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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갈림길의 뒷 표정 - 5. 친구의 궁핍함을 알면서도 마음엔 갈등이 생기네 본문

책/한문(漢文)

갈림길의 뒷 표정 - 5. 친구의 궁핍함을 알면서도 마음엔 갈등이 생기네

건방진방랑자 2020. 4. 5.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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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친구의 궁핍함을 알면서도 마음엔 갈등이 생기네

 

 

청나라 김성탄金聖嘆(1608-1661)쾌설快說에 보면 이런 얘기가 나온다.

 

가난한 선비가 돈을 꾸러 와서는 좀체 입을 열지 못하고서 묻는 말에 예예 대꾸하며 딴 소리만 한다. 내가 가만히 그 난처한 뜻을 헤아리고는 사람 없는 곳으로 데려가 얼마나 필요한지 묻고 급히 내실로 들어가 필요하다는대로 주었다. 그런 뒤에 그 일이 반드시 지금 당장 속히 돌아가서 처리해야 할 일인가? 혹 조금 더 머물면서 함께 술이나 마실 수는 없는가? 하고 물었다.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

寒士來借銀, 謂不可啓齒, 于是唯唯, 亦說他事. 我窺見其苦意, 拉向無人處, 問所需多少; 急趨入內, 如數給與. 然後問其必當速歸料理是事耶? 爲尙得少留共飮酒耶? 不亦快哉!

 

 

그러자 황균재黃鈞宰란 이가 이를 패러디하여 술애정述哀情이란 글을 지었는데, 이렇게 고쳐 놓았다.

 

빈한한 선비가 이틀이나 땔거리가 떨어져 어쩔 수 없이 달려가 친구에게 부탁이나 해보려고 머뭇머뭇 문에 들어가 말을 꺼내려다가는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주인이 벌써 그 뜻을 알아차리고 먼저 자기 어려운 사정을 호소하니,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寒士斷炊兩日, 不得已走告親友, 逡巡入門, 欲言又止. 主人已察其意, 先訴艱難, 豈不哀哉!

이 두 가지 사이의 엇갈림에서 우리는 참된 우정의 소재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마음 나누는 우정이 없는 인생은 삭막한 사막이다. 길 떠나는 벗을 전송해 지어준 고인의 두 편 글이 우리네 삶을 부끄럽게 한다.

과정록을 보면 백영숙은 박지원을 마치 부하 장수가 주장主將을 섬기듯 했고, 이덕무나 박제가 등에게 내가 연암을 섬기는 것은 마치 주창周倉이 관운장關雲長에 대해서와 같다고 하였다 한다. 한 번은 울분을 못 이겨 술이 엉망으로 취해 연암을 찾아와 술주정을 해대자, 연암은 곧장 그를 엎어놓고 종이 자르는 판으로 볼기 열 대를 때려 그 무례를 꾸짖은 일도 있었다. 서울을 떠나 기린협에 들었던 백영숙은 뒷날 다시 기린협을 나와 장용영壯勇營의 장관將官이 되었다. 박제가 등과 함께 전통 무예지인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의 편찬에도 관여하였고, 외직에 나가 비인庇仁 현감과 박천博川 군수를 지냈다. 이 모두 마음에서 우러난 벗들의 주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용

목차

작가 이력 및 작품

1. 기린협으로 들어가는 그대를 장하게 여기리

2. 서얼금고법으로 뜻을 펴지 못한 채

2-1. 총평

3. 백동수는 참된 야뇌인이구나

4. 나의 모든 걸 다 털어놓게 만드는 친구

5. 친구의 궁핍함을 알면서도 마음엔 갈등이 생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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