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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윤주자화사(登潤州慈和寺)」는 다음과 같다.
| 登臨暫隔路岐塵 | 높은 곳에 올라서 잠깐 동안 속세와 멀어지는가 싶더니 |
| 吟想興亡恨益新 | 흥망을 되씹어 보니 한이 더욱 새롭구나. |
| 畫角聲中朝暮浪 | 아침 저녁 화각(畵角) 소리에 물결은 흘러만 가고 |
| 靑山影裏古今人 | 푸른 산 그림자 속에 옛 사람도 있고 지금 사람도 있네 |
| 霜摧玉樹花無主 | 옥수(玉樹)에 서리 치니 꽃은 임자 없고 |
| 風暖金陵草自春 | 금릉(金陵) 땅 따뜻하니 풀은 혼자 봄이로다. |
| 賴有謝家餘境在 | 사씨가(謝氏家)의 남은 경치 그대로 살아있어 |
| 長敎詩客爽精神 | 오래도록 시객(詩客)으로 하여금 정신 상쾌하게 하네. |
흔히 「등윤주자화시(潤州慈和詩)」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경물시(景物詩)는 대개 사경(寫景)을 먼저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하여 이 시는 수련(首聯)에서부터 촉급하게 정(情)을 앞세워 회고적인 감상에 흐르고 있다. 수사에도 용공(用工)하고 있는 흔적이 역력하다. 함련(頷聯)에 이르러 서완(徐緩)하게 풀어 주면서 이 작품에서 가장 높은 곳을 보여준다. 시간과 공간을 대응시키면서 무상(無常)을 읊조리고 있다. 시간을 알려주는 화각(畵角) 소리 울리는 가운데 아침저녁 흐르는 물은 다함이 없고 푸른 산 그늘 속에는 옛 사람의 자취도 있고 지금 사람의 자취도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함련(頷聯)이 너무 높아 다시 경련(頸聯)과 미련(尾聯)을 이어나가기에는 이미 기력이 쇠진하고 있는 느낌이다.
『전당시일권(全唐詩逸卷)』에도 이 함련(頷聯)이 등재(謄載)되어 있고 이규보(李奎報)의 『백운소설(白雲小說)』 5번이나 서거정(徐居正)의 『동인시화(東人詩話)』 상권 2번에서 유독 이 함련(頷聯)만을 적시(摘示)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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