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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1.06.30 - 21년 상반기 공부여정기 본문

건빵/일상의 삶

21.06.30 - 21년 상반기 공부여정기

건방진방랑자 2021. 6. 3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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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상반기 공부여정기

 

 

올해 공부는 210일에 떨어졌다는 최종 결과가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모든 임용시험 준비생들이 그렇듯 한 해의 모든 일정이나 계획은 시험 일정에 따라 진행된다. 12월이면 남들은 연말이라고 한 해를 마무리 짓는 여러 행사들을 할 테지만 우리에겐 시험 결과가 나오는 그 순간이 한 해를 마무리 짓는 날이다. 그러니 보통 1차 시험 결과가 나오는 12월 말이나, 2차 시험 결과가 나오는 2월초에 한 해를 마무리 짓는 기분을 느끼게 되는 셈이다.

 

 

시험준비생에게 1년은 시험 보는 날과 결과 나오는 날밖에 없다. 

 

 

 

다시 시작할 자양분을 얻기 위해

 

그렇다고 바로 공부를 시작하긴 싫었다. 어느새 공부는 습관이 되어버린 탓에 별다른 맛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계속 먹는 밥처럼 그냥 정리하고 있었기 떄문이다. 더욱이 떨어진 마당에 한문이나 교육학은 잠시 멀리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찌 보면 3년 내둥 나름 긴 시간 동안 마라톤을 하며 처음의 열정을 소진하고 소진하며 여기까지 온 건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은 그런 에너지가 바닥이 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거겠지.

그 순간 나에게 필요한 건 소진된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무언가였다. 이렇게 맘은 안 잡히고 막힐 때가 예전에도 있었다. 그래서 무작정 국토종단을 떠나거나, 도보여행을 떠나기도 했던 것이다. 이 순간 그렇게 별 생각없이 걸어다닐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이 순간을 곱씹게 만들 좋은 계기는 되리라. 하지만 코로나란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었기에 예전처럼 무턱대고 돌아다닐 수는 없었기에 그간 미루어두고 있었던 국토종단기사람여행기를 새롭게 편집하며 정리하고 싶었다. 그런 이유로 두 여행기를 정리하며 공부여정의 포문을 열었던 것이다. 23일부터 18일까지 보름간 진행된 나름의 대작업이었지만 무려 10년이나 흐르며 흐릿해졌던 그 당시의 열정과 삶을 향한 애정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던 미래에 딸랑 가진 거라곤 빈 몸뚱이였으니 그 몸뚱이로 부딪히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에서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는 저력을 느꼈고 조금이나마 에너지가 보충이 되었다. 미래는 늘 불투명했었고 그만큼 불안하기만 했었다. 그 불투명한 미래에 온 몸을 내맡길 각오, 그게 지금은 필요한 게 아닐까. 두 여행기를 편집하며 느낀 소감은 국토종단과 사람여행의 재편집을 하며 10년 전의 나를 만나다라는 글에 담아놨다.

 

 

걸음이 날 살리던 순간. 2009년의 국토종단도 2011년의 사람여행도 그래서 소중하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2007에 두 번째로 본 임용고사에서 보란 듯이 떨어졌다. 맹목적으로 열심히만 매달리면 뭐라도 될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맘 같지 않은 삶을 대하며 정말 미칠 것 같은 울분 같은 게 느껴졌다. ‘도대체 왜 이렇게 가혹한 겁니까?’라고 하나님께 따져 묻고 싶었지만 그래봐야 아무런 해답도 나오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아무런 대책이 없다 해도 가만히 놔둘 수도 없었기에 그때부턴 미친 듯이 손에 집히는 책을 붙잡고 읽어대기 시작했다. 대학에 들어와서 그때까지 독서라곤 전공이나 교육학에 관련된 책 외엔 없었는데 그땐 정말 여러 방면으로 읽고 싶은 책을 찾아 종횡무진 누볐던 것이다. 그리고 그 독서의 경험은 분명히 나에게 힘을 주었고 다시금 살아내며 이겨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책을 읽는 행위=지적 허영심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학창시절의 독서란 어느 유명 대학교가 필독서로 정한 목록에 따라 상식을 쌓아 면접을 잘 보기 위해 읽어야만 하는 책이거나 친구들이 읽지 않을 책을 읽음으로 친구들 앞에서 잘난 체 하기 위해 읽는 책이거나 했으니 말이다. 그러니 독서란 그 자체로 남보다 우월해보이려는, 직설적으로 너와는 달라라는 표식을 남기기 위한 거라곤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당시에 닥치는 대로 독서를 하면서 서서히 마음이 안정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독서=쉼표일 수도 있다는 걸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너무도 그 독서의 체험이 강렬했던 까닭에 언제고 이 책들을 언제나 읽고 들여다 볼 수 있는 나만의 자료로 만들겠다는 막연한 계획까지 세울 정도였다.

