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저녁식사와 자기소개 시간
한참 강의를 듣다보니, 허기가 밀려온다. 간식도 넉넉히 준비되어 있고 커피도 맘껏 마실 수 있지만, 무엇보다 때가 되면 곡기를 채워야 ‘호랑이 기운’이 샘솟는다.
6시가 넘어 은진쌤의 강의는 끝났다. 그때 밥을 먹으러 가기 위해 문화관을 나오니, 전주천변엔 노을이 지고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다. 바로 앞엔 보가 있는데 2011년 추석 때 친구와 맥주를 한 캔씩 따며 미래에 대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던 곳이다. 그 장소를 지금은 교컴쌤들과 함께 걸어가고 있으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 대낮에 들어왔는데, 어느덧 해는 기울어가고 있다.
저렴하면서 맛있는 저녁 식사 시간
전주를 잘 모르는 사람이 계획을 짰다면, 한옥마을 근처로 식당을 잡았을 것이다. 그러면 밀리는 인파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했을 것이고, 느긋하게 먹지 못하고 빨리 먹고 나와야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장소섭외는 전주 해성중 쌤들이 했기 때문에, 그런 번잡함을 피할 수 있었다. 남천교를 건너 동서학동주민센터 맞은편에 있는 지정회관으로 들어갔다. 들어가기 전에 가격을 보니 여긴 백반이 육천원 정도로 싸더라. 사람도 많지 않아 느긋하게 먹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었다. 한옥마을과는 불과 1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인데, 이런 차이가 있다. 배가 고픈 나머지 허겁지겁 밥을 먹어 머리를 쓰느라 소모한 에너지를 채웠고, 동태찌개로 주린 속을 풀 수 있었다.
▲ 늘 지나다니던 곳에, 괜찮은 식당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아이 엠 그라운드 자기소개 하기
밥을 먹고 밤거리를 거닐어 향교문화관에 도착했다. 이젠 교컴가족소개와 토론 시간만 남았다.
‘교컴가족소개’는 오늘 처음 온 사람을 호명해주면 그 사람이 일어나 얼굴을 비치고 이름과 소속기관을 말하는 것인 줄 짐작했는데, 그게 아니라 앞으로 한 명씩 나가 자기소개를 하는 방식이었다. 앞에 나가서 나를 밝힌다는 게 멋쩍기도 했고, 정식으로 등록도 한 것이 아니기에 ‘나가도 되나?’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시작부터 강의를 함께 들었고, 오고 가며 얼굴도 마주쳤기에, 나가서 인사를 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가기로 했다.
오늘 모인 쌤들은 대략 60명 정도 되니, 한 사람 한 사람 길게 자기소개를 할 경우 시간이 무한정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자기소개 시간에 제한을 뒀고 그 시간에 맞춰 이야기를 풀면 되었다. 나의 경우 집은 전주지만, 학교는 서울에 있기에 서울팀이 나갈 때 함께 나갔다.
오른쪽에 있는 쌤부터 한 쌤씩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한다. 다행히도 나는 왼쪽 가장자리쯤에 자리 잡았기에 준비할 시간은 넉넉했다. 하지만 한 사람씩 소개가 끝나고 내 차례가 다가올수록 머리는 새하얘지고, 그 자리가 가시방석처럼 느껴졌다. 그쯤 되니 오늘 강연을 위해 혈혈단신으로 단상에 서서 2시간동안 강의를 진행한 권재원 쌤이나 이은진 쌤이 그토록 대단해 보일 수 없더라. 기어코 내 차례가 왔고 난 더듬더듬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준규쌤이 알려줘서 참석하게 되었으며 잘 부탁드린다는 아주 평범하고도 지루한 소개를 했다. 겨우 이걸 말하려 그렇게 머리를 쉴 새 없이 굴렸단 말인가~~ 소개를 모두 마치고 자리로 들어가니, 섬쌤이 “아주 나긋나긋하게 말하던데요”라고 평해주더라. 그건 나긋나긋하다기보다 잔뜩 겁에 질려 벌벌 떠는 말투였답니다ㅡㅡ;;
▲ 서울팀에 같이 합류하여 벌벌 떨며 소개를 마쳤다. 이렇게 긴장될 수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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