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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보 - 굴원불의사론(屈原不宜死論) 본문

산문놀이터/삼국&고려

이규보 - 굴원불의사론(屈原不宜死論)

건방진방랑자 2019. 3. 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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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원의 죽음이 올바르지 않은 이유

굴원불의사론(屈原不宜死論)

 

이규보(李奎報)

 

 

비간과 백이숙제, 그리고 굴원에 대한 평가

古有殺身以成仁, 比干者是已; 有殺身以成節者, 伯夷叔齊是已. 比干, 其惡不可不諫, 諫而被其誅, 是死得其所而成其仁也.

虎王, 猶有慙德, 凡在義士, 不可忍視. 孤竹二子, 扣馬而諫, 諫而不見聽, 恥食其粟而死, 是亦死得其所而成其節也. 屈原, 擧異於是, 死不得其所, 祗以顯君之惡耳.

 

굴원이 당한 일은 비일비재한 것으로 한스러워할 게 못 된다

夫讒說之蔽明, 邪諂之害正, 自古而然, 非楚國君臣而已. 以方正端直之志, 爲王寵遇, 專任國政, 宜乎見同列之妬嫉也. 故爲上官大夫所譖, 見疏於王, 此固常理, 而不足以爲恨者也.

 

굴원은 임금을 떠나 지켜봤어야 함에도 시기를 놓쳐 죽음으로 임금의 악을 만고에 드러냈다

於此時, 宜度王之不寤, 滅迹遠遁, 混于常流, 庶使其王之惡, 漸久而稍滅也. 不然, 復欲見容於, 反爲令尹子蘭所讒, 放逐江潭, 作湘之纍囚, 至是雖欲遁去, 其可得乎. 是故, 憔悴其容, 行吟澤畔, 作爲離騷. 多有怨曠譏刺之辭, 則是亦足以顯君之惡, 而迺復投水而死, 使天下之人, 深咎其君, 乃至, 爲競渡之曲, 以慰其溺, 賈誼作投水之文, 以弔其寃, 益使王之惡, 大暴於萬世矣, 湘水有盡, 此惡何滅.

 

주왕과 회왕은 달랐음에도 회왕의 잘못을 만고에 드러낸 굴원의 죽음은 잘못된 것이다

之惡, 久已浮於天下, 比干不死, 未免爲獨夫, 而取刺於萬世矣; 虎王擧大,義忘小嫌, 卒王天下, 功業施于萬世矣, 則其德不以二子之死大損也. 况二子非虎王之臣也, 之臣, 諫伐其君, 而死以成其節也, 何與於虎王. 懷王則聽讒踈賢而已, 當時此事, 無國無之. 若不死, 則王之惡, 想不至大甚. 吾故曰: “, 非其,所而顯其君之惡耳.” 東文選

 

이 글을 짓는 진짜 이유

予之此論, 迺所以雪之寃, 而益貶其君之惡 庶以諷後之信讒斥賢耳, 非固譏. 惜也. 其死之非其所宜也. 嗚呼! 東文選

 

 

 

 

 

 

해석

 

비간과 백이숙제, 그리고 굴원에 대한 평가

 

古有殺身以成仁, 比干者是已;

옛적에 몸을 죽임으로 인()을 이룬 이가 있으니 비간 같은 이가 그런 사람이고,

 

有殺身以成節者, 伯夷叔齊是已.

몸을 죽임으로 절의를 이룬 이가 있으니 백이와 숙제 같은 이가 그런 사람이다.

 

比干, 其惡不可不諫, 諫而被其誅,

비간은 주왕의 때에 그가 악하기에 간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간하다가 죽임을 당했으니,

 

是死得其所而成其仁也.

이것은 죽음이 올바름을 얻어 인()을 이룬 것이다.

 

虎王, 猶有慙德,

무왕이 주왕을 정벌함에 오히려 참람된 덕이 있었으니

 

凡在義士, 不可忍視.

모든 의로운 선비에게 있어선 차마 볼 수가 없었다.

 

孤竹二子, 扣馬而諫, 諫而不見聽,

그러므로 고죽군의 두 아들은 말고삐를 당겨 간하였고, 간하여도 경청하질 않자,

 

恥食其粟而死,

주나라의 곡식 먹는 것을 부끄러워하여 굶어죽었으니,

 

是亦死得其所而成其節也.

이것은 또한 죽음이 올바름을 얻어 절의를 이룬 것이다.

 

屈原, 擧異於是,

초나라의 굴원 같은 경우는 행동거지가 이와는 달랐으니,

 

死不得其所, 祗以顯君之惡耳.

죽음이 올바름을 얻지 못했고 다만 임금의 악함만을 드러냈을 뿐이다.

 

 

 

굴원이 당한 일은 비일비재한 것으로 한스러워할 게 못 된다

 

夫讒說之蔽明, 邪諂之害正,

대체로 참소하는 말이 임금의 총명함을 가리고 간사한 아첨이 임금의 바름을 해치는 것은

 

自古而然, 非楚國君臣而已.

예로부터 그러했지, 초나라 임금이나 신하뿐만이 아니다.

 

以方正端直之志, 爲王寵遇,

굴원은 올바르고 강직한 뜻이 있어 임금에게 총애함을 받아

 

專任國政, 宜乎見同列之妬嫉也.

