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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 앙시앵레짐(Ancien Régime)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앙시앵레짐(Ancien Régime)

건방진방랑자 2021. 12. 1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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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시엥레짐

Ancien Régime

 

 

낡은 체제라는 뜻의 평범한 두 단어로된 프랑스어 문구가 구체제를 가리키는 일반명사로 널리 사용되는 이유는 프랑스혁명이라는 역사적 대사건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앙시앵레짐은 1789년에 발발한 프랑스혁명까지 약 200년간 지속된 절대주의 시대를 가리킨다.

 

이렇게 구체제라는 간단한 개념으로 두 세기를 뭉뚱그리는 데는 근거가 있다. 이 시기의 전반기, 17세기 내내 프랑스는 겉으로 보기에 사회의 전 부문이 통합적이었고 갈등의 요소가 거의 없었다. 태양왕 루이 14세는 프랑스를 강력한 중앙집권형 왕국으로 만들었으며, 대외적으로도 유럽 최강국으로 끌어올렸다. 이는 끊임없는 긴장 상태 속에서 권력 변동도 몇 차례 있었던 혼란스런 영국의 상황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그렇다면 앙시앵레짐은 태평성대를 뜻해야 할 터다. 그러나 실은 그렇지 않다.

 

 

프랑스는 평온한 겉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 높아가고 있었다. 1신분인 성직자와 제2신분인 귀족은 부와 명예를 누리는 특권 계급이었고, 새로이 상승하는 제3신분인 부르주아지와 농민은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국가 재정의 대부분을 부담했지만 그에 합당한 지위를 보장받지 못했다.

 

이런 모순이 심화되면서 17세기까지 정치ㆍ경제ㆍ군사ㆍ문화의 모든 면에서 유럽 세계의 중심이었던 프랑스는 태양왕의 시대가 가고 다음 세기에 접어들자 곧바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 반면 영국은 거의 한 세기 동안의 진통기를 겪다가 1688년 명예혁명으로 정치와 종교의 안정을 이루고 활기찬 대외 진출을 도모했다. 그로부터 한 세기 내내 영국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식민지 쟁탈전에서 거의 전승을 거두었다. 전통의 라이벌인 프랑스는 북아메리카와 인도에서 영국과 맞붙어 족족 참패를 면치 못했다. 이런 대외적 몰락이 프랑스혁명의 시계추를 더욱 앞당겼다. 18세기에 영국이 경험한 유일한 패배는 미국이 독립한 것이었으나 미국 건국 세력의 주체는 영국의 청교도 이주민들이었으므로 어떤 의미에서는 내전에서 진 것뿐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18세기는 옷을 갈아입는 타이밍에서 갈렸다.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경제제도는 중상주의 시대의 절대주의와는 궁합이 맞지 않았다. 같은 낡은 옷을 두고도 영국은 더러워졌다고 보았고 프랑스는 익숙하다고 여겼다. 그 결과 영국은 자본주의로 연착륙할 수 있었고 프랑스는 무리한 불시착을 감행해야 했다.

 

 

오랜 사회적 모순이 마침내 터져나온 프랑스혁명은 문자 그대로 모든 것을 바꾸어놓았다. 단순히 왕조나 정권이 교체되는 정도에 그친 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사상, 예술까지 사회 전반을 변혁시켰다. 게다가 혁명 이념은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며 중세의 종막과 근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혁명 이후는 그 이전의 사회체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었고, 이전의 모든 것은 앙시앵레짐이라는 한마디로 요약되었다.

 

오늘날 앙시앵레짐은 그 개념을 낳은 역사적 맥락과는 다소 무관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프랑스혁명처럼 큰 규모가 아니더라도 혁명으로 탄생한 새로운 체제와 대비되는 이전의 낡은 체제를 말할 때 흔히 앙시앵레짐이라는 말을 쓴다. 때로는 시대에 뒤진 제도나 풍습을 가리키는 일반적 의미로도 사용된다. 분명한 것은 역사적인 연속성보다 과거와의 단절을 강조하는 의미가 강하다는 점이다.

 

 

Troisordres 앙시앙레짐의 풍자 그림.

 

 

 

 

인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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