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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1.08.03 - 2021년 1학기 스터디를 마치다 본문

건빵/일상의 삶

21.08.03 - 2021년 1학기 스터디를 마치다

건방진방랑자 2021. 8. 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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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학기 스터디를 마치다

 

 

올 여름은 유난하다. 예년엔 장마가 끝나고 나서도 간혹 태풍이 올라와 한바탕 비를 퍼붓고 뜨거워진 공기를 순환시켜서 나름 쾌적한 날씨를 만들어주기도 했었지만 올핸 8월 초가 될 때까지 어떤 태풍도 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에 따라 기온은 27도로 시작하여 30도 중반을 넘어가는 나날이 지속되고 있고 거기에 습도도 높으니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룩주룩 흐른다. 이렇게 푹푹 찌는 한 여름엔 아무런 의욕도 생기지 않고, 삶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기대보단 비관적인 절망이 싹트게 마련이다. 아마도 날씨 탓에 몸과 마음까지도 황폐화되는 시기이기 때문인지 이런 날에 복달임으로 보양을 함으로 의기를 불태우라는 풍습이 만들어졌나 보다.

 

 

▲ 가만히 있어도 절로 땀이 난다. 덥긴 엄청 덥다. 

 

 

 

스터디로 복달임하다

 

아마도 혼자서 공부했다면 이 시기쯤엔 제풀에 지쳐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슬럼프에 빠졌다며 아무런 의욕도 없는 채 그저 신세 한탄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복달임 같은 존재가 있었으니, 김형술 교수와 2018부터 함께 해왔던 스터디가 바로 그것이다. 스터디 가 있기 때문에 공부하기 하기 싫은 중에도, 지쳤다며 쓰러지고 싶은 중에도 꾹 참으며 다시 공부에 손에 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말을 듣고 보면 스터디 찬양론자같은 분위기가 엄청 풍기지만 예전엔 정확히 그 반대였다. 그냥 혼자서 공부하는 게 더 자유롭게 보며 더 많은 것을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스터디를 하겠다고 함께 모여 하루종일 옥신각신하는 것이 무척이나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초창기에 아이들이 함께 스터디를 하자고 제안했을 때는 난 아무래도 스터디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하지 못할 거 같아라는 말로 꽁무니를 빼기에 바빴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튕겨나가던 시기가 지나고 아이들과 스터디를 구성하여 함께 공부하게 되면서 스터디 찬양론자정도가 아니라,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면 스터디는 꼭 해야만 한다는 스터디 필수불가결론자로 바뀌게 되었다. 위에서 이야기했다시피 한 번씩 찾아온 슬럼프에도 스터디를 하고 있으면 어떻게든 공부를 놓지 않고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애초에 임용시험을 보겠다는 건 자신의 선택이었을지 몰라도 공부하는 중간중간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느슨해지고 때론 의욕마저 상실한 나 자신을 보게 된다. 바로 이때 스터디를 하고 있지 않다면 그런 감정을 용인한 채 자포자기(自暴自棄)할 가능성이 높지만 스터디라는 버팀목이 있으면 어떻게든 한 자라도 보면서 마음을 가다듬게 되어 있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며 자신의 실력을 가늠해볼 수 있고 때론 자극도 받을 수 있다. 한문공부를 할 때 제일 중요한 건 번역을 어느 정도 정확히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만의 방식대로 해석하고 이해했다고 만족하기 이전에 그게 일반적인 해석과 어느 정도 맞는지 대조해봐야 하고 조금 더 문리(文理)가 트인 사람에게 검토받는 작업도 중요하다. 그런 과정을 통하지 않고 편의주의적으로 해석하고 이해하는 방식으로만 한다면 삼천포로 빠지기 십상이고 왜곡된 내용을 마치 정설이나 되는 듯 잘못 이해하게 되기 쉽다. 그러니 스터디를 통해 자연스럽게 하나의 해석에 따른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고 그에 따라 좀 더 정밀하게 한문에 대한 감각을 키워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스터디를 통해 여러 장점을 몸소 맛보았으니 어떻게 스터디를 사람들에게 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지금은 스터디를 할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말의 흔들림도 없이 당당히 외친다. “스터디 꼭 해라! 두 번 해라!”

 

 

▲ 작년까진 대면 스터디가 당연했다. 그러나 올핸 확 바뀌었다. 

