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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공원에서 런닝맨을 하다 - 1. 여유는 그저 오지 않는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평화의 공원에서 런닝맨을 하다 - 1. 여유는 그저 오지 않는다

건방진방랑자 2019. 12. 1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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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유는 그저 오지 않는다

 

 

4월은 나들이하기에 정말 좋은 날씨다. 저번에 어린이대공원에 트래킹을 갔을 때도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나들이를 나와 벚꽃이 서서히 떨어지는 운치를 감상하는 모습을 봤다. 평일엔 아무래도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 입장으로선 그렇게 시간을 내는 게 쉽진 않을 테니 말이다.

 

 

4월의 여유를 만끽하러 나온 사람들. 이 사람들에게서 삶에 대해 배운다.

 

 

 

여유는 찾아오는가?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쭉 쳐다봤다. 단지 그들이 어떤 사람들이기에 평일임에도 나들이를 나올 수 있나 궁금했을 뿐이다. 그랬더니 나이대도 엄청 다양하고 가족부터 연인들, 그리고 학생들까지 다채로운 나들이객이 있더라.

그건 곧 직장이 없는 사람이나 학생들만 평일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버리기에 충분했다. 그건 아까운 시간을 애써 쪼개어 이곳에 왔구나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열공을 해야 할 땐 모든 게 이루어진 순간에만, 여유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여유라는 관념 자체를 넓히는 일이라 해도 된다. 흔히 생각하듯 여유란 삶의 무게가 가벼워진 후에 찾아온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티비를 보거나 공부를 하지 않고 자빠져 있으라 치면 지금은 헛생각하지 말고,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공부만 해. 나중에 대학에 가면 니가 하고 싶은 것 맘껏 할 수 있어라고 핀잔을 놓으며, 취준생이 여행을 갈라 치면 팔자 좋다. 지금이 아니어도 나중에 맘껏 할 텐데 뭐시 그리 급하다고.”라고 못마땅해 한다.

나 또한 몇 번의 실패 후에 또 다시 도전하겠다며 임용고시 공부를 하던 때, 위에서 말하던 사람들처럼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공부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일분일초가 아깝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여행이나 나들이, 심지어는 친구를 만나는 것까지도 지금 당장은 해서는 안 되는 일로 생각했던 것이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를 보러 찾은 전주도, 목요일이란 평일임에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여유는 찾아야 하는 것

 

하지만 그렇게 미래를 준비한다는 이유로 현재를 늘 불안과 걱정으로 덧칠하며 살아가던 그 시간들을 여러 해 보내고 나니, 더 이상 이렇게만 살아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알지 못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물로 바치며, 미래의 에너지를 현재에 끌어당겨서 쓰면서 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 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가 미래의 희생물쯤으로 전락하며 나의 삶은 활기를 급속도로 잃어갔고, 삶의 희망은 빠르게 꺼져갔다. 미래의 에너지를 끌어당겨 쓰면서 공부의 흥미는 사라져 갔고, 결과에 대한 중압감은 커져만 갔다. 그럴수록 당연히 악몽에 시달렸고, 사람 간의 관계에서 위축되기 시작했으며, 비관적인 생각이 나를 하염없이 짓눌렀다. 이런 상황이었기에 내가 살기 위해서는 그런 생각의 틀 자체를 바꿔야만 했다.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진 생각과 어두워질 대로 어두워진 미래를 전혀 다른 생각의 틀로 바꿀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난 살기 위해 2009년에 도보여행을 떠나며 현재의 삶을 희생물로 바치기보다 현재의 삶을 직면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한 걸음 나가며 삶을 마주하고 나니 여유라는 게 무언가를 이루고 난 후에 찾아오는 선물 같은 게 아니라, 내 마음이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따라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것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빡빡한 일정 속에 살지만 한껏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사람(그런 여유로움엔 그 사람의 품격이 묻어난다. 그래서 더 우아해 보인다)이 있는 반면, 여유로울 수도 있는 일상 속에서도 늘 조급해하고 신경질적이며 분주한 사람도 있는 것이다.

 

 

도보여행은 삐딱선이었다. 그래서 또 다른 삐딱선으로 이어졌다.

 

 

이쯤 되니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책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더라. 그 책을 처음 읽었을 당시엔 나에게 많은 깨달음과 도전의식을 키워줬지만, 지금 보면 누구나 할 법한 얘기의 권력자 버전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더 이상 그렇게 현재를 좀 먹으며, 나 자신의 불안을 부추기며 살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며 여유를 미래의 어느 때에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닌,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됐던 것이다.

물론 그 후로 임용에 연거푸 떨어지며 성공의 역사를 쓰지 못했으니, 누군가는 그때의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으세요?”라고 말을 할지도 모른다. 그게 결과만 보고 과정까지도 판단하려하는 일반적인 반응이니 말이다. 하지만 전혀 후회했던 적은 없으며, 도리어 그때의 선택이야말로 20대의 모습과는 다른 30대의 방향을 제시해준 사건이라 생각한다. 그런 감상들은 국토종단기에 담겨 있으니 그 글을 읽어보면 충분히 그 때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국토종단이란 삐딱선은 단재학교에서 아이들과 생활할 수 있는 저력이 되었다. 2012년 강화도 도보여행 사진.

 

 

인용

목차

사진

1. 여유는 그저 오지 않는다

2. 여유를 누리러 평화의 공원으로 떠나다

3. 공원에서 런닝맨을 하다

4. 평화의 공원에서 런닝맨을 하다

5. 맛있게 점심을 먹고 손수 치운 손길들

6. 호모루덴스들, 평화의 공원에서 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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