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다 요새
AD 70년 유월절 기간 동안에 티투스의 4개 군단과 강력한 지원군에 의하여 예루살렘 성전의 처참한 파괴가 이루어진 이 사건으로 6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났다.(사망자가 100만 명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자그마치 팔레스타인 유대주민의 4분의 1이 죽은 것이다. AD 73년, 아마도 74년초까지 사해의 서쪽해안 난공불락의 산 정상에 있는 마사다 요새에서 항쟁을 계속했던 유대의 독립투사들은, 금남로 도청에 포위되었던 광주시민처럼 상황이 도저히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자결을 결정하였다. 지하의 수도관에 숨어있던 두 명의 아낙과 다섯 어린이들만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유대인 독립투사들의 비참한 항쟁의 종말을 지켜보았다. 마사다 요새를 로마군이 함락시켰을 때는 시체만 즐비하게 널려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지금 너무 한가하게 복음서를 읽고 있다. 복음서는 바로 이렇게 절박한 시대상황 속에서 ‘기쁜 소식’을 유대인들에게 가져다주기 위해서 쓴 것이다.
너희가 예루살렘이 군대들에게 에워싸이는 것을 보거든 그 멸망이 가까운 줄을 알라. … 저희가 칼날에 죽임을 당하여 모든 이방에 사로잡혀 가겠고 예루살렘은 이방인의 때가 끝날 때까지 이방인들에게 짓밟히리라. (눅 21:20~24)
후에 로마황제가 된 티투스(Titus, AD 39~81, 최초의 유대 출정대장인 베스파시안의 아들, 베스파시안도 70년에 황제 즉위, 티투스는 AD 79~81 재위)가 예루살렘 성전을 파괴하면서 대제사장 외에는 아무도 절대 범접할 수 없는 지성소(the Holy of Holies)【대제사장도 일 년에 단 한 번 속죄의 날(Day of Atonement, 욤 키푸르, Yom Kippur)에만 들어갈 수 있었다】에 들어갔을 때, 온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성소를 더럽히지 않게 하기 위하여 천지가 진동하며 어둠이 깔리고 하늘에서 벼락이 때려 로마군단을 싹 쓸어버리실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티투스는 끝까지 저항하는 혁명당원들을 밀어붙이며 유유히 지성소로 들어갔다. 70년 제5달 제10일 대낮이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솔로몬성전이 바빌론에 의하여 파괴된 날과 같은 날이었다. 그리고 지성소 안에 있었던, 야훼께서 임하시고 계시다고 믿는 그 성스러운 젯상(the table of the Presense)과 메노라(Menorah)라고 하는 일곱 금촛대를 승리의 기념물로 약탈해가버렸다(로마로 이송), 유대인들이 아브라함으로부터 믿어왔던 야훼가 눈을 딱 감아버린 것이다. 유대인의 야훼신앙은 하나의 신화적 환상으로 증발해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야훼신앙을 토대로 한 선민의 민족적 프라이드가 여지없이 짓밟히고만 것이다. 지성소파괴의 이 비극적 장면은 오늘날 로마의 로만 포럼(Roman Forum) 폐허의 입구에 자랑스럽게 서있는 티투스황제 개선문(The Arch of Titus, AD 81) 상단의 모상들에 자세히 묘사되고 있다.
만군의 여호와여
주님의 성막이 어찌 그리 아름다우니이까!
여호와의 궁전을 사모하여
내 영혼이 애타다가 지치옵나이다. ……
주의 궁전에서의 한 날이
다른 곳 천 날보다 낫사오니
악인의 장막에 거함보다
내 하나님 전의 문지기가 되오리이다. (시 84:1~10)
이토록 시인들에 의하여 아름다웁게 찬양되었던 궁전이 이제는 잿더미의 폐허로 변해버린 것이다.
날이 이를지라. 네 원수들이 토성을 쌓고 너를 둘러 사면으로 가두고, 또 너와 및 그 가운데 있는 네 자식들을 땅에 메어치며 돌 하나도 돌 위에 남기지 아니 하리니…… (눅 19:43~44)
돌 하나도 돌 위에 놓여 있을 수가 없었다. 성전과 도성이 파괴됨으로써 유대교는 그 가시적인 중심점을 완전히 상실해버린 것이다. 유대민족의 최대의 좌절이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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