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백동수는 참된 야뇌인이구나
한때 그는 버려진 야인野人의 삶과 굶주리는 가난을 자조하며 자신의 당호堂號를 아예 ‘야뇌당野餒堂’이라 짓기도 하였다. 이덕무는 그를 위해 「야뇌당기野餒堂記」를 지어주었는데, 이제 그 일부를 읽어보기로 하자.
야뇌野餒는 누구의 호인가? 내 친구 백영숙의 자호自號이다. 내가 영숙을 보건데는 기위奇偉한 선비인데, 무슨 까닭으로 스스로 그 낮고 더러운 곳에 처한단 말인가? 나는 이를 알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세속을 벗어나 무리와 어울리지 않는 선비를 보면 반드시 이를 조소하고 비웃어 말하기를, “저 사람은 생김새가 고박古樸하고 의복이 세속을 따르지 않으니 야인野人이로구나. 말이 실질이 있고 행동거지가 시속時俗을 좇지 않으니 뇌인餒人이로다.” 라고 하며 마침내 더불어 어울리지 않는다. 野餒誰號? 吾友白永叔自號也. 吾見永叔, 奇偉之士, 何故自處其鄙夷? 我知之矣. 凡人見脫俗不群之士, 必嘲而笑曰: “彼人也, 顔貌古樸, 衣服不隨俗, 野人哉! ; 語言質實, 行止不遵俗, 餒人哉!” 遂不與之偕.
온세상이 모두 그러한지라, 이른바 야뇌野餒한 사람은 홀로 기쁘게 그 길을 가다가도 세상 사람이 나와 함께하지 않음을 탄식하여, 혹 후회하여 그 순박함을 버리거나, 혹 부끄러워하여 그 질박함을 버려, 점차 각박한데로 나아가게 되니, 이 어찌 참으로 야뇌한 것이라 하겠는가? 야뇌한 사람은 또한 볼 수가 없게 되었다. 擧世皆然, 其所謂野餒者, 獨行于于, 歎世人之不我與也, 或悔而棄其樸, 或愧而棄其質, 漸趨于薄, 是豈眞野餒哉? 野餒之人, 其亦不可見矣.
백영숙은 고박古樸하면서도 실질實質이 있는 사람이다. 차마 도타움을 가지고 세상의 화려함을 사모하거나, 질박함을 가지고 세상의 속임수 쓰는 것을 뒤쫓지 아니하고, 굳세게 스스로를 세워 마치 방외方外에서 노니는 사람과 같음이 있다. 세상 사람들이 무리로 모여 헐뜯고 비방하여도 야野함을 뉘우치지 아니하고, 뇌餒함을 부끄러워 하지 아니하니, 이 사람이야 말로 진실로 야뇌한 사람이라고 말할 만 하다. 永叔古樸質實人也. 不忍以質慕世之華, 以樸趨世之詐, 崛强自立, 有若遊方外之人焉. 世之人, 群謗而衆罵, 乃不悔野, 不愧餒, 是可謂眞野餒哉. |
이룬 것 없는 야인의 삶과 굶주림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뇌인餒人의 생활을 자조하면서도, 질박하고 도타운 삶의 자세를 흐트리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 이 야뇌당이란 이름 속에 담겨 있음을 본다. 요컨대 백영숙은 그런 사람이었다.
인용
2-1.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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