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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 이기적 유전자(Selfish Gene)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이기적 유전자(Selfish Gene)

건방진방랑자 2021. 12. 1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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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Selfish Gene

 

 

하나의 생명체라고 말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인간 개인은 한 개체를 이루지만 엄밀히 말해서 하나의 생명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우리의 피부에는 작은 벌레들이 상존하고, 우리의 몸속에는 무수한 세균들이 서식하며, 때로는 각종 바이러스와 기생충도 산다. 개중에는 해로운 것도 있으나 무해하거나 유익한 것도 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의 신체는 개체라기보다는 하나의 생태계와 같은 환경을 이룬다.

 

거꾸로 군집 자체가 하나의 개체처럼 행동하는 경우도 있다. 개미집 하나에는 여왕개미 한 마리에 수백만 마리의 일개미들이 살지만, 개미 한 마리가 개체라기보다는 개미집 전체가 하나의 개체라고 볼 수도 있다. 분업의 원칙으로 움직이는 개미집에서는 적들이 침략할 경우 어떤 개미는 자신의 머리로 입구를 틀어막아 장렬하게 희생한다. 개체 의식이 강하다면 그런 행동은 불가능하다. 마치 가위가 달려들어도 우리의 머리털이 두려워하지 않듯이 각각의 개미가 전체의 한 부분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죽음의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범위가 달라지면 개념의 정의가 달라진다. 자신을 희생하는 개미의 행동은 그 개미 자체로 보면 이타적이지만 개미집 전체의 관점에서는 이기적이다. 개미가 그런 행동을 하도록 만든 것은 그렇게 해서 집단을 살리고 종족을 번식시키려는 본능이다. 이런 본능이 없었다면 개미는 오늘날까지 진화하지 못하고 이미 오래전에 자연선택에 의해 멸종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 본능은 바로 유전자에 각인되어 전승되고 진화된 것이다. 이런 점에 착안해 영국의 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1941~)는 이기적 유전자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심지어 그는 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이기적 유전자라고 말한다.

 

 

생물 개체의 행동을 지배하는 것은 유전자의 자기복제를 위한 이기적 본능이다. 개미처럼 비교적 단순한 생물만이 아니라 인간도 마찬가지다. 집에 불이 나면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자식을 구하려고 하는 부모의 본능도 유전자에 따른 행동이다. 도킨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에게는 생물학적 유전자 이외에 문화의 전달을 매개하는 일종의 문화적 유전자가 있다면서 그것을 밈(meme)이라고 부른다.

 

밈은 실존하는 유전자가 아니라 유전자처럼 모방과 자기복제를 통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문화를 전달하는 메커니즘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도킨스는 모방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mimemegene(유전자)과 비슷한 형태로 변형시켜 밈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언어, 사고방식, 복식은 물론 각종 의식, 습속, 예술, 건축 등 거의 모든 문화적 요소들이 밈에 해당한다.

 

유전자가 부모에게서 자식에게 전달되듯이 밈도 모방을 통해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전달된다. 도킨스는 이렇게 뇌가 밈이 전파되는 매체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인간의 뇌가 몸에 비해 커졌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큰 머리를 가지고 태어나며,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여성만이 출산의 고통을 겪는다는 사실은 이미 다른 생물학자들이 지적한 바 있다. 그 이유가 인간에게는 언어 학습 능력을 비롯해 유전적 정보량이 많기 때문이라고 보면 도킨스의 주장에 근거가 없지는 않다. 이렇게 문화도 생물처럼 진화의 단계를 거친다고 보는 입장이 문화적 진화론이다.

 

 

하지만 문화의 전승을 유전자의 자기복제 과정으로 파악하는 것을 단순한 유전자 결정론이라고 비판하는 입장도 있다. 하나의 생물을 단순히 유전자들의 조합으로 규정하는 것은 환경의 요인을 무시한 결과이며, 특히 인간처럼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고 창조성을 지닌 고도의 지적 생명체를 유전자로만 환원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게놈(genome)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를 합쳐 만든 단어프로젝트에 따라 인간의 유전자 구성이 밝혀진 덕분에 적어도 인간의 신체는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대부분의 질병은 유전자와 직ㆍ간접적인 연관이 있다. 그러나 유전자가 인간의 운명을 완전히 결정한다고 믿는 것은 사주팔자를 철석같이 믿는 것과 마찬가지다. 진화에서 중요한 것은 환경에 대한 반응 양식이다. 유전자에 기록된 정보의 내용도 환경에 따라 변화되고 진화한다. 도킨스의 밈이 유전자와 비슷한 기능을 한다면 그 문화적 유전자 역시 내재적인 결정 요인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외부 환경과의 연관 속에서 진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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