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이 지배하는 세상의 씁쓸한 단상
주뢰설(舟賂說)
이규보(李奎報)
李子南渡一江, 有與方舟而濟者. 兩舟之大小同, 榜人之多少均, 人馬之衆寡幾相類.
而俄見其舟, 離去如飛, 已泊彼岸, 予舟猶邅廻不進. 問其所以, 則舟中人曰: “彼有酒以飮榜人, 榜人極力蕩槳故爾.” 予不能無愧色.
因歎息曰: “嗟乎! 此區區一葦所如之間, 猶以賂之之有無, 其進也有疾徐先後, 況宦海競渡中! 顧吾手無金, 宜乎至今未霑一命也.” 書以爲異日觀. 『東國李相國集』 卷第二十一
해석
李子南渡一江,
내가 남쪽으로 한 강을 건너려 하니,
有與方舟而濟者.
배를 나란히 하고 함께 건너려는 이가 있었다.
兩舟之大小同, 榜人之多少均,
두 배의 크기가 같고, 뱃사공의 수도 엇비슷하며,
人馬之衆寡幾相類.
사람과 말의 무게도 거의 서로 같았다.
而俄見其舟, 離去如飛,
갑자기【이(而): 문의를 확 바꾸는 데 쓰임. (ex. 而江上遙山, 黛綠如鬟, 江光如鏡, 曉月如眉. 「伯姉贈貞夫人朴氏墓誌銘」)】 그 배를 보니 떠나가는 게 날아가는 듯하여
已泊彼岸,
이미 저쪽 언덕에 정박했는데,
予舟猶邅廻不進.
우리 배는 머뭇거리며 빙빙 돌뿐 나아가질 않았다.
問其所以, 則舟中人曰:
그래서 그 이유를 물으니, 배에 타고 있던 사람이 말했다.
“彼有酒以飮榜人, 榜人極力蕩槳故爾.”
“저 배엔 술을 뱃사공에게 먹여 뱃사공이 힘을 다하여 노를 저었기【탕장(蕩槳): 노를 젓다】 때문일 뿐입니다.”
予不能無愧色.
나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질 수밖에 없었다.
因歎息曰:
이런 황당한 상황을 탄식했다.
“嗟乎! 此區區一葦所如之間,
‘아! 이 작디작은 조각배가 가는 사이에도
猶以賂之之有無,
오히려 그에게 뇌물을 주느냐 마느냐에 따라
其進也有疾徐先後,
배의 나아감이 빠르거나 더디거나 앞서거나 뒤서거나가 달려 있는데,
況宦海競渡中!
하물며 벼슬이란 바다에서 경쟁하며 건너는 중이라면 오죽할까!
顧吾手無金,
나의 손에 돈이 없음을 돌아보니,
宜乎至今未霑一命也.”
마땅하구나, 지금에 이르도록 하급관리【일명(一命): 『주례(周禮)』 「춘관(春官)」에 나오며 1~9까지 벼슬을 임명하는 구명제(九命制)로 숫자가 클수록 높은 지위를 말한다. 일명(一命)은 최하위 품계인 종 9품의 관직을 말하는데, 보통 처음으로 관직에 출사하는 것을 말한다.】조차도 받지 못함이.’
書以爲異日觀. 『東國李相國集』 卷第二十一
글로 써서 다른 날의 볼만한 거리로 남겨두고자 한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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