 

 

 

21년 스터디의 두 가지 변화점

 

324일에 스터디 OT를 시작으로 729일까지 4개월의 대장정은 시작되었다. 스터디 OT에 대한 소감을 적은 한문 따라 벗을 따라 길을 가다라는 글에서 밝혔다시피 지난 3년 간의 스터디와 크게 두 가지 부분에서 변화가 있었다. 첫째는 교수진이 김형술 교수님 외에 김선호 교사와 전현종 교사가 참여하게 되면서 4주 단위로 교수님은 격주로 한 번씩 진행하고 나머지 주간엔 각 교사들이 한 번씩 맡도록 바뀐 것이다. 이로써 교수님의 스터디에 대한 부담이 한결 가벼워졌을뿐더러, 교수진의 확대로 다양한 방식으로 한문공부의 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둘째는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하던 방식을 떠나 온라인방식으로 바뀌었다. 온라인방식으로 공부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과연 흡입력 있게 스터디가 진행될지, 마치 동양상 강의를 듣듯 시간 때우기나 하지 않을지 걱정됐다. 그런 우려심이 드는 반면에 공간의 제약의 사라짐에 따라 먼 곳에 있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스터디에 참여하게 되면서 전주를 벗어나 공부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었다.

스터디는 총 4개월 동안 진행되었고 우여곡절 없이 처음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그대로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며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교수진이 확대된 것에 대해선 교수님 스터디 외엔 빠졌던 터라 어떤 장점이 있었는지 말을 할 순 없을 거 같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격주로 스터디를 참여하게 됨에 따라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그동안 정리하고 싶었던 책들을 원없이 정리하는 시간으로 보낼 수 있었다. 김선호 교사의 경우는 경서를 중심으로 임용에 어떻게 경서문제가 출제되었고 어떻게 답안을 작성해야 하는지 익힐 수 있도록 스터디를 진행했고 전현종 교사의 경우는 산문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정리하는 전과정을 익힐 수 있도록 스터디를 진행했다고 한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스터디는 장단점은 명확했다. 장점은 위에서도 살짝 언급했다시피 공간을 초월하여 시간만 된다면 누구든 쉽게 참여하여 한문공부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대면 스터디였으면 타지방에 살아 참여할 수 없는 이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얼굴을 직접 맞대지 않았다는 게 스터디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도 한다. 김형술 교수님의 스터디는 어떻게 공부해왔는지, 특정 구절을 어떻게 해석했고 이해했는지 가감없이 물으며 진행된다. 이때 자신의 의견을 기탄없이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만은 학문적인 영역이라 난해할뿐더러 비웃음거리가 될까 겁이 나서 그런 질문을 받는 순간 머릿속은 하얗게 되고 아는 것조차 늘어진 테이프마냥 불분명한 어조로 말인지 방구인지도 모를 소리를 내뱉게 된다. 오프라인 스터디일 땐 이런 부담감 때문에라도 참여하기 힘든 학생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진행되니 자신만의 불안한 눈동자를 들키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다도 부담감은 크게 경감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 편했던 것이리라.

단점은 역시나 집중력을 오래도록 유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메러비언의 법칙(Law of Mehrabian)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소통이란 단순히 우리들의 언어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말의 내용을 통해선 전체 내용의 고작 7%만을 전달할 뿐이며 비언어적 요소인 몸짓, 억양, 용모, 표정을 통해 무려 93%가 전달된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이 있음에도 온라인 강의는 비언어적인 부분들이 모두 사라진다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어느 순간부턴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마치 녹화 강의를 듣는 듯 아득한 기분이 들어 집중력을 확 떨어지기도 했다. 언젠가는 홀로그램과 같은 특수기술이 개발되어 비언어적인 것까지도 자연스럽게 전해줄 수 있는 시대도 오긴 하겠지.

 

 

▲ 온라인 스터디는 신선하고 재밌었다. 21년도의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30편의 글을 함께 공부하며

 

8회에 걸쳐 스터디가 진행되었고 교수님이 애초에 30편의 글을 보겠다고 세운 계획을 모두 마쳤다. 한참 공부양이 많을 땐 3시간 30분이나 스터디를 하기도 했고 평균적으로 3시간 정도씩은 스터디를 했다. 이런 힘겨운 과정을 통해 30편의 글을 빠짐없이 모두 보았고 잘 마쳤던 것이다. 더욱이 올핸 두 번의 뼈저린 임용낙방이란 씁쓸한 현실을 겪었던 터라 한문공부를 좋아하면서 한문에 손조차 대기도 싫었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김형술 교수의 안내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시 한문공부를 접하게 되었고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잘 마치고 나니 이 기분은 어디에도 비길 수 없더라. 모르긴 몰라도 최종 임용시험에 합격한 정도의 통쾌감에 비견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만큼 나에겐 의미 깊은 순간이었고 공부하고 배워가고 알아가며 정리해가는 재미에 흠뻑 빠져보고 다시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 말이다.

교수님을 비롯한 우리 모두 모두 한 학기 동안 스터디하며 공부하느라 정말 수고 많았다. 그 덕에 한문을 따라, 벗을 따라 쓰러지지 않고 이 길을 걸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계속 이 길을 갈 수 있는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지치더라도 힘겹더라도 버겁더라도 그 순간을 함께 하는 이들을 생각하며 나가보자. 그 앞엔 무엇이 있을지……

 

 

▲ 비가 내리는 전주대 신정문 거리. 앞엔 뭐가 있을지 가봐야만 알 수 있다. 

 

 

인용

지도

21년 글

임용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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