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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이이 - 풍악증소암노승 병서(楓嶽贈小菴老僧 幷序) 본문

산문놀이터/조선

이이 - 풍악증소암노승 병서(楓嶽贈小菴老僧 幷序)

건방진방랑자 2019. 2. 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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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악산 작은 암자의 노승에게 주다

풍악증소암노승 병서(楓嶽贈小菴老僧 幷序)

 

이이(李珥)

 

 

余之游楓嶽也. 一日獨步深洞中, 數里許得一小菴. 有老僧被袈裟正坐, 見我不起, 亦無一語. 周視菴中, 了無他物, 廚不炊爨, 亦有日矣.

余問曰: “在此何爲?” 僧笑而不答. 又問: “食何物以療飢?” 僧指松曰: “此我糧也.”

余欲試其辯. 問曰: “孔子釋迦孰爲聖人?” 僧曰: “措大莫瞞老僧.” 余曰: “浮屠是夷狄之敎, 不可施於中國.” 僧曰: “, 東夷之人也; 文王, 西夷之人也, 此亦夷狄耶?”

余曰: “佛家妙處, 不出吾儒, 何必棄儒求釋乎?” 僧曰: “儒家亦有卽心卽佛之語乎?” 余曰: “孟子道性善, 言必稱堯舜, 何異於卽心卽佛? 但吾儒見得實.”

僧不肯, 良久乃曰: “非色非空, 何等語也?” 余曰: “此亦前境也.” 僧哂之. 余乃曰: “鳶飛戾天, 魚躍于淵, 此則色耶空耶?” 僧曰: “非色非空, 是眞如體也, 豈此詩之足比?”

余笑曰: “旣有言說, 便是境界, 何謂體也? 若然則儒家玅處, 不可言傳, 而佛氏之道, 不在文字外也.”

僧愕然執我手曰: “子非俗儒也, 爲我賦詩, 以釋鳶魚之句.” 余乃書一絶, 僧覽後收入袖中, 轉身向壁, 余亦出洞, 怳然不知其何如人也. 後三日再往, 則小菴依舊, 僧已去矣.

 

魚躍鳶飛上下同 這般非色亦非空

等閒一笑看身世 獨立斜陽萬木中 栗谷先生全書卷之一

 

 

 

 

 

 

해석

 

余之游楓嶽. 一日獨步深洞中,

내가 풍악산에서 노닐 때, 하루는 홀로 깊은 골짜기 속을 거닐었는데,

 

數里許得一小菴.

몇 리쯤 앞에 작은 암자가 있었다.

 

有老僧被袈裟正坐,

노승은 가사를 벗고 정좌하고서 앉아 있었는데

 

見我不起, 亦無一語.

나를 보고도 일어서지 않았고 또한 한 마디 말도 없었다.

 

周視菴中, 了無他物,

두루 암자를 살펴보니 다른 물건은 전혀 없었으며,

 

廚不炊爨, 亦有日矣.

부엌엔 불 땐 흔적이 없은 지 또한 여러 날이었다.

 

余問曰: “在此何爲?” 僧笑而不答.

내가 여기서 무얼 하십니까?”라고 물으니, 스님은 웃으며 대답하질 않았다.

 

又問: “食何物以療飢?”

무얼 드시며 굶주림을 해소하십니까?”라고 물으니,

 

僧指松曰: “此我糧也.”

스님은 소나무를 가리키며 이것이 나의 식량일세.”라고 대답하셨다.

 

余欲試其辯.

나는 시험 삼아 논변을 하고 싶어졌다.

 

問曰: “孔子釋迦孰爲聖人?”

그래서 공자와 석가 중 누가 성인이라 할 수 있습니까?”라고 물으니,

 

僧曰: “措大莫瞞老僧.”

스님은 선비는 노승을 속이지 마시오.”라고 대답하였다.

 

余曰: “浮屠是夷狄之敎, 不可施於中國.”

