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마르시온의 등장
유대인 성경의 부정
그러나 바울의 생애기간 동안에는 이 유대화파들과 이방인 사이의 알력은 강력히 유지되었다. 그의 모든 추상적 논변들이 구체적으로 의미하는 것은 한 편에 치우친 이해 관계를 피해가기 위한 이론적 장치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적 장치 때문에 바울의 서한은 오히려 구체적 역사정황을 초월하는 보편성, 영원성을 획득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바울의 사후에도 유대인기독교도들과 이방인기독교도들 사이의 알력은 첫 세기 내내 지속되었다. 그러나 기독교는 2세기 초반부터는 이미 유대인들의 압력으로부터 떠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2세기 중엽에는 완전히 유대교로부터 독립되었고 더 이상 유대인들의 종교가 아니었다. AD 144년에 정통교회조직으로부터 이단으로 간주되어 파문당한 마르시온(Marcion, ?~160)이 기독교는 구약전통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야 한다고 설파하면서 구약의 폐기를 강력히 주장했던 것도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기독교도들이 믿는 하나님은 근원적으로 구약의 하나님, 그러니까 유대인들이 믿는 하나님과는 전혀 다른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구약의 하나님은 율법의 하나님이며, 질투와 저주와 보복의 하나님이며, 잔인하고 허황되고 화 잘 내고 믿기 어려운 하나님이다. 이런 폭군적인 하나님을 사랑과 자비와 용서와 믿음을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드러내는 새 언약의 하나님을 믿는 크리스챤들이 믿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대 로마교회에서 사용하고 있었던 구약성경을 파기할 것을 요구했다. 마르시온은 원래 소아시아의 시노페(Sinope, 흑해 남쪽의 뾰족하게 튀어나온 곳의 해안도시, 파플리고니아 지방)에서 태어난 사람이며 당대 크게 선박업을 운영하는 부상(富商)이었다. 그는 기독교에 심취했고 특히 사도 바울의 서한들을 깊게 탐독했다. 그리고 당대 세계기독교의 센터노릇을 했던 로마교회에 나타나 20만 세스터스(은화)라는 거금의 연보를 했다. 그리고 그의 주장은 많은 신도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런데 왜 마르시온을 파문시켰을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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