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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 겨울수련회 참가기 - 11. 인성교육이 아닌 인권교육으로 본문

연재/배움과 삶

교컴 겨울수련회 참가기 - 11. 인성교육이 아닌 인권교육으로

건방진방랑자 2019. 10. 2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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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인성교육이 아닌 인권교육으로

 

 

은진쌤은 새 학기가 시작될 때 나는 여러분들을 힘으로 통제하거나 억누르려고 하지 않습니다라고 선언을 한다고 한다. 그 선언을 외치며 아이들과 함께 하나하나 규칙을 만들어간다고 한다. 그 규칙엔 당연히 자신들이 누려야 할 권리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 지켜야 할 의무가 포함되어 있단다.

 

 

선언을 함으로 만인에게 나의 생각을 널리 알린다. 그리고 생각을 덧붙인다.

 

 

 

학생들에게 선언함으로 나를 다잡다

 

이 말을 하던 도중 은진쌤은 선언을 말로 하지 않으면 내가 좋은 사람인 것처럼 아이들에게 비춰집니다. 그러니 아이들은 수동적인 상태로 남아 그 교사와 함께 하는 동안에만 권리를 주장하고 지키려 하고 그 외엔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거죠. 그러지 않도록 저는 아이들에게 교사 한 명이 특별한 존재이기에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이기에 주장할 수 있다는 점에 방점을 찍고 강조해줍니다. 바로 그걸 알려주기 위해 새 학기에 아이들 앞에 서서 이런 선언을 외침으로 시작하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학생의 인권을 중시한다는 건 힘든 일일 수밖에 없다. 단재학교는 10여명의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곳이기에 시작과 함께 규칙도 만들고 중간에 수정하는 것 또한 자유롭지만, 일반 학교의 경우 학생 수가 25명 이상이 되다 보니 수많은 난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아이들 앞에서 함께 선언을 하고 규칙을 만드는 것이기에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애쓰고자 하는 마음에 인권의 핵심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건 어느 순간이고 인권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라는 처절한 외침이다. 그건 교사가 바뀌었다고, 수능이란 절체절명의 시험이 코앞이라고, 심지어 전쟁이 나서 국가의 징집 불호령이 떨어졌다고 무너져선 안 되는 가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현실에서 시시때때로 그런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닌 양 무너지곤 한다. ‘너를 위해서라며 극단적인 경쟁의 장으로 아무렇지 않게 밀어 넣거나, ‘교사도 인권이 있다며 학생을 강압적으로 억누르거나 하는 일들이 발생하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은진쌤은 학생과 교사의 인권이 충돌할 때, 저는 약한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게 진정한 인권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강자의 인권은 어떤 식으로든 인정받지만, 약자의 인권은 늘 억압받고 무시당해 왔으니 그 말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인권선언을 하며 함께 의견을 모아 간다. 대단한 노력이다.

 

 

 

통제가 아닌 지켜볼 수 있는 힘이 있는가?

 

선언이란 말과 함께 중요했던 말은 지켜볼 수 있느냐?’하는 말이었다. 교사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 그렇게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했고, 권리를 외칠 수 있도록 했는데 그 때 개판이 되면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교사에게 말하지 않고 화장실에 다녀와도 된다고 할 경우, 너도 나도 들락거려 수업 분위기가 잡히지 않는다던지, 또는 그걸 역이용하여 아예 다른 곳으로 샌다던지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 교사는 그걸 미리 걱정하여 아예 그런 여지가 생기지 않도록 차단하려 한다. 그래야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이 없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평화로운 학급분위기가 조성된다고 생각하기 쉬우니 말이다.

이에 대해 은진쌤은 물론 처음에 지금까지와는 달리 아이들의 권리를 인정해주고 그대로 할 수 있게 하면 여러 문제들이 발생할 거예요. 아이들도 그런 상황에 놓여본 적이 없으니, 그걸 어느 정도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 모르는 게 당연한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역시 아이들의 권리를 인정해주고 자율성을 주는 건 시기상조이고 학교라는 시스템에선 불가능해라고 단정 짓고 다시 강압적인 교사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그건 서로에게 상처만 줄 뿐이죠. 어찌 되었든 아이들이 자유를 남발하거나, 교사도 어찌해야 할지 몰라 헤매는 건 과도기적 현상이라 볼 수 있어요. 서로 맞춰가는 과정 속에 그런 혼란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죠. 그러니 그 때 혼란에 빠져 과거로 회귀하기보다 그 상황을 함께 경험하고 지켜보며 접점을 찾으려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결국 인권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중심은 지켜봄이라는 데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얼마나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지켜볼 수 있는지, 그리고 그걸 응원해 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그러려면 당연히 교사는 학생은 이래야 해라는 불멸의 아이가 아닌, 감정이 팔팔 끓고 기분이 들쑥날쑥하는 역사적인 아이를 받아들이려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그만큼 당연히 교사에겐 힘든 일일 수밖에 없고, 주위 교사들로부터 안 좋은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평상시에 하는 것처럼 권위로 학생들을 짓누르고 그저 정해진 대로 가르치면 조용하며 면학적인 수업분위기를 만들기 쉬운데 반해, 아이들의 억눌린 소리를 들으려 노력하는 순간 정적은 깨지고 수많은 소음과 갈피를 잡지 못해 분위기가 혼란스러워져 난장판이 되기 쉽다. 이걸 얼마나 지켜볼 수 있으며, 얼마나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중심을 잡아가느냐가 인권교육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토론도 하고, 역할극도 했다. 다채로운 수업이어서 좋았다.

 

 

 

학교 현장이 아닌 삶이란 현장에 선 그대를 응원하며

 

2시간의 강의는 이렇게 끝났다. 은진쌤이 학교에서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는지, 그리고 오늘 강의에서 얼마나 애썼는지 충분히 느껴진 강의였다. 올핸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육아휴직을 했다고 한다. ‘엄마인 교사라는 정체성을 올핸 교사인 엄마라는 정체성으로 바꿔 일 년을 지낼 생각이라고 한다.

며칠 전 초등학교를 다니는 자식을 둔 초등학교 교사가 새벽까지 공부시키는 일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육아란 학습매니저와 동의어로 취급된 지 오래이기에 특별한 내용이라 할 수는 없었지만, ‘초등학교 교사라는 단어가 걸렸다. 교육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교사는 현장에서도, 현실에서도 교육이란 이름의 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휘두를 수 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러웠기 때문이다.

아마도 은진쌤은 인권의식을 통해 교육을 고민하고 실천해왔기에, 이처럼 비정상적인 육아라는 틀에서 벗어나 일 년을 아이와 함께 즐겁게 보낼 것이다. 그렇기에 학교 현장이 아닌, 삶의 현장에서 자식과 함께 생각을 가다듬고 완성해 가는 실천의 장이 되지 않을까. 일 년간 삶이란 장에서 어떤 생각으로 갈무리할지, 여태껏 해보지 못한 새로운 여행을 떠나는 은진쌤을 응원하며 강의 후기를 마치고자 한다.

 

 

전주의 밤이 서서히 깊어져 가고 있다. 밥을 먹으러 가는 길도 싱그럽다. 

 

 

인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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