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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한글역주, 술이 제칠 - 7. 최소한의 성의만 있다면 누구나 가르친다 본문

고전/논어

논어한글역주, 술이 제칠 - 7. 최소한의 성의만 있다면 누구나 가르친다

건방진방랑자 2021. 6. 2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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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최소한의 성의만 있다면 누구나 가르친다

 

 

7-7.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한 다발의 육포라도 가지고 와서 예를 갖추면 나는 누구든지 가르쳐주지 않은 적이 없었다.”
7-7. 子曰: “自行束脩以上, 吾未嘗無誨焉.”

 

배움은 공짜가 되면 안 된다. 공짜로 배우려는 자도 성의가 없는 것이 요, 공짜로 가르쳐주려는 자도 책임감이 없는 것이다. ‘()’라는 글자 속에 고기 육()이 들어가 있듯이 그것은 육포인데, 옛날에는 요기가 될 수 있는 것으로써 돈처럼 통용가치가 있었다. 그 한 다발이면 사실 최소한의 예물이다. 많이 받을래서가 아니라, 그러한 정도의 성의라도 표시하고 배움을 청하는 자에겐 누구에게든지 가르쳐주지 않은 적이 없다. 이것은 공자의 진실한 말일 것이다. 이 말을 매우 추상적인 학문전수로 새기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공자에게 배우러 오는 사람들은 매우 구체적인 기예를 익히러 오는 것이었다. 요즘처럼 책이 구비되어 있었던 상황이 아니다. 아마도 음악을 배우러 오는 사람이 상당히 많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말은 동네 피아노학원에서 한 달에 한 10만원 가량 내고 피아노를 배우는 것 정도의 느낌일 것이다. 공자는 교육에 있어서 일체 계급적 한계를 두지 않았다.

 

속수(束脩)’를 의관을 정제하고 예를 갖춘다[束帶脩飾]는 식으로 추상적으로 새기기도 하고, ‘결발속수(結髮束脩)’의 뜻으로 새겨 상투를 트는 나이로 풀이하기도 한다. ‘자행속수이상(自行束脩以上)’을 정현은 열 다섯 살 이상이면이라는 식으로 풀 었다(투루판吐魯番사본). 모두 시원찮은 해석이다.

 

 

()’라는 것은 육포이다. 이 기다란 건육 열쪽을 한 (, 다발)’이라고 한다. 예로부터 사람이 서로 만날 때에는, 반드시 폐백 등 예물[()]을 지참하여 예의를 갖추었으니, 실상 한 다발의 육포라는 것은 최소한의 가벼운 예물이다. 대저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모두 같이 보편적인 리()를 구유(具有)하고 있으니 성인께서는 사람을 대할 때 차별없이 선()으로 들어가기를 바라지 아니 하신 적은 없다. 단지 찾아와서 배울 줄을 모른다면, 찾아가서 가르쳐주는 예라고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를 갖추어 찾아온다면,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 脯也. 十脡爲束. 古者相見, 必執贄以爲禮, 束脩其至薄者. 蓋人之有生, 同具此理, 故聖人之於人, 無不欲其入於善. 但不知來學, 則無往敎之禮, 故苟以禮來, 則無不有以敎之也.

 

 

주희의 주석이 참으로 걸작이다. 과도한 사명감이 인류를 망친다. 찾아 오지 않는 사람을 가르치러 다닌다는 것처럼 미친 짓은 없다. 보편교육은 반드시 제도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다. 고등교육은 반드시 자발성을 전제로 해야하는 것이다. 유교에서는 전도주의(evangelism)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기독교의 전도주의가 기독교의 강점이기는 하지만, 전도주의는 제국주의의 아성일 뿐이다. 기독교가 전도되기 이전에 이 지구상의 모든 문명은 아름다운 자체의 자생적 신념ㆍ신앙ㆍ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기독교의 전도주의는 그것을 파괴했을 뿐이다. 개선이라고는 없다. 개선은 오직 기독교와 결부되어 유입된 과학적 합리성의 덕분이었다. 기독교의 모체인 유대교도 전도주의가 없다. 우리의 서낭당이나 일본의 신토이즘도 전도주의가 없다. 기독교만이 땅끝전파의 독단과 독선을 가지고 있으나 그것은 본시 예수의 말이 아니었다. 4복음서 속에는 그런 말이 없다. 배우려 찾아오지 않는 자를 찾아가 가르치는 예라고는 없다! 천하의 명언이 아닐 수 없다.

 

 

 

 

인용

목차 / 전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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