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란 이름에 ‘심보’란 자를 지어준 이유
심보설(深父說)
이곡(李穀)
‘지’에서 ‘강’으로 개명하게 된 이유
鷄林崔君, 更其名, 請字於予曰: “東方之士, 名子與,自名者, 皆以仁ㆍ義ㆍ禮ㆍ智ㆍ龍ㆍ鳳ㆍ龜ㆍ麟ㆍ公ㆍ卿ㆍ輔ㆍ弼ㆍ邦ㆍ國ㆍ柱ㆍ石, 不出此數十字而已. 故十人之會, 相似者七,八人矣. 或因事相犯, 未免忿爭. 始吾名潪 謂與衆,異. 近有凶人, 與吾姓名, 其聲相近. 故更以江, 蓋擇其人所不取者也. 吾子其敎之.”
강의 이미지에 따라 자를 짓다
曰: “名旣如此, 字之,何有? 山高故可仰, 水深故不可測. 夫江之爲物, 水之大者也, 其源遠矣, 其流長矣. 又能納百川而東之, 故能成其大, 大故能致其深, 深故不可測, 不可測故不可犯也. 黿鼉蛟龍魚鼈生焉, 于以見其不測也, 天之所以限南北, 于以見其不可犯也. 凡物之理, 深不可測, 然後不可犯, 處心行事, 莫不皆然. 敢以彦深父塞責.” 『稼亭先生文集』 卷之七
▲ 백두산 천지 사진. 천지가 강은 아니지만, 이런 영롱한 곳엔 왠지 자라와 용, 악어가 살 거 같은 느낌이다.
해석
‘지’에서 ‘강’으로 개명하게 된 이유
鷄林崔君, 更其名, 請字於予曰:
계림의 최군이 이름을 개명하여 나에게 字를 새로이 지어줄 것을 청하며 말했다.
“東方之士, 名子與,自名者,
“우리 고려의 선비들은 아들을 이름 지어주거나 스스로의 이름을 지을 적에
皆以仁ㆍ義ㆍ禮ㆍ智ㆍ龍ㆍ鳳ㆍ龜ㆍ麟ㆍ公ㆍ卿ㆍ輔ㆍ弼ㆍ邦ㆍ國ㆍ柱ㆍ石,
모두 인ㆍ의ㆍ예ㆍ지ㆍ용ㆍ봉ㆍ귀ㆍ린ㆍ공ㆍ경ㆍ보ㆍ필ㆍ방ㆍ국ㆍ주ㆍ석과 같이
不出此數十字而已.
이러한 수십 가지 글자에서 벗어나질 않습니다.
故十人之會, 相似者七,八人矣.
그렇기 때문에 열 사람이 모이면 서로 이름이 비슷한 이가 7~8 사람이나 됩니다.
或因事相犯, 未免忿爭.
그래서 혹 어떤 일로 서로 이름을 범하게 되어 분쟁을 면할 길이 없습니다.
始吾名潪 謂與衆,異.
처음에 나의 이름은 ‘지(潪)’였는데, 무리의 이름과는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近有凶人, 與吾姓名, 其聲相近.
그런데 최근에 흉악한 사람이 있는데 나의 성명과 발성되는 게 서로 비슷하지 뭡니까.
故更以江, 蓋擇其人所不取者也.
그래서 ‘강(江)’으로 개명했으니, 대개 사람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것을 이름으로 한 것입니다.
吾子其敎之.”
그러니 그대는 나의 자를 지어서 가르쳐주십시오.”
강의 이미지에 따라 자를 짓다
曰: “名旣如此, 字之,何有?
내가 말했다. “이름이 이미 지어졌다면, 자를 짓는 건 왜인가?
山高故可仰, 水深故不可測.
산이 높기 때문에 우러러 볼 수 있으며, 물이 깊기 때문에 헤아릴 수 없네.
夫江之爲物, 水之大者也, 其源遠矣, 其流長矣.
무릇 강이란 것은 물이 많은 것으로, 그 근원은 깊고, 그 흐름은 길지.
又能納百川而東之, 故能成其大,
또한 모든 시냇물을 받아들여 동쪽으로 흘려보내기 때문에 거대함을 이루었고,
大故能致其深, 深故不可測,
거대하기 때문에 깊어졌으며, 깊어졌기 때문에 헤아릴 수 없고,
不可測故不可犯也.
헤아릴 수 없기 때문에 침범할 수가 없네.
黿鼉蛟龍魚鼈生焉, 于以見其不測也,
그러니 자라와 악어와 용과 물고기가 살아, 이런 이유로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을 볼 수 있고,
天之所以限南北, 于以見其不可犯也.
하늘은 남과 북으로 한계 지어졌으니, 이런 이유로 침범할 수 없다는 것을 볼 수 있지.
凡物之理, 深不可測, 然後不可犯,
모든 물건의 이치란 깊어 헤아릴 수 없어야만 침범할 수 없는 것이니,
處心行事, 莫不皆然.
마음을 쓰고 일을 진행함에 다 그렇지 않은 게 없다네.
敢以彦深父塞責.” 『稼亭先生文集』 卷之七
감히 ‘크고 깊은 분’이라는 뜻으로 ‘언심보(彦深父)’라 지으며 책임을 다하려 하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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