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고학의 가치와 한계
오학론 이(五學論 二)
정약용(丁若鏞)
훈고학의 가치와 문제점
詁訓之學, 所以發明經傳之字義, 以達乎道敎之旨者也.
秦燔之厄, 師承遂絶, 武帝以來, 五經始有官學. 門戶旣立, 枝派以分.
下逮魏ㆍ晉, 名儒林立, 至孔穎達ㆍ賈公彦爲之疏釋, 而天下靡然宗之, 可謂盛矣.
然其詁訓之所傳受者, 未必皆本旨. 雖其得本旨者, 不過字義明而句絶正而已. 于先王先聖道敎之源, 未嘗窺其奧而溯之也.
한나라 주와 주자의 주, 그리고 사서육경으로 학문하라
朱子爲是之憂之. 於是就漢魏詁訓之外, 別求正義, 以爲集傳本義集注章句之等, 以中興斯道, 其豐功盛烈, 又非漢儒之比.
今之學者, 考漢注以求其詁訓, 執朱傳以求其義理. 而其是非得失, 又必決之於經傳, 則六經ㆍ四書其原義本旨, 有可以相因相發者, 始於疑似而終於眞的, 始於彷徨而終於直達.
夫然後體而行之, 行而驗之. 下之可以修身ㆍ齊家ㆍ爲天下國家, 上之可以達天德而反天命, 斯之謂學也.
잗다란 한나라 훈고학에만 경도된 학문생태를 비판하다
今之所謂詁訓之學, 名之曰: ‘折衷漢ㆍ宋’, 而其實宗漢而已. 詁宮室訓蟲魚, 以之通其字絶其句而已. 于性命之理, 孝弟之敎, 禮樂刑政之文, 固昧昧也.
宋未必盡是, 而其必欲體行於心與身則是矣.
今也唯詁訓章句, 其異同沿革, 是考是察, 曾不欲辨是非別邪正, 以求其體行之術, 斯又何法也?
박학만을 중시하고 나머지는 멸시하는 학문풍토에 대해
古之爲學者五, 曰: ‘博學之, 審問之, 愼思之, 明辨之, 篤行之,.’
今之爲學者一, 曰博學之而已. 自審問而下, 非所意也. 凡漢儒之說, 不問其要領, 不察其歸趣. 唯專心志以信之. 邇之不慮乎治心而繕性, 遠之不求乎輔世而長民. 唯自眩其博聞強記宏詞豪辨, 以眇一世之陋而已.
훈고학이 학문의 방법이긴 하지만 유학자의 본분이어선 안 된다
其有謬義邪說足以爲萬世之害者, 則函受竝容, 以爲天下之義理無窮. 斯則先聖先王其格言至訓, 悉爲是湮晦而不章, 磨滅而不立矣, 豈不悲哉.
若是者儒雅博洽, 可愛可重, 非不逌然善也.
卒之不可以携手同歸於堯舜周孔之門, 斯所謂詁訓之學也. 『與猶堂全書』
▲ 분서갱유는 텍스트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고 그건 자연스레 훈고학으로 흘렀다.
해석
훈고학의 가치와 문제점
詁訓之學, 所以發明經傳之字義, 以達乎道敎之旨者也.
훈고학【‘訓’이란 경전의 자구가 뜻하는 바를 풀이하는 것이며, ‘詁’란 고금의 문자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를 밝히는 것이다. 훈고학이 학문으로 발전한 것은 한나라 때이다. 문제·경제 때 오경박사와 관학제도의 설치를 통해 흩어진 경전을 보완하고 일부만 남아 있는 경전을 재구성했으며, 자의의 훈고에 힘썼다. 다음백과】이란 경전에서 글자의 뜻을 발명함으로 도학과 명교(明敎, 유교)의 뜻을 통달하게 하는 것이다.
분서갱유의 재앙으로 스승의 계승이 마침내 끊어졌지만
武帝以來, 五經始有官學,
한무제 이래로 오경박사가 비로소 관학에 있게 되었고
門戶旣立, 枝派以分.
문호가 이미 성립되니 지파가 나누어졌다.
下逮魏ㆍ晉, 名儒林立,
아래로 위진시대에 이르러선 이름난 선비들이 즐비해졌고
至孔穎達ㆍ賈公彦爲之疏釋,
공영달과 가공언에 이르러서야 주소(註疏)를 해석하게 되어
而天下靡然宗之, 可謂盛矣.
천하가 휩쓸리며 그들을 종주로 삼았으니 성대하다 할 만하다.
然其詁訓之所傳受者, 未必皆本旨.
그러나 훈고로 전수받은 것들이 반드시 모두 본래의 뜻은 아닐뿐더러,
雖其得本旨者,
비록 본래의 뜻을 얻었더라도
不過字義明而句絶正而已.
글자의 뜻이 분명해지고 구절이 바로잡히는 데에 지나지 않았을 뿐이다.
于先王先聖道敎之源,
그러므로 앞선 왕들과 앞선 성인들의 도학과 명교의 근원에 대해
未嘗窺其奧而溯之也.
일찍이 심오한 것을 엿보아 역추적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한나라 주와 주자의 주, 그리고 사서육경으로 학문하라
朱子爲是之憂之.
주자가 이 때문에 그것을 우려했다.
於是就漢魏詁訓之外, 別求正義,
그래서 이에 한나라와 위나라 훈고학 외의 것에 나아가 별도의 바른 뜻을 구하여
以爲集傳本義集注章句之等, 以中興斯道,
集傳(『시경』)ㆍ本義ㆍ集注(『논어』ㆍ『맹자』)ㆍ章句(『대학』ㆍ『중용』) 등을 지어 사도(斯道)를 중흥시켰으니,
其豐功盛烈, 又非漢儒之比.
