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
01년 4월 26일(목), EENT-30 BMNT+30
태초에 지상낙원이라 할 만한, 에덴동산이 있었고 그곳엔 오로지 평화만 있었다고 성경(聖經)에 기록되어 있다. 그런 평화의 극치를 누렸던 그곳은 인간의 허무한 이기적 욕심으로 인해 산산이 부서지고, 오로지 결과물론 피와 땀을 흘려야만 비로소 자기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노력과 고생만이 남았다. 그게 바로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삶의 무게’인 것이다. 굳이 이런 따위의 신화적인 얘길 하지 않더라도 각자가 지금까지 적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뼈저리게 느낀 바가 있을 것이기에 잘 알 것이라 믿는다.
이런 ‘삶의 무게’를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에 따라, 우린 사람을 두 분류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적극적으로 그 사건을 막고 품음으로 그 사태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겪어나가는 사람과 소극적으로 그 사건을 회피하려고만 한 나머지 자멸 및 파멸의 상태에 이르게 되는 사람으로 말이다.
여기서 탐구해 보고자 하는 사람은 바로 두 번째 부류의 사람이다. 어제 7연대 쪽에서 한 이병이 탈영을 했다. 이 이병이 바로 두 번째 부류의 대표적인 예라 할 것이다. 그 이병이 그렇게 탈영하는 바람에, 우린 꼼짝없이 All Night를 해야 될 상황에 놓였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냉혹한 북방의 밤바람과 새벽바람을 방벽 없는 날개 진지에서 그대로 전면 맞고 있으려니, 삶의 무기력증이 몰려옴과 동시에, 내 맘속 깊이 ‘그 ㅅㄲ 땜에 우리가 이렇게 고생해야 하나? 그럴 바에야 차라리 내 쪽으로 와서 잡혀라. 니 덕에 포상 휴가나 가자!’라는 악다구니를 하며 불만을 토로하게 되더라. 그렇게 삶을 저버린 자를 우린 멸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현실에서 알 수 있듯이, 그 탈영병은 저버림을 택한 것이다. 나 역시 가끔씩은 개인의 삶을 존중하는 사회생활에 대한 향수 때문에 비현실적인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그런 생각은 비현실임을 자각하기에 강하게 뿌리치곤 한다. 하지만 그 사람은 결국 비현실감에 젖어들어 그러한 일을 벌이고 만 것이다. 물론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요소요소에 작용했을 것이다. 모든 군대의 상황은 각각 다 다를 테니 말이다. 하지만 모두 다 걱정과 고민은 있기에, 핑계 없는 무덤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기에, 그저 타인에게는 구차한 변명에 그칠 뿐이다.
그렇다면 그 한 개인이 삶을 회피하므로 주변에 끼친 결과는 무엇인가? 분명 그 이등병의 인생 전반이 암울해진 건 자명한 사실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괜스레 고통을 주었다는 것이다. 여기선 ‘괜스레’란 단어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는데, ‘괜스레’란 단어의 의미는 그 사람들에 대하여 적대감이 있든 말든 그 사람들에게 대단한 피해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 사람과 관계된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쳤을 뿐 아니라, 그 주변인인 군 고참, 그 소대 주변 병력들, 그 소대 주변 인가 주민들에게도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끼쳤다. 그건 곧, 한 개인이 자기의 책임을 저버림으로, 곧 주변 사람들은 엄청난 피해를 입은 결과를 눈으로 확인해 본 셈이다.
저버림, 그건 어쩔 땐 생각 이상의 고통을 느끼게 해줌으로 생과 사를 동일선상에 놓이게 한다. 그렇게 되면 죽음에 대해 오히려 매혹됨을 느끼기에, 자살을 택하는 뭇 사람을 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늘 그렇진 않지 않은가! 때론 신선한 행복들이 자리하고 있기에 삶을 즐겁게 만들어주지 않던가! 그러하기에 옛 성현들은 삶을 새옹지마(塞翁之馬)란 사자성어로 표현해 놓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우린 우리의 삶의 무게 자체의 무기력증에 빠져 회피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게 아니라 언젠가 있을 행복의 순간을 떠올리며 내 주위 사람들의 맘속에 아픔을 주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 시기를 버텨나가야 할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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