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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허균 - 석주소고서(石洲小稿序) 본문

산문놀이터/조선

허균 - 석주소고서(石洲小稿序)

건방진방랑자 2019. 2. 26.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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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뛰어난 시적 재능을 지녔던 석주야

석주소고서(石洲小稿序)

 

허균(許筠)

 

 

권필은 시 짓는 능력에 비해 세상에선 인정받지 못했다

吾友權汝章, 弱冠工爲詩, 其高可出於古人, 而世未之貴重焉. 余每稱今之最能詩者, 必曰: ‘汝章汝章’, 聞者始而怪, 中而笑, 終而信之, 亦不知其所至深淺也.

 

김종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권필의 시 재능

一日, 洪鹿門問曰: “汝章, 在國朝, 可方何人?” 余曰: “金文簡不得當也.” 鹿門瞠而駭曰: “毋妄言.” 余竊笑之曰: “佔畢, 特國朝大家人所稱說, 故姑以方之. 若論汝章之獨造玄解, 則淸右丞若也; 柳州若也; 婉而有味, 簡齋若也, 佔畢竝論哉?”

 

권필의 시 짓는 재능은 배운 게 아닌 타고난 것이다

汝章名位不能動人, 而世以目見賤之. 使其生於前古, 則人之仰之, 奚啻佔畢? 或以汝章少學力乏元氣, 當輸佔畢一着, 是尤不知詩道者. 詩有別趣, 非關理也; 詩有別材, 非關書也. 唯其於弄天機奪玄造之際, 神逸響亮, 格越思淵爲最上乘. 彼蘊蓄雖富, 譬猶談敎漸門, 其敢望臨濟以上位耶? 李實之平生伉倔, 少許可, 至於汝章, 則推以爲不可及, 然渠豈亦盡汝章之所至也.

 

심기원이 만든 석주소고에 서문을 쓰게 된 계기

汝章懶散, 不裒所著. 沈生拾其傳誦者數百篇, 弁曰: ‘石洲小稿.’ 以示余, 讀而嘻曰: “余言不誣哉, 卽此可覩汝章之全. 壓倒古人而冠冕一代, 汝章而誰歟? 世之未貴重者, 汝章, 奚病焉? 矧後世豈無知楊子雲者乎?” 遂加以批評.

 

권필은 뛰어난 시재와 인품이 있음에도 세상은 알아봐주질 않았다

時出以諷, 風颼颼生牙頰間, 不自知神之遐擧於九霄, 噫其至哉! 汝章安東權韠, 石洲其自號也. 其人品之高, 尤出於詩, 而世人之不相貴重, 愈甚於詩, 嗚呼惜哉! 惺所覆瓿稿卷之四文部一

 

 

권필선생 존영.

 

 

 

 

해석

 

권필은 시 짓는 능력에 비해 세상에선 인정받지 못했다

 

吾友權汝章, 弱冠工爲詩,

나의 벗인 권여장은 약관의 나이에 잘 시를 지어

 

其高可出於古人, 而世未之貴重焉.

시재의 높기가 옛 사람보다 특출났지만, 세상에선 귀중히 여겨지지 않았다.

 

余每稱今之最能詩者, 必曰: ‘汝章汝章’,

나는 매번 지금 가장 시를 잘 짓는 이를 말할 때면 반드시 여장, 여장을 외쳤는데,

 

聞者始而怪, 中而笑, 終而信之.

듣는 이가 초반엔 기이하게 여기다가 중반엔 실소를 터뜨리다가 결국엔 믿게 되었다.

 

亦不知其所至深淺也.

그러나 또한 그 깊고 옅음에 이르러 보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종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권필의 시 재능

 

一日, 洪鹿門問曰: “汝章, 在國朝, 可方何人?”

하루는 홍록문이 물었다. “여장의 시는 조선에 있는 어떤 사람과 견줄 수가 있나요?”

 

余曰: “金文簡不得當也.”

내가 대답했다. “김종직 선생이어도 당해낼 수가 없습니다.”

 

鹿門瞠而駭曰: “毋妄言.”

그러자 녹문은 똑바로 쳐다보며 망언하지 마시오!”라고 의아해 했다.

 

余竊笑之曰:

그래서 나는 은근히 웃으며 대답해줬다.

 

佔畢, 特國朝大家人所稱說, 故姑以方之.

점필재 선생은 특히 조선의 글 짓는 대가들이 칭송을 하기에, 일부러 견주었을 뿐이오.

 

若論汝章之獨造玄解,

만약 여장의 독보적인 현묘함과 해박함玄解: 深奧難解的道理으로 이야기하자면

 

則淸右丞若也; 柳州若;

시의 맑음은 우승상인 왕유와 같고, 시의 뜻은 유주인 유종원과 같으며,

 

婉而有味, 簡齋若也,

부드럽고 맛있음은 간재 원매와 같으니

 

佔畢竝論哉?”

어찌 고작 점필재 선생과 나란히 이야기하는 정도겠습니까?”

 

 

 

권필의 시 짓는 재능은 배운 게 아닌 타고난 것이다

 

汝章名位不能動人, 而世以目見賤之.

여장은 명성과 지위가 사람을 감동시키질 못했고, 세상이 눈으로 봄에 그를 천하게 보았다.

