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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공원에서 런닝맨을 하다 - 5. 맛있게 점심을 먹고 손수 치운 손길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평화의 공원에서 런닝맨을 하다 - 5. 맛있게 점심을 먹고 손수 치운 손길들

건방진방랑자 2019. 12. 1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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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맛있게 점심을 먹고 손수 치운 손길들

 

런닝맨 1차전에서 단재학교의 꾹이인 정훈이가 분발함으로 규빈팀은 힘도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지고 말았다. 이렇게만 본다면, 2차전도 불을 보듯 결과가 뻔할 것만 같지만 사람이 하는 일엔 수만 가지 변수와 예측불허한 상황이 있으니 무엇을 상상했든 그 이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뭐든지 해봐야 안다.

 

 

1차전에서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지훈이가 분발함으로 밸런스는 붕괴됐다.

 

 

 

점심시간에 유용하게 쓰인 정훈이의 쓰레기봉투

 

런닝맨 1차전이 끝나며 배가 고파진 우리는 돗자리를 펴고 점심 먹을 준비를 했다. 점심을 싸온 지민이와 규빈이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은 아침에 홈플러스에서 간단하게 먹을 것들을 사왔기에 그걸 함께 먹으면 된다.

함께 둘러앉아 먹는 점심은 배가 엄청 부를 정도로 많이 먹을 순 없지만, 그래도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 싸온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으니 꼭 가족이 함께 나들이를 나와 점심을 먹는 기분이었다. 홈플러스에서 산 김밥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고 지민이가 싸온 볶음밥과 과일, 민석이가 사온 샌드위치, 정훈이가 사온 롤케잌을 조금씩 받아서 먹으니, 은근히 배가 불러 오더라.

 

 

지훈이가 산 봉투를 민석이가 들고 간다. 이 봉투가 요긴하게 쓰이게 될 줄은 이 때 몰랐다.

 

 

밥을 먹고 나니 쓰레기들이 잔뜩 생겼다. 음식의 포장지들이 남았기 때문이다. 이 때 정훈이가 사온 쓰레기봉투를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쓰레기봉투의 운명도 기구했다. 아침에 정훈이가 홈플러스에 쓰레기봉투를 사서 나왔을 때만 해도 모두 비웃었다. 정훈인 그게 쓰레기봉투인 줄 모르고 있었고, 그렇기에 유료인 것을 알 리가 없었다. 봉투 가격은 20L440원이었고, 쓰레기봉투의 특성상 봉투를 구입한 지자체에서만 쓸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곧 그런 비웃음은 환호의 미소로 바뀌었다. 쓰레기봉투는 자기사명을 다하여, 우리에게서 나온 쓰레기를 깔끔히 치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 밥을 먹는 시간. 넉넉하진 않아도 부족하지도 않다.

 

 

 

민석이가 치우는 것과 현세가 치우는 것의 차이

 

점심을 다 먹고 난 후엔 민석이가 솔선수범하여 정훈이가 사온 봉투에 쓰레기를 담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보고 있으니 동섭쌤이건 모두의 일이기에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어른이고, ‘내가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아이입니다.”라고 했던 말이 떠오르며, 민석이와 함께 한 4년의 시간이 나름 의미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런 생각은 교육의 목적은 사람을 성숙으로 이끄는 것이란 우치다쌤의 말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지금 세상은 사회든, 공동체든 개인을 뒷받침해주지 못한다. 그러니 이건 모두의 일이기에 나는 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고, 그렇게 남들보다 앞서서 하려는 사람은 바보 취급을 받게 마련이다. 그런 상황이니 나만 아니면 돼라는 극도의 이기적인 생각이 팽배하게 되었고, ‘성공만이 살 길이란 생각이 진리처럼 작용하게 되었다. 분명히 이때도 민석이가 하지 않았으면 누군가는 치웠을 것이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앞장서서 열심히 치우고 있으니, 그 모습이 어찌나 의젓해 보이고 듬직해 보이던지,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며 그 모습을 담고 싶을 정도였다.

 

 

민석이의 솔선수범. 성숙한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현세도 무언가 번쩍했는지 한껏 카메라를 의식하며 도와주기 시작한다. 당연히 예전의 현세 같았으면 치우든지 말든지라는 생각으로 상관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현세는 달라진 것일까? 이 질문엔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이 순간만은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현세는 민석이가 치우는 모습을 면밀히 관찰하며 카메라에 담고 있는 나를 보며, 장난을 치고 싶은 마음에 그런 행동을 한 것이니 말이다. 이를 테면 정치인 코스프레라고나 할까.

정치인이나 연예인이나 남의 이목에 신경을 써야 하는 사람은 자신을 담는 카메라 앞에 서면 평상시와는 다르게 행동한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주로 시장을 찾아다니며 서민처럼 행동을 하고, 연예인들은 평소엔 욕도 하고 남들처럼 살지만 카메라 앞에선 순한 양처럼 행동을 한다. 그걸 나쁘다고 할 순 없다. 누구나 일상적인 모습과 일을 할 때의 모습엔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현세도 그와 같은 모습을 보여줌으로 나도 열심히 치웠어요라는 인상을 심어주고, ‘후기에 지금의 모습을 잘 기록해주세요라는 말을 던져주고 있었다. 그런 현세의 마음을 알기에 현세가 치우는 모습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고, 현세의 풍자정신을 그대로 담아 이처럼 후기에 담고 있는 것이다.

 

 

현세는 민석이를 흉내냈다.

 

 

인용

목차

사진

1. 여유는 그저 오지 않는다

2. 여유를 누리러 평화의 공원으로 떠나다

3. 공원에서 런닝맨을 하다

4. 평화의 공원에서 런닝맨을 하다

5. 맛있게 점심을 먹고 손수 치운 손길들

6. 호모루덴스들, 평화의 공원에서 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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