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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공원에서 런닝맨을 하다 - 2. 여유를 누리러 평화의 공원으로 떠나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평화의 공원에서 런닝맨을 하다 - 2. 여유를 누리러 평화의 공원으로 떠나다

건방진방랑자 2019. 12. 1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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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유를 누리러 평화의 공원으로 떠나다

 

단재학교 트래킹은 떠날 때마다 컨셉을 정하고 가는 편이다. 통인시장 트래킹은 엽전으로 음식을 사먹는 체험을 해보고, 한옥마을을 둘러보자는 컨셉으로, 롯데월드 트래킹은 아무 걱정과 고민 없이 맘껏 놀고 오자는 컨셉으로, 어린이 대공원 트래킹은 봄을 만끽하며 여유로움을 즐겨보자는 컨셉으로 떠났다.

 

 

 

이번 트래킹의 컨셉, 런닝맨

 

그렇다면 이번 하늘공원 트래킹의 컨셉은 무엇일까? 아이들이 함께 모여 회의를 할 때는 하늘공원을 천천히 둘러보자, 두 팀으로 나누어 서로 다른 출발지점에서 출발하여 올라가 정상에서 함께 모이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결국 런닝맨으로 결정되었다. 초이쌤이 의견을 냈을 때, 아이들도 모두 찬성을 하여 바로 결정된 것이다.

런닝맨은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룰은 상대편의 등에 붙어 있는 이름표를 떼면 되고, 모든 이름표가 떼어진 팀이 지게 되는 것뿐이다. 룰은 간단하지만 등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최대한 민첩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고, 그만큼 몸을 부대끼며 게임을 할 수밖에 없기에 아주 역동적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와의 컨셉과는 달랐던 이번 트래킹. 그래서 기대가 많이 된다.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일 뿐이라는 비겁한 변명

 

그런데 이렇게 결정이 되자마자 한 학생은 내일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내가 등을 내밀 테니까, 바로 떼어줘. 그러면 난 벤치에 가서 쉬면 되지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그건 게임을 준비하며 열정을 불사르던 아이들의 의욕을 꺾음과 동시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었다. 아마도 그 말을 통해 난 그런 유치한 게임엔 전혀 관심이 없어라고 밑밥을 까는 것처럼 보였다.

이 학생으로 말할 것 같으면, 포기는 광속만큼 빠른 학생이다. 포기가 빠르다고 해서 자신에 대해 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자기에 대한 이상은 더할 나위 없이 높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잘하는 모습만 보이고 싶고, 뒤처지는 모습은 보이기 싫어하는 것이다. 그러니 남들보다 잘한다고 생각하는 과목에 한해선 계속 공부하며 나 이정도로 잘한다는 것을 뽐내고 싶어 하지만, 그렇지 못한 과목은 거의 거들떠보지도 않으며 그런 과목은 그냥 대충해도 되죠라는 말을 한다.

 

 

올해 2월에 찍은 사진. 아이들은 해맑다. 하지만 어떤 성과를 원하는 것으로 들어가면 금세 다른 모습을 보이곤 한다.

 

 

그 뿐인가? 그런 생각은 체육을 할 때 아주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자기 스스로는 운동신경이 뛰어나고, 운동을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남에게 지는 걸 용납하지 못한다. 그러니 배드민턴을 할 때도 상대편보다 잘한다 싶으면 상대편을 깔보며 에게~ 그것도 실력이라고 덤비는 거냐라고 한껏 비아냥거리다가, 상대편이 앞서기 시작하면 대충 치거나 아예 게임을 접으며 배드민턴 재미가 없어요라고 말한다. 실력이 없어서 졌다는 것을 인정하기는 싫으니, 아예 상대편이 게임을 재미없게 해서 졌다거나, 난 할 맘이 없었는데 하라고 해서 졌다거나 하는 식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이런 심리가 바로 런닝맨이 결정되던 순간에도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그래서 위와 같이 게임을 자포자기하는 식의 말을 하면서, 주위에서 열심히 준비하던 아이들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우린 10시까지 월드컵경기장역에 모였다. 과연 이들이 빚어내는 런닝맨이라는 게임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정말 이름표를 바로 떼라던 아이의 말처럼 얼렁뚱땅 진행될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현장에선 승부욕으로 아주 치열하게 진행될 것인가?

 

 

이제 월드컵경기장역으로 천천히 올라갑니다. 본격적인 트래킹 시작.

 

 

인용

목차

사진

1. 여유는 그저 오지 않는다

2. 여유를 누리러 평화의 공원으로 떠나다

3. 공원에서 런닝맨을 하다

4. 평화의 공원에서 런닝맨을 하다

5. 맛있게 점심을 먹고 손수 치운 손길들

6. 호모루덴스들, 평화의 공원에서 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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