시험에도 떨어졌고 11월에 있을 임용고사까진 무려 9개월 가량이나 남아 있는 상황이니, 어찌 보면 지금이야말로 그 막연한 계획을 실현해볼 수 있는 기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막상 시작해보면 해야할 게 많기 때문에 시간은 무한정으로 늘어지고 또 하다보면 지쳐서 안 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나마 지금은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크게 강신주의 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남경태의 개념어사전, 민병수의 한국한시사, 김용옥의 노자와 21세기효경한글역주를 해보겠노라 맘을 먹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고선 곧 한계에 부딪혔다. 이런 책들은 양도 방대할뿐더러, 담고 있는 내용 자체가 깊기 때문에 그걸 편집하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초반에 두 주먹을 꽉 쥐며 해보겠어라고 호언장담하던 모습은 금세 사라졌고 이렇게 하는 거 자체가 그냥 시간 낭비겠지하는 자조감만이 싹트고 있었다.

 

 

 

나를 일으켜줬던 책과의 동침

 

하지만 그와 같은 합리화도 잠시 그쳤고 편집을 하면서 어떻게 나만의 자료로 만들고 어떻게 편집해야 할지 감을 잡게 되었다. 그런 기본적인 틀이 세워지자 편집하는 데도 힘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5월까지 중순까지 강신주의 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이란 책을 제외한 모든 책들을 편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탄력을 받고 나니 편집하고 싶던 책들의 목록이 더 생각나더라. 그건 김용옥의 논어한글역주, 맹자 사람의 길, 남경태의 종횡무진 시리즈, 강신주의 철학 삶을 만나다와 같은 책이었다. 김용옥 선생님의 책을 읽으며 늘 시험에서 1점이라도 더 받기 위해 뜻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읽던 사서에 대해 애정을 갖게 되었고 남경태 선생님의 책을 통해선 잘 알고 싶지만 어렵기만 했던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지평을 지닐 수 있게 되었으며 강신주 선생님의 책을 통해선 늘 남보다도 더 못하게만 느껴졌던 철학이 이처럼 재밌고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란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편집의 기틀이 잡힌 이 순간에 이 책들도 함께 편집하며 나만의 자료로 늘 축적하고 보면서 공부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책들을 단순한 독서가 아닌 이런 식으로 깊이 있게 읽어가며 정리를 하고 있노라니 예전에 왜 이 책들을 읽으며 무릎을 칠 정도로 감격했고 늘 곁에 두고 읽고 싶었는지를 다시금 느끼게 됐다. 이 책들엔 공통적으로 기존의 생각을 부정하며 다르게 볼 수 있는 시각들이 재밌게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공부란 게 얼마나 재밌고, 알아간다는 게 얼마나 희열을 느끼게 하는 일인 지 절실하게 담겨 있다. 그러니 이 책들을 읽고 있으면 알지 못하던 것들을 알고 싶어진다는 호기심과 함께 내 맘과 같지 않은 이 세상에 한바탕 부대끼고 싶다는 희망도 어리는 것이다. 그런 느낌 덕에 예전에도 이 책을 읽으며 해소되지 않던 가슴 속 울분을 털어버릴 수 있었던 것이고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되어 방바닥에 껌딱지처럼 붙어 있던 순간들을 떨쳐내고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들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 같이 좋은 동반자라는 생각이 드는 건 그래서 당연하다.

이처럼 상반기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고 그것들을 하나씩 정리해가며 나름대로 알차게 보냈다. 그로 인해 그간 맘의 짐으로만 여겨지던 책들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니 시간이 흐른 것에 대한 여한 따위는 없다. 이 흐름을 그대로 이어 받아 7~8월에도 맘껏 좌충우돌해볼 셈이다. 어디로 흘러가 무얼 하게 될 것이며, 또 무얼하고 싶어질지 무척이나 기다려지고 기대되는 순간이다.

 

 

 21년 상반기의 발자취. 그리고 하반기와 임용시험을 향해.

 

 

인용

지도

21년 글

임용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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