 주체성을 어떻게 설정하느냐 하는 문제에 관한 고민의 표현이다. 아와 비아가 전도되고, 그 구분이 모호해져가는 주체성 상실의 식민지시대에 그는 아를 비아를 통하여 선명하게 드러내고 싶은 심정에 사로잡혀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일제의 제국주의적 사관에 의하여, 조선역사의 본질이 주체성이 빈곤한 분열주의적,사대주의적 경향성에 예속되어 있는 것인양 왜곡기술 당하고 있는 현실, 그리고 그러한 왜곡에 편승하여 곡학아세하는 지성계의 추태를 통렬히 통척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외과대학에서 면역학immunology강의를 들으면서 단재 신채호 생각을 무수히 했다. 단재가 역사를 아와 비아의 투쟁으로 본다면, 현대의학의 가장 첨단을 달리고 있는 면역학의 모든 교재 또한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모든 생명의 역사는 자기self와 비자기non-self의 투쟁의 역사이다생명이란, 유기체이다. 유기체라는 것은 살아 있는 동안, 그 나름대로의 특이한 보편적 통일성을 항상적으로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통일성의 혼란이나 교란상태에 대처하는 몸의 기능을 우리는 면역체계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면역체계라는 것은 아와 비아를 철저히 구분하는 정보교환양식에 기초하고 있다. 보통 면역학에서 비아 즉 넌설페는 이물질foreign body이라 부르는 것으로서 학문적으로 그것을 抗原antigen이라 부른다. 이 이물질은 생체내에서 면역반응immune response을 불러일으키는 근원이 되므로 항원이라고 이름하는 것이다. 이 항원의 자극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단백질 분자들(면역글로블린immunoglobulin)로서 특정한 항원과 결합하여 항원항체반응을 일으키는 그 주체를 항체라고 한다.

단재의 말대로 한다면 항체는 아가 되고, 항원은 비아가 된다. 면역에서 세포매개면역(T세포 관여)과 체액매개면역(B세포가 주동)이 있는데 이것은 모두 결국 자기와 비자기를 구별해내서 비자기세포를 파괴하는 과정이다. 비아는 외부에서 침입할 수도 있지만 체내에서 발생할 수도 있으며, 아의 비아에 대한 인식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과민반응, 알러지). 하여튼 생명이 존속하는 과정에서 아에 대하여 비아는 계속 존속하게 마련이다. 암이라는 비아도 체내에서 계속 생성되게 마련인데, T세포(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중 natural killer cell Tc세포)가 항상 제거함으로써 우리는 정상적 삶을 유지한다. 암이라는 비아의 발생이 Tc세포의 허용범위를 넘어설 때 암이라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하여튼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한 국가존속의 체계와 매우 유사하며 그 면역체계의 과정을 역사라고 보아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신채호의 아와 비아의 투쟁의 역사는 헤겔류의 변증법적 진보사관이라기보다는 면역학적 유기체사관the organismic interpretation of history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정당할 것이다. -227~247

 

중원은 거대한 문화적 용광로이며 그 안으로 돌입한 주변문명치고 그 아이덴티티를 상실하지 아니한 예가 없다. 한반도는 산동성과 같은 고려성수준으로 병합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조선민족의 아이덴티티는 지금의 만주족보다 더 희미하게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쪼잔하고 초라해도 후진세력이었던 영남의 신라에 의하여 통일된 것이 고려, 조선이라는 독자적 역사행보의 원천이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라의 삼국통일을 민족사의 중요한 토닝포인트로 보아야 하는 소이연과 당위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298

 

조선말기까지 숭정연호를 고집하는 노론류의 세계인식은 단재의 말을 빌리면 철저히 자아를 비아화하는 것이다. 단재는 말한다.

우리 조선은 석가가 들어오면 조선의 석가가 되지 않고 석가의 조선이 되며, 공자가 들어오면 조선의 공자가 되지 않고 공자의 조선이 되며, 主義가 들어와도 조선의 주의가 되지 않고 주의의 조선이 되려한다. 그리하여 도덕과 주의를 위하여 조선은 있고, 조선을 위하는 도덕과 주의는 없다. ! 이것이 조선의 특색이냐? 특색이라면 노예의 특색이다. 나는 조선의 도덕과 조선의 주의를 위해 통곡하려 한다.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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