 

使其生於前古,

그러나 만약 그를 예전에 태어나게 했다면,

 

則人之仰之, 奚啻佔畢?

사람들이 그를 우러러 보았을 것이니, 어찌 점필재 선생 뿐이겠으리오.

 

或以汝章少學力乏元氣,

어떤 이는 여장이 배운 것이 없고 원기가 쪼그라들어 있으니,

 

當輸佔畢一着,

마땅히 점필재 선생보다 한 등급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하지만,

 

是尤不知詩道者.

이것은 더욱 시의 도를 잘 모르는 사람일 뿐이다.

 

詩有別趣, 非關理也;

시에는 별도의 의취가 있으니 이치와 관계가 없으며,

 

詩有別材, 非關書也.

시에는 별도의 재능이 있으니 글 쓰는 실력과 관계가 없다.

 

唯其於弄天機奪玄造之際, 神逸響亮,

오직 천기를 희롱하고 현묘한 조화를 빼앗을 즈음에 정신은 자유분방해지고 울림은 밝아지며,

 

格越思淵爲最上乘.

격조는 뛰어나게 되고 생각은 맑아짐을 최상승()으로 여긴다.

 

彼蘊蓄雖富, 譬猶談敎漸門,

그러니 온축된 것이 비록 풍부하다 하더라도, 그건 마치 절에서 교리를 말하는 것과 같으니,

 

其敢望臨濟以上位耶?

감히 임제臨濟: 중국 선종의 五家 七宗 가운데 하나인 臨濟宗을 말한다. 임제종은 六祖 慧能의 제자인 南嶽懷讓의 계열로, 馬祖百丈黃蘗을 거쳐 당나라 臨濟義玄에 이르러 개창되었는데, 우리나라는 고려 말에 太古普愚가 그 법맥을 전해 왔다. 임제종의 가풍은 단도직입으로 준열하게 機鋒을 구사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홀연히 깨닫게 하는 데에 그 특색이 있다. 이상의 지위를 바랄 수 있겠는가?

 

李實之平生伉倔, 少許可,

이실지는 평생 교만했고 무뚝뚝하여 남을 인정해줌이 적었지만,

 

至於汝章, 則推以爲不可及,

여장에 이르러선 추켜세우며 미칠 수가 없다고 생각했으니,

 

然渠豈亦盡汝章之所至也?

실지도 어찌 여장의 경지를 다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심기원이 만든 석주소고에 서문을 쓰게 된 계기

 

汝章懶散, 不裒所著.

여장은 나태하고 산만하여 지은 것들을 모으질 않았다.

 

沈生拾其傳誦者數百篇, 弁曰石洲小稿. 以示余.

제자 심기원이 그 전하여지며 외워진 수백 편을 모아 석주소고라 이름 지어서 나를 보여줬다.

 

讀而嘻曰: “余言不誣哉, 卽此可覩汝章之全.

읽어보고 기뻐하며 말했다. “나의 말이 거짓이 없으니 곧 여기서 여장의 온전함을 볼 수 있다.

 

壓倒古人而冠冕一代, 汝章而誰歟?

고인을 압도하고 한 세대를 넘어선 것은 여장이 아니라면 누가 할 수 있었겠는가?

 

世之未貴重者, 汝章,

그러니 세상에서 그를 귀중히 여기지 않았다 해도,

 

奚病焉?

그게 여장에게 무슨 병이 될 수 있었겠는가?

 

矧後世豈無知楊子雲者乎?”

하물며 후세에 어찌 양자운양웅: 태현경을 짓자 벗이 와서 여보게! 세상은 이제 주역도 어렵다고 읽지 않는데 자네의 그 책은 [주역]보다도 몇 배 더 어려우니 그 책을 출판한들 읽을 사람이 누구이겠는가? 뒷날 장독대의 덮개로나 쓰이지 않으면 다행일세그려.”라고 힐난했으나, 양웅이 죽자 베스트셀러가 되어 낙양의 紙價를 올릴 정도로 유명해졌다고 함. 蜋丸集序을 아는 이가 없겠는가?”

 

遂加以批評.

마침내 비평을 더해주었다.

 

 

 

권필은 뛰어난 시재와 인품이 있음에도 세상은 알아봐주질 않았다

 

時出以諷, 風颼颼生牙頰間,

때때로 소리를 내어 외면 바람이 이와 볼 사이에서 불게 되어,

 

不自知神之遐擧於九霄,

스스로 신이함이 멀리 하늘 저 끝까지 떠오르는 걸 알지 못하게 되니,

 

噫其至哉!

! 지극하구나!

 

汝章安東權韠, 石洲其自號也.

여장은 곧 안동 권씨로 이름은 필이고, 석주는 스스로 지은 호이다.

 

其人品之高, 尤出於詩,

그 인품은 고매하여 더욱 시보다 뛰어났지만,

 

而世人之不相貴重, 愈甚於詩,

세상 사람들은 귀중히 여기지 않음이 더욱 시보다 심했었다.

 

嗚呼惜哉! 惺所覆瓿稿卷之四文部一

! 애석하구나!

 

 

허균과 권필은 1569년 같은 해에 태어난 친구였다.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석주집서 이정구 / 장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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