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의 히트
바울이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을 무시간적으로 표백시켜 그 속죄론적 의의만을 강조했던 것과는 달리, 마가는 오히려 생동치는 한 역사적 인간으로서 갈릴리의 평원에서 활동한 예수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바울이 하나님의 아들의 죽음을 논술했다고 한다면 마가는 나사렛 예수의 삶을 기록했다. 여기에 최초의 복음서라는 문학장르의 탄생의 역사적 의의가 있다. 초대교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기적과 영광과 권세의 수퍼 히어로(a super-hero), 신인(神人, a divine man)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면, 마가는 그러한 교인들에게 완전히 다른 복음의 드라마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마가의 예수는 힘이 없었고 연약했으며, 사람들을 치유하고 권면했으며, 수난 속에 죽어갔다. 이러한 십자가를 통해 그는 역설적으로 그의 케리그마(kerygma, κῆρυγμα)를 드러내려고 했던 것이다. 그것은 위대한 수난극이었다.
역사성과 초역사성, 신화와 사실, 전승과 창작, 말씀과 서술, 추상과 구체, 삶과 죽음, 좌절과 희망, 이 모든 양면성을 구비한 복음서라고 하는 문학장르의 출현은 초대교회에 있어서는 공전의 히트였다. 뿐만 아니라 헬레니즘 세계에서 그것은 유례가 없는 새로운 문학양식의 출현이었다. 이 이후의 모든 복음서 집필은 마가가 제시한 최초의 복음서양식의 기본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마가양식에 대한 가감일 뿐이다. 공관복음서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복음서라고 하는 요한복음서조차도 마가의 복음서양식의 딥 스트럭춰(deep structure)를 전혀 일탈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바울이 가르친 기독교와는 계보를 달리하는 새로운 운동이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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