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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4부 범람하는 유머 열정의 패러독스, 1장 유머는 나의 생명!, 중국 아이와의 우정 본문

문집/열하일기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4부 범람하는 유머 열정의 패러독스, 1장 유머는 나의 생명!, 중국 아이와의 우정

건방진방랑자 2021. 7. 1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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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아이와의 우정

 

 

그 숱한 엑스트라들 중에 아역이 없을 리 없다. 호삼다(胡三多)라는 꼬맹이 친구가 바로 그다. 나이는 열두 살, 얼굴이 맑고 깨끗하며 예도에 익숙하다. 일흔세 살된 노인과 함께 곡정 왕민호에게 글을 배운다. 매일 새벽이면 삼다는 노인과 함께 책을 끼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발걸음을 맞추어 와선 곡정을 뵙는다. 곡정이 바쁠 때면, 노인은 즉시 몸을 돌려 동자인 삼다에게 고개를 숙이고 강의를 받고선 간다. 돌아가선 여러 손자들에게 다시 배운 바를 가르쳐준다고 한다. 노인은 스스럼없이 어린 삼다를 동학(同學) 혹은 아우라 부른다. 연암은 이들 짝궁을 보고, “늙은이는 젊은이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젊은이는 늙은이를 업신여기지 않[老者不恥 稚者不侮]”는 변방의 질박한 풍속에 감탄해 마지않는다.

 

한번은 부사가 삼다에게 명하여 복숭아를 시로 읊게 하였더니 운을 청하여 그 자리에서 지었으되 문장과 이치가 두루 원만하여 붓 두 자루를 상으로 내렸다. 또 한번은 통관 박보수의 덩치가 엄청나게 큰 노새가 뜰 가운데서 마구 달음질치는 것을 보고 삼다가 재빨리 나가 그 턱밑을 구슬러 목줄띠를 쥐고 가니, 노새가 머리를 숙인 채 굴레를 순하게 받는다.

 

또 어느 날은 정사가 창을 비켜 앉았을 제, 삼다가 그 앞을 지나치기에 정사가 그를 불러 환약과 부채를 주었더니 삼다가 절하고 사례하면서 이내 정사의 성명과 관품을 풀었다(경개록). 귀엽고 당돌하기 짝이 없다. 연암도 홀딱 반했던가보다. 삼다를 묘사하는 그의 필치에 애정이 뚝뚝 넘쳐흐르는 걸 보면.

 

 

 

 

인용

목차

열하일기

문체반정

박지원 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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