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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 원형(Archetype)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원형(Archetype)

건방진방랑자 2021. 12. 1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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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

Archetype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너무도 비슷한 구조를 가졌다. 구약성서에는 노아가 겪은 홍수가 나오고, 수메르 신화에는 홍수에서 살아남은 우트나피시팀이 등장하며, 중국의 신화에도 대홍수가 지난 뒤에 여와(女媧)라는 여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朱蒙)과 신라를 건국한 박혁거세(朴赫居世)가 알에서 태어났다는 이야기는 동북아시아의 공통적인 신화라지만 그리스 신화에도 아이테르와 카오스가 알을 낳았고 거기서 광명의 신 파네스(Phanes)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있는 건 무슨 연관일까? 오이디푸스 신화로 대표되는 근친상간의 신화가 그리스만이 아니라 고대 이집트와 유럽 게르만족에게서 두루 발견되는 이유는 뭘까?

 

 

신화나 전설의 내용이 사실인가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큰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이미지가 반복된다는 것은 그 배후에 뭔가가 있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많은 사본이 존재한다는 것은 역으로 생각하면 모종의 원본이 있다는 뜻이 아닐까? 스위스의 심리학자인 융(Carl Jung, 1875~1961)은 그런 원본을 원형이라고 부른다.

 

원형은 인간의 심리에 내재하는 역사적이고 집합적인 기억의 본질을 가리킨다. 개인의 기억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일종의 초인격적 심리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인간 개인은 이 원형을 거부할 수도 없고 변화시킬 수도 없다. 기억이 무의식적이라는 말은 일종의 형용모순 같지만 원형은 무의식적 기억이다. 융에 의하면 인간의 원형은 다른 동물의 본능에 해당한다. 태어나자마자 걷는 사슴이나 알에서 나오자마자 바다를 찾아가는 바다거북에 비해 갓 태어난 인간은 무능하기 짝이 없다. 아기는 제 몸조차 추스르지 못하며, 인간 사회에서 생존하는 법을 배우기까지 무려 20년 가까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인간은 원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본능을 가진 동물을 능가하는 존재가 된다.

 

원형은 무의식이지만 개인의 정신 속에 있는 개별 무의식과는 다르다. 그런 무의식을 지칭하기 위해 융은 집단무의식(集團無意識)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이것은 원형이라는 기억을 소자(素子)로 삼아 만들어지는 무의식이다. 옛날에 살았던 조상들이 경험한 집단적인 기억이 원형으로 보존되어 집단무의식을 형성한다. 융은 이 과정을 건축에 비유한다.

집단무의식의 구조 안에는 인간 심리의 원형적 건축자재들이 저장되어 있으며, 인류 전체에 관한 집합적 기억이 축적되어 있다. 각기 다른 문화와 시대에 있었던 상징, 이미지, 신화 등이 놀랍도록 비슷하다는 사실이 그 점을 증명한다. -무의식의 심리학

 

생물학자들은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큰 머리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그렇기 때문에 출산의 진통을 겪는 동물은 인간의 여성이 유일하다. 그렇다면 아기의 머릿속에는 융이 말하는 원형이 어떤 형태로든 - 예를 들어 유전자의 형태로 - 기억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복잡한 손놀림, 두 발로 서는 행위, 추상적 의미를 담은 언어 등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능력이지만 한 세대에 완전히 익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집단무의식이 인간 개개인에게 전달된 덕분이 아닐까? 진화론은 집단무의식이 변화되는 과정을 설명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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