공열을 풍성하게 한 것이 또한 한나라 유학자에 견줄 게 아니었다.
今之學者, 考漢注以求其詁訓,
그러니 지금의 학자들은 한나라 주해(註解)를 상고하여 훈고를 구하고
執朱傳以求其義理.
주자의 집전(集傳)을 잡고서 의리를 구해야 한다.
而其是非得失, 又必決之於經傳,
그리고 시비와 득실은 또한 반드시 성경(聖經)과 현전(賢傳)에서 결정한다면,
육경과 사서의 근본적인 의미와 본래적인 뜻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 발명하는 것이 있기에
始於疑似而終於眞的, 始於彷徨而終於直達.
처음엔 아리송하지만 종내는 진실해지며 처음엔 방황하지만 종내는 곧바로 통달하리라.
夫然後體而行之, 行而驗之.
그런 후에야 체득하여 행동하게 되며, 행동하여 증험하게 된다.
下之可以修身ㆍ齊家ㆍ爲天下國家,
그리하면 아래론 수신(修身)과 제가(齊家)와 천하국가(天下國家)를 다스릴 수 있고
上之可以達天德而反天命, 斯之謂學也.
위로는 하늘의 덕을 통달하고 하늘의 명을 되돌릴 수 있게 되니, 이것이 학문이라는 것이다.
잗다란 한나라 훈고학에만 경도된 학문생태를 비판하다
今之所謂詁訓之學, 名之曰: ‘折衷漢ㆍ宋’,
지금의 훈고학이라 하는 것은 ‘한나라의 주해와 송나라의 주해를 절충한다’고 말하지만,
而其實宗漢而已.
실제론 한나라의 주해만을 종주로 여길 뿐이다.
詁宮室訓蟲魚,
그래서 궁실과 벌레와 물고기를 훈고하여
以之通其字絶其句而已.
글자의 뜻은 전달했지만 구절의 뜻은 끊어버렸을 따름이다.
그래서 본성과 천명의 이치, 효제의 가르침, 예악형정의 글에 대해서는
固昧昧也.
진실로 까막눈인 것이다.
宋未必盡是,
그렇다고 송나라의 주해가 반드시 모두 옳은 것도 아니니
而其必欲體行於心與身則是矣.
반드시 마음과 몸으로 체득하여 행하려 한다면 옳은 것이다.
今也唯詁訓章句, 其異同沿革, 是考是察,
그런데 오직 지금은 장구만을 훈고하고 글자의 다르고 같음의 연혁만을 고찰하고서
曾不欲辨是非別邪正, 以求其體行之術,
일찍이 시비와 옳고 그름을 판별하여 체득하여 행하려는 방법을 구하질 않으니,
斯又何法也?
이것이 또한 무슨 법인가?
박학만을 중시하고 나머지는 멸시하는 학문풍토에 대해
古之爲學者五, 曰:
옛적에 배운다는 것엔 다섯 가지가 있었는데
널리 배우고 자세히 물으며 신중히 생각하고 분명히 판단하며 독실하게 행동하는 것이었다.
今之爲學者一, 曰博學之而已.
그런데 지금 배운다는 것엔 한 가지가 있으니 ‘널리 배우는 것’일 뿐이고
自審問而下, 非所意也.
‘자세히 묻는 것’으로부터 이하는 생각하질 않는다.
凡漢儒之說, 不問其要領,
그러면서 한나라 유학자의 학설이라면 깊은 뜻을 묻지도 않고
不察其歸趣. 唯專心志以信之.
일이 진행되는 과정을 따지지도 않고서 오직 마음과 뜻을 전일하게 하고 믿어버린다.
邇之不慮乎治心而繕性,
그래서 가까이는 마음을 다스리고 본성을 수선하는 걸 생각지 않고
遠之不求乎輔世而長民.
멀리는 세상을 보필하고 백성을 성장시키는 걸 구하지 않는다.
唯自眩其博聞強記宏詞豪辨,
그러면서 오직 박람강기함과 글재주, 말솜씨만을 뽐내
以眇一世之陋而已.
한 세상의 고루함을 깔볼 뿐이다.
훈고학이 학문의 방법이긴 하지만 유학자의 본분이어선 안 된다
其有謬義邪說足以爲萬世之害者,
훈고학자들은 잘못된 뜻과 간사한 학설이 만세에 해가 되기에 충분한데도
則函受竝容, 以爲天下之義理無窮.
두루 아울러 수용하면서 ‘천하의 의리는 무궁하다’고 생각한다.
斯則先聖先王其格言至訓, 悉爲是湮晦而不章,
이것은 앞선 성인과 앞선 임금의 격언과 지극한 가르침이 모두 사라져 드러나지 않게 하고
磨滅而不立矣, 豈不悲哉.
없애버려 성립하지 않게 하는 것이니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若是者儒雅博洽,
그렇다 해도 훈고학자 같은 경우는 우아하고 막힘이 없어
可愛可重, 非不逌然善也.
사랑할 만하고 존중할 만하여 흡족할 만하지 않음이 없는 좋은 사람이다.
卒之不可以携手同歸於堯舜周孔之門,
그러나 마침내 손을 잡고 요순과 주공과 공자의 문하에 함께 귀의할 수 없으니,
斯所謂詁訓之學也. 『與猶堂全書』
이것이 훈고학이라는 것이다.
▲ 훈고학의 한계는 너무 잗다란 것들에 깊고 파고든 나머지 막상 봐야할 내용을 놓친다는 데에 있다.
인용
五學論1: 성리학 비판
五學論2: 훈고학 비판
五學論3: 문장학 비판
五學論4: 과거학 비판
五學論5: 술수학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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