나는 부처의 도는 이적의 가르침으로 중국에서도 시행될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하니,

 

僧曰: “, 東夷之人也; 文王, 西夷之人也,

스님은 말했다. “순임금도 동이의 사람이고 문왕도 서이의 사람인데,

 

此亦夷狄耶?”

이 또한 이적이란 말인가?”

 

余曰: “佛家妙處, 不出吾儒,

나는 말했다. “불가의 오묘한 철학은 우리 유학에서 벗어나지 않는데도,

 

何必棄儒求釋乎?”

하필 유학을 버리고 불가를 선택하신 것입니까?”

 

僧曰: “儒家亦有卽心卽佛之語乎?”

스님은 대답했다. “유가는 또한 사람의 마음이 곧 부처라는 말이 있나?”

 

余曰: “孟子道性善, 言必稱堯舜,

그래서 나는 말했다. “맹자께서는 사람은 다 선한 본심을 타고 났다고 말하시며, 말씀마다 노력만 하면 누구나 요순이 될 수 있다고 하셨으니,

 

何異於卽心卽佛?

어찌 사람의 마음이 곧 부처라는 말과 다를 게 있겠습니까?

 

但吾儒見得實.”

다만 우리의 유가는 보아 실증을 얻었던 것입니다.”

 

僧不肯, 良久乃曰:

스님은 불쾌한 빛을 띠며, 오래 가만히 계시다가 말했다.

 

非色非空, 何等語也?”

색도 아니고 공도 아니라는 말은 어떠한 말이오?”라고 말씀하셨다.

 

余曰: “此亦前境也.”

그래서 내가 말했다. “이것 또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僧哂之.

스님이 웃으셨다.

 

余乃曰: “鳶飛戾天, 魚躍于淵,

내가 곧 말했다. “중용솔개는 날아 하늘에 닿았고, 물고기는 연못에서 뛰어 오르네라는 구절이 있는데,

 

此則色耶空耶?”

이것이 색입니까? 공입니까?”

 

僧曰: “非色非空, 是眞如體也,

스님이 말씀하셨다. “색도 아니고, 공도 아니며 이것이야말로 진여(眞如)의 본체이니,

 

豈此詩之足比.”

어찌 이 시로 비교 할 수 있으랴.”

 

余笑曰: “旣有言說, 便是境界,

나는 웃으며 말했다. “이미 말이 있으면 곧바로 경계가 생기는 것인데

 

何謂體也?

어찌 본체라 하는 것입니까?

 

若然則儒家玅處, 不可言傳,

만약 그렇다면 유학의 오묘한 철학은 말로 전할 수 없는데,

 

而佛氏之道, 不在文字外也.”

불가의 도는 문자 밖에 있는 게 아닙니다.”

 

僧愕然執我手曰: “子非俗儒也,

스님이 깜짝 놀라며 내 손을 잡고 말씀하셨다. “자네는 속세에 찌든 선비가 아니네.

 

爲我賦詩, 以釋鳶魚之句.”

나를 위해 시를 지어서 솔개와 물고기 구절을 해석해주게.”

 

余乃書一絶,

나는 곧바로 절구시를 지으니,

 

僧覽後收入袖中. 轉身向壁,

스님이 보고서 소매 속에 넣고선 몸을 돌려 벽을 향하였고,

 

余亦出洞, 怳然不知其何如人也.

나 또한 동굴을 나왔는데, 어리둥절하여 그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지 못했다.

 

後三日再往, 則小菴依舊,

3일 후에 다시 가보았으나 작은 암자는 3일 전의 모습 그대로였는데,

 

僧已去矣. 栗谷先生全書卷之一

스님은 이미 떠난 뒤였다.

 

魚躍鳶飛上下同

물고기 뛰고 솔개 날아 위와 아래가 하나인데

這般非色亦非空

이것은 색도 아니고 공도 아니라오.

等閒一笑看身世

별 관심 없이 한 번 웃으며 몸이 놓인 세상을 둘러보니

獨立斜陽萬木中

석양빛 가득한 숲 속에 홀로 서 있구나.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말은, 그대로 유학에도 있다. 맹자의 아랫말이 바로 그 뜻.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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