온전히 국정을 전임했으니 같은 대열의 동료들에게 시기를 받은 것은 마땅하다.

 

故爲上官大夫所譖, 見疏於王,

그러므로 상관대부에게 참소를 당해 임금에게 소원해짐을 당했으니,

 

此固常理, 而不足以爲恨者也.

이것은 진실로 일상적인 이치로 한스러움이 되기엔 부족한 것이다.

 

 

 

굴원은 임금을 떠나 지켜봤어야 함에도 시기를 놓쳐 죽음으로 임금의 악을 만고에 드러냈다

 

於此時, 宜度王之不寤,

굴원은 이 당시에 마땅히 임금이 깨우치지 않음을 헤아리고

 

滅迹遠遁, 混于常流,

자취를 감추고 멀리 달아나 일반인에 섞여

 

庶使其王之惡, 漸久而稍滅也.

임금의 악함이 점점 오래되어 조금씩 사라지길 바랐어야 했다.

 

不然, 復欲見容於,

굴원은 그렇게 하지 않고 다시 양왕에게 용납되려 하다가

 

反爲令尹子蘭所讒,

도리어 영윤인 자란에게 참소를 당하여,

 

放逐江潭, 作湘之纍囚,

소상강(瀟湘江)의 연못에 추방되어 상강의 죄수가 되었으니,

 

至是雖欲遁去, 其可得乎.

이때에 이르러 비록 달아나려 해도 할 수가 있었겠는가.

 

是故, 憔悴其容, 行吟澤畔, 作爲離騷.

이러므로 얼굴은 초췌하고 연못 근처를 다니며 읊조리다가 이소를 지었다.

 

多有怨曠譏刺之辭, 則是亦足以顯君之惡,

원망하고 풍자하는 말이 많았으니 이것은 또한 임금의 악을 나타내기에 충분한 것이었고,

 

而迺復投水而死, 使天下之人, 深咎其君,

이에 다시 멱라수(汨羅水)에 몸을 던져 죽어 천하 사람들로 하여금 깊이 임금을 허물하게 했으며,

 

乃至, 爲競渡之曲, 以慰其溺,

이에 초나라 풍속이 경도곡(競渡曲)음력 55일을 말한다. 楚 屈原55일에 汨羅江에 빠져 죽었는데, 사람들이 이날에 龍舟를 타고 건너는 경주를 하여 굴원을 기념하는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을 지어 익사함을 위로하기에 이르도록 했고,

 

賈誼作投水之文, 以弔其寃,

가의는 조굴원부(弔屈原賦)를 지어 원통함을 조문함으로,

 

益使王之惡, 大暴於萬世矣,

더욱 임금의 악을 크게 만세에 드러나게 했으니,

 

湘水有盡, 此惡何滅.

소상강의 물은 다할지라도 이 임금의 악은 어찌 사라지겠는가.

 

 

 

주왕과 회왕은 달랐음에도 회왕의 잘못을 만고에 드러낸 굴원의 죽음은 잘못된 것이다

 

之惡, 久已浮於天下,

또한 주왕의 악은 오래도록 이미 천하에 드러나 있었기에,

 

比干不死, 未免爲獨夫, 而取刺於萬世矣;

비록 비간이 죽지 않더라도 외로운 사내가 되길 피하질 못하여 만세에 풍자함을 받게 됐지만,

 

虎王擧大,義忘小嫌,

무왕은 대의를 들고 의로움으로 작은 혐의를 잊어

 

卒王天下, 功業施于萬世矣,

마침내 천하에 왕이 되어 공적이 만세에 베풀어졌으니,

 

則其德不以二子之死大損也.

그 덕은 백이와 숙제의 죽음 때문에 크게 훼손되진 않는다.

 

况二子非虎王之臣也, 之臣,

게다가 두 사람은 무왕의 신하도 아니고 주왕의 신하로

 

諫伐其君, 而死以成其節也, 何與於虎王. 

주왕을 토벌하는 걸 간하다가 죽음으로 절의를 이루었으니 어찌 무왕과 상관이 있으리오.

 

懷王則聽讒踈賢而已,

회왕과 같은 경우는 참소함을 듣고 어진 이를 멀리했을 뿐이지,

 

當時此事, 無國無之.

당시에 이러한 일이 없는 나라는 없었다.

 

若不死,

그러니 굴원이 죽지 않았다면

 

則王之惡, 想不至大甚.

임금의 악이 상상해보건대 크게 심한 데엔 이르지 않았으리라.

 

吾故曰:

그러므로 나는 말하겠다.

 

, 非其,所而顯其君之惡耳.”

굴원의 죽음은 올바르지 않고 임금의 악만을 드러냈을 뿐이다.”

 

 

 

이 글을 짓는 진짜 이유

 

予之此論, 迺所以雪之寃,

나의 이 글은 곧 굴원의 원통함을 풀어주며[]

 

而益貶其君之惡

더욱 임금의 악함을 폄하하는 결과가 되리니,

 

庶以諷後之信讒斥賢耳,

후대에 참소를 믿고 어진 이를 배척함을 풍자하려 한 것일 뿐이지,

 

非固譏.

본래 굴원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惜也. 其死之非其所宜也. 嗚呼! 東文選

서글프다. 굴원의 죽음이 마땅하지 않다는 것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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