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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고(大賈) - 해설. 양반의 부정적 시각을 파헤치며 김한태의 숨겨진 면모를 드러내다 본문

한시놀이터/서사한시

대고(大賈) - 해설. 양반의 부정적 시각을 파헤치며 김한태의 숨겨진 면모를 드러내다

건방진방랑자 2021. 8. 1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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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양반의 부정적 시각을 파헤치며 김한태의 숨겨진 면모를 드러내다

 

 

이 시는 서울 시정에서 거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한 상인의 위력과 그의 화려한 생활 모습을 그린 내용이다.

 

서두에서 서울의 대상인 / 그의 성명은 김한태[長安有大賈 姓名金漢泰]”라고 소개되는 주인공은 실로 문제적인 인물이다. 그는 한낱 시정의 부자에 불과하지만 정치사회적으로 실력을 행사하는 자로 부상한 것이다. 구귀족 양반계급과 거기에 대치해서 발흥하는 상인계급 사이의 전도현상을 시는 자상히 보여준다. 그리하여 이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은, “대체 무얼로 세상을 흔드는가? / 모두 재물에서 나오는 것이렸다[何能輕重世 莫非以財賄]”라고, 자본의 위력임을 명확히 지적한다. 실로 자본주의적 정경유착(政經癒着)의 예고편인 듯싶다.

 

그런데 작품은 서장에 이어 김한태의 저택ㆍ가구ㆍ의복ㆍ음식에 걸쳐 극히 호화스런 실태를 장황하게 묘사한다. 마지막에는 그의 과도한 형세와 사치를 우려하는 말로 끝을 맺는다. 이러한 내용은 대개 사실에 근거한 것으로 생각된다. 주인공 김한태는 가공적인 인물이 아니고 18세기 말 19세기 초에 실재했으며, 작중의 현재에서 생존해 있다. 시인은 이 김한태란 존재에 대해 주목하면서도 편견을 보여, 시종일관 부정적인 형상으로 그려낸다. 요컨대 시인에게는, ‘저 같은 미천한 부류는 세력을 잡으면 안 된다는 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시는 나열적 묘사를 주조(主潮)를 삼아, 서사적 갈등을 엮어내지 못했다. 서사시로 보면 결점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형식적인 특징 또한 시인의 그 주인공에 대한 시각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시인의 인식에는 역사적 진실이 깃들어 있다. 새로 부상하는 세력을 무의식적으로나마 간파한 것이다. 서장에서 주인공이 정치적으로 위력을 발휘하는 정황의 묘사는 상당히 과장되어 있다고 본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면서도 오히려 과장적으로 그린 만큼 그 잠재적 역량을 예견했던 셈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시인이 경고를 발하고 있음에도 아직 끄덕없다. 극성하면 쇠망하는 전통적인 논리구도에 작품은 파탄을 보이고 있다. 시인은 김한태의 존재에 경악하면서도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지금 이 일을 옛 말씀에 견줘보니 / 혹시라도 천도가 어두워지는 건 아닐까라고 당황해하고 있다.

 

끝으로 작중 주인공 김한태의 인적사항에 대해 조사된 사실을 참고로 소개한다. 그는 건륭(乾隆) 병오(丙午: 1786) 식년시(式年試)에 역과(譯科)로 합격하여 역과방목(譯科榜目)에 그의 이름이 올라 있다. 그의 이름 아래 자는 경림(景林), 임오년(1762)에 태어나고 본관은 우봉(牛峰)이며 한학교회(漢學敎誨) 자헌지추(資憲知樞)인 이서(履瑞)의 아들이다라는 기록이 보인다. 김한태란 인물은 당대 중인의 대가였던 우봉 김씨로서 역관계의 자본가였던 것이다. 그리고 오세창(吳世昌)의 전언에 의하면 그는 호를 영원(寧園)이라 했으며, 시인 묵객들과 교유하기를 좋아했던바, 특히 김홍도에 대한 패트런(patron: 지원자)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1, 창비, 2020, 328~329

 

1 권력이 재물에서 나오다
2 김한태 집의 화려한 외관
3 김한태 집의 화려한 내부와 옷치장과 밥상
4 멋대로 누리는 부귀공명을 삼가야 하는 이유

 

 

 

 

인용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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