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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 겨울수련회 참가기 - 14. 다양한 교육적 고민들이 어우러졌던 교컴 뒷풀이 본문

연재/배움과 삶

교컴 겨울수련회 참가기 - 14. 다양한 교육적 고민들이 어우러졌던 교컴 뒷풀이

건방진방랑자 2019. 10. 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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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다양한 교육적 고민들이 어우러졌던 교컴 뒷풀이

 

 

남부시장의 야시장을 보기 위해 다시 한옥마을 거리를 걷는다. 어느덧 어둠은 짙게 내려 그 많던 인파들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난 이런 고즈넉함을 사랑한다. 조명 빛으로 물든 화려한 무대도 좋지만, 그보다 텅 빈 무대의 스산한 외로움이야말로 나 자신을 위한 순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남부시장에 가니, 이미 야시장은 끝났다고 하더라. 그래서 바로 막걸리집에 올라가 모임의 꽃인 뒤풀이를 할 수 있었다.

 

 

막걸리집 치고 이렇게 안주가 부실할 수가 없다. 하지만 여기서 나눈 얘긴 밀도 높은 얘기였다.

 

 

 

어떤 평가를 할 것인가?

 

교컴쌤들은 일자로 놓인 테이블에 옹기종기 앉았지만, 거기에 모두 다 앉을 수 없어서 우리 8명만 다른 자리에 앉았다. 준규쌤과 함께 앉으니, 앞엔 광주에서 올라오신 중학교쌤 두 분이 앉으셨다. 강의를 들을 때도 앞에 앉아서 자연히 말을 나누게 된 사이이기에 편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 때 나눈 이야기를 모두 기억할 순 없지만, 몇 가지 기억나는 것을 적으려 한다.

첫째, 심양의 국제학교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낸 영어쌤의 이야기인데, 그곳에선 평가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Pass여부만을 평가하며 등급을 표시하긴 하지만, 그게 그 사람을 평가하는 절대 기준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국어를 잘하고 다른 과목을 못할 경우, 다른 과목도 잘하라고 채근을 하기보다 넌 언어능력이 뛰어나고 가능성이 많아라고 이야기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쌤은 시험에 대해 부담을 느끼긴 했지만, 성적이 모든 걸 좌우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진 않았다고 했다.

 

 

도덕수업이 역사수업에 도움이 된다?

 

둘째, 바로 옆에 계신 역사쌤의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는 준규쌤에게 어떤 상상력을 자극하는 듯했다. 나는 영어쌤과 이야기를 하느라 잘 듣지 못했지만, “학교 다닐 때 도덕 선생님에게 배운 내용이 역사 수업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말이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이것은 분과학문의 벽을 넘어선 문사철文史哲의 자유로운 뒤섞임을 말한 것이 아닐까 싶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그 내용이 무엇인지 제대로 한 번 듣고 싶다.

 

 

자연스럽게 이야길 나눴다. 그 중엔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너무 열심히 하려 하지 마세요

 

셋째, 준규쌤은 앞에 계신 쌤들에게 너무 열심히 하려 하지 마세요. 그저 잘리지 않을 정도로 하면 되거든요. 차라리 열심히 하고자 하는 열정을 다른 곳에 퍼부으시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하셨다.

이 말은 이해하기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데, 나의 경우엔 너무 현장에서 열심히 하려 힘 빼지 마세요. 그러면 그럴수록 변하지 않는 현실에, 나 자신의 무력감에 힘만 빠질 뿐이에요. 그렇게 한다고 교육적인 효과가 바로 짠하고 나타나는 것도 아니에요. 그러니 열정을 다른 곳에 퍼붓고 다양한 경험과 공부를 하세요.’라는 말처럼 들렸다. 그 말뜻을 백퍼센트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교사가 학생보다 앞서 가려 할 것이 아니라 반 보 뒤에서 따라가면 되고, 때론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로 이해됐다.

 

 

다른 곳에서도 열띤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학생이 교사를 때렸다는 것에 대해

 

넷째, 준규쌤이 토론시간 맨 마지막에 하려던 말로 충격적이면서도 기억에 오래 남았다.

그 말은 아까 전에 학생이 기간제 교사를 폭행한 사건에 대한 기사를 보여주며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인권이 충돌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했었잖아요. 그때 학교규칙을 강화한다는 얘기도 나왔는데, 그것이야말로 아이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에 나올 수 있는 말이에요. 세월호 사건이야말로 여러 분분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어른들이 의도적으로 구하려 하지도 않았고 얼마나 무책임하고 무관심했는지를 명백히 보여준 사건이에요. 이런 것들을 아이들이 모두 다 지켜봤는데, 거기에 대놓고 학교 규칙을 강화하여 너희들은 규칙을 철저히 지켜라라고 책임을 지우려 한들 과연 통하기나 할까요? 그렇기 때문에 학생이 교사를 때리는 상황은 앞으로 더욱 많이 발생할 거예요.”라는 거였다.

아이들은 어른의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는 말이 있는데, 아마도 그건 형식화된 교육은 어떤 울림도 주지 못하며, 그 외적인 부분이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처럼 아이들은 사회를 보며, 학교를 보며 어른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수도 없이 봐왔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은 꼰대’, ‘진지충이란 단어를 쓰며 어른들의 이중성에 대해 끊임없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그런데 이때 아무리 규칙만을 강화한들, 일장연설만을 되풀이한들 그건 오히려 반감만 더 키우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새벽 1시가 넘어 뒤풀이는 끝났다. 아쉬움을 느낀 쌤들은 숙소에 가서 2차를 진행한단다. 나는 집으로 가야 했기에 전동성당 앞에서 인사를 드리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랜만에 전주의 새벽 밤거리를 걸어본다. 예전엔 일상이었지만, 지금은 모처럼만에 느껴보는 기분이다. 그러니 상쾌하고 싱그러운 기분이 물씬 들었다. 집에 도착하니 2시가 넘었다. 정신은 없었지만, 내 고향 전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이야기를 나눈 날이 기분 좋게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다양한 사람들의 수많은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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