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어 사전 - 아폴론형 & 디오니소스형(Apollinisch & Dionysisch)

아폴론형 & 디오니소스형

Apollinisch & Dionysisch

 

 

미술과 음악은 인류 역사 전체를 통틀어 예술의 가장 주요한 두 가지 장르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른 모든 예술 분야, 이를테면 문학, 연극, 영화 등은 메시지나 스토리에 의존하는 정도가 크기 때문에 문자로부터 떨어질 수 없지만, 미술과 음악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 감각인 시각과 청각에 의존하는 만큼 늘 변함없이 전통적인 예술의 개념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문자를 바탕으로 하는 지식과 정보는 인터넷으로 검색이 가능해도 미술과 음악은 불가능하다.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낯익은 풍경이나 멜로디는 작품의 제목이나 작가의 이름(문자 정보)을 알지 못하면 어느 작품의 일부분인지 인터넷으로도 검색할 수 없다. 검색이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문자와 멀고 객관성을 가지지 못했다는 증거다. 미술과 음악은 고도의 주관성을 특성으로 한다.

 

하지만 미술과 음악은 서로 다르다. 미술이 통시성(diachrony, 通時性)의 예술이라면 음악은 공시성(synchrony, 共時性)의 예술이다. 다시 말해 미술은 지속적이고 정태적인 데 반해 음악은 순간적이고 역동적이다. 미술이 이성적이고 관조적이라면 음악은 충동적이고 격정적이다.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가 『비극의 탄생』에서 분류한 아폴론형과 디오니소스형은 미술과 음악의 그런 대비를 더욱 강조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은 태양의 신으로 법과 질서를 상징하는 이성적인 존재다. 디오니소스는 술과 시를 관장하는 신으로 대지의 풍요를 상징하며, 로마에서는 바쿠스(Bacchus)로 불린다【피로 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유명 음료의 이름과 같다】. 둘 다 제우스의 아들이지만 아폴론은 여신을 어머니로 둔 데 비해 디오니소스는 어머니가 인간이므로 어딘가 사생아의 냄새를 풍긴다. 아폴론이 냉철한 균형과 조화를 보여준 데 비해 디오니소스가 격정과 황홀경에 탐닉한 데는 그런 배경이 작용했을 것이다.

 

 

니체는 그리스 비극을 고찰하면서 그 두 신의 이미지에 따라 예술을 두 가지로 분류했다. 아폴론형 예술은 단정하고 엄격하고 차분한 형식미를 강조하는 반면 디오니소스형 예술은 도취적이고 열정적이고 역동적인 창조성을 지닌다. 니체는 특히 그리스 조각상의 균형미를 아폴론형 예술의 대표적인 예로 꼽았고 힘에 넘치는 충동적인 음악과 무용을 디오니소스형 예술로 간주했다. 니체의 시대에 널리 알려졌던 예술 사조로 말하면 아폴론형은 고전주의에 해당하고 디오니소스형은 낭만주의에 해당한다.

 

철학적으로 니체는 플라톤(Platon, BC 427~347)과 그리스도교를 혐오했고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 권력의지를 강조했다. 플라톤의 사상과 그리스도교는 질서, 균형, 안정을 중시하며, 권력의지는 근대 이성의 힘을 부정하는 개념이다. 니체가 아폴론형과 디오니소스형 가운데 어느 것을 선호했을지는 뻔하다.

 

니체는 아폴론적 균형이 지나치면 과도하게 지적인 삶을 동경하게 되고 디오니소스적 도취가 마냥 허용되면 타락으로 빠져들게 된다면서 양자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 올바른 삶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니체는 디오니소스에 가까운 성향이었다. 예술을 진정으로 사랑하려면 냉철한 지성보다는 뜨거운 감성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실제로 니체는 시의 양식을 빌려 철학을 서술했고, 아폴론적인 미술보다 디오니소스적인 음악에 심취했으며, 특히 바그너의 음악에 열광했다.

 

아폴론형(Apollinisch)	디오니소스형(Dionysisch)
고전주의	낭만주의
태양의 신으로 법과 질서를 상징하는 이성적인 존재	술과 시를 관장하는 신으로 대지의 풍요를 상징
단정하고 엄격하고 차분한 형식미	도취적이고 열정적이고 역동적인 창조성
그리스 조각상의 균형미	힘에 넘치는 충동적인 음악과 무용
균형이 지나치면 과도하게 지적인 삶을 동경하게 됨	도취가 마냥 허용되면 타락으로 빠져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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