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테사론
4복음서의 체제는 언제 출현했는가? 요한복음만 해도 AD 150년 이전에는 그것이 존재했다는 확증을 던져주는 물리적 근거는 없다. 요한복음 18장의 몇 줄을 포함하고 있는 라일랜드 파피루스(Rylands Papyrus 457)나 요한복음을 참고했다고 사료되는 어떤 복음서의 일부를 포함하고 있는 에게르톤 파피루스(Egerton Papyrus 2)가 모두 AD 150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AD 172년 경에는 디아테사론(Diatessaron)이라고 하는 4복음서체제가 출현하기에 이른다. 디아(dia)라는 말은 ‘통하여’(through)라는 말이다. 테사론(tessaron)이란 ‘넷’(four)이라는 뜻이다(속격), 마가복음 2:3의 ‘네 사람에게’라 할 때 쓰였던 단어다(요 11:17 등), 당시 디아테사론이란 음악용어였는데 네개의 다른 음부(音符)가 합쳐서 하나의 하모니를 이룬다는 뜻이었다. 사실 이 디아테사론이야말로 마르시온(Marcion, ?~160) 정경의 출현이래 기독교의 미래를 결정한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2세기 중엽에 존재하는 성서콜렉션으로서는 가장 광범위하고 가장 정교하고 가장 정통적인 최고(最古)의 텍스트였다.
그리고 이 4복음서를 같이 모아서 하나의 화음을 낸다고 하는 발상 속에는 이미 깊은 성서신학적 철학이 들어있다. 서로 충돌되는 모순되고 아귀가 들어맞지 않는 4복음서를 한 데 묶었다는 데 기독교가 영원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정경화(canonization)의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다름(difference)이 없이는 조화(harmony)란 있을 수 없다. 다름이 없이는 같아짐도 있을 수 없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유앙겔리온을 한군데 모아 정경화 작업의 최초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데 디아테사론의 위대성이 있다.
20세기 성서신학의 최대성과 중의 하나인 양식사학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도 하나의 동일한 자료가 계속 다른 양식(form), 다른 삶의 자리(life setting)에서 출현한다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연구는 4복음서의 비교연구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이룩했다. 만약 기독교성서가 1복음서체제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것은 악몽이었을 것이다. 4복음서의 충돌과 조화야말로 영원히 기독교를 가톨릭교회 도그마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는 성서적 근거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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