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Id
자아(自我)란 자신의 정신적 측면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누구에게나 익숙한 말이다. 나는 주체지만 때로는 나를 대상화 시켜야 할 때도 있는데, 이럴 때 자아라는 말을 쓴다. 그러나 자아를 자기 자신이라는 뜻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은연중에 자신의 정신이 언제나 단일하고 동일하다는 것을 전제한다. 만약 정신이 그렇지 않다면 어떨까? 정신이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라면 어느 것이 진짜 자아라고 해야 할까?
정신분석학을 창시한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는 정신의 영역을 자아(ego), 초자아(super ego), 이드(id)의 셋으로 구분한다. 흔히 정신 전체와 동일시하는 자아는 그중 한 부분에 불과하다. 의식에 속하는 자아와 달리 무의식에 속하는 부분을 이드라고 부른다.
이드는 라틴어지만 프로이트는 독일어를 썼기 때문에 원래 에스(ES)라고 불렀다. 이드와 에스는 모두 영어의 it, 즉 ‘그것’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이름 지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드는 우리가 생각하는 인격을 갖춘 인간의 측면이라기보다는 동물의 속성에 가깝다.
이드는 리비도(libido)를 관장하는 본능적 에너지로서 정신의 가장 원시적인 부분이다. 19세기의 도덕주의자들이 신체에 부여했던 인간의 추하고 어두운 측면, 즉 충동적이고 쾌락을 추구하는 성향은 모두 이드의 속성이다. 당연히 이드의 행동에는 도덕도 없고 합리성도 적용되지 않으며, 시간의 관념도 없고 외부 세계에 대한 반응도 없다. 오직 쾌락과 고통의 원칙에 따를 뿐이다. 의식이 발달하기 전 유아의 정신은 거의 이드의 지배를 받는다.
그러나 이드가 어린 시절에만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른이 되어 의식이 발달하면 이드는 무의식 속으로 들어간다. 무의식처럼 이드도 꿈, 농담, 실언 등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며, 엉뚱한 상상이나 의도하지 않은 예술적 표현을 유발하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내재해 있는 충동적이고 비합리적인 측면은 바로 정신 속에 이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회 구성원이 이드의 지배만 받는다면 파괴적이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일삼을 것이므로 정신질환자나 범죄자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드를 적절히 통제해야 할 필요가 생기는데, 그것은 자아(Ego)의 역할이다.
자아는 의식에 속하므로 자아가 이드를 통제하는 메커니즘은 의식이 무의식을 통제하는 경우와 같다. 하지만 자아가 이드를 통제하고 억압한다고 해서 양자가 대립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드는 자아를 파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아가 제대로 발달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하며, 자아가 충분히 성장한 뒤에는 자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어두운 부분을 관장한다. 말하자면 주인의 온갖 구박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궂은 일을 도맡는 머슴과 같은 존재다.
정신의 나머지 한 측면인 초자아(Superego)는 가장 높은 차원의 인격을 담당한다. 초자아는 양심과 도덕을 관장하며 선악과 가치의 판단에 작용한다. 주목할 것은 초자아에는 의식적인 부분과 무의식적인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일단 초자아는 도덕과 관련되는 만큼 의식적인 측면이 있지만 생후 5년 동안에 생겨나므로 부모의 가치관과 세계관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데, 이것은 초자아의 무의식적 측면을 이룬다. 도덕을 의지가 아니라 의무이자 법칙으로 간주한 칸트(Immanuel Kant,1724~1804)의 도덕철학을 프로이트식으로 해석한 결과라고 할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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