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대담 2일차 - 티벹과 중국의 미래 본문

고전/불경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대담 2일차 - 티벹과 중국의 미래

건방진방랑자 2022. 3. 20. 17:00
728x90
반응형

티벹과 중국의 미래

 

 

저는 티벹의 문제를 매우 가슴아프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지금 성하께서 지적하신 그 타협의 문제와 관련하여 티벹이야말로 이상적인 어떤 인류문명의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한 문명이었습니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며, 지식과 삶이 화해하며, 모든 종교적 신념이 관용되며, 전통적 가치가 서구적 물질문명 앞에 일방적으로 무릎을 꿇지만은 않는 그러한 인류문명의 본보기로서 존속될 가치가 있는 문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소중한 독자적 문명을 강압적인 수단에 의해 일방적으로 파괴하고 서구문명의 모든 병폐의 쓰레기더미로 만들어버리는 중국정부의 소행은 인류의 공동의 미래를 위하여, 그리고 중국자신의 미래를위하여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닙니다.”

 

지난달에 저는 홍콩에서 활약하고 있는 어느 중국학자와 이런 문제에 관해 깊은 토론을 했습니다. 그는 중국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다음의 세 방면으로 나누어 고찰했습니다. 첫째는 경제문제입니다. 어찌되었든 중국은 지금 경제발전을 지고의 목표로 삼고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장경제(market-oriented economy)를 도입했고, 또 공산치하에서 이룩한 경제적 토대를 활용하여 그런 대로 새로운 시대에 잘 적응해나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과거의 리지드한 경제상황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죠. 둘째는 정치적 상황입니다. 공산당정권은 경제적 문제와는 달리 정치적 문제에 있어서는 매우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으며 보다 개방적인 정치체제를 허용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파우어의 기반이 흔들리는 것을 감당키 어려운 것이지요. 그러나 거시적으로 보면 이러한 정치적 상황도 분명히 개선될 것입니다. 보다 개방적인 정치체제로 서서히 이행해 나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중국의 진정한 문제는 세 번째 방면에 있습니다. 그것은 도덕방면이며 문화방면입니다. 그것은 중국문명의 총체적 위기상황(cultural crisis)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즉 중국공산당은 1949101 페킹에 인민정부를 수립한 이래 맑시스트 이데올로기에 대한 완벽한 믿음의 기초 위에서 완벽하게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신념에 불타있었습니다. 이러한 중국적 신념을 마오이즘이라 불러도 좋고 맑스레니니즘 혹은 콤뮤니즘이라 불러도 상관 없습니다. 이들은 이러한 공산주의 신념 때문에 자신들이 지녀왔던 모든 전통적 가치는 신중국을 건설하는 데 모조리 방해가 될 뿐이라는 성급한 판단을 실행에 옮겼던 것입니다. 더 이상 유교적ㆍ불교적ㆍ도교적 가치가 새로운 사회건설을 위하여서는 타당성이 없다고(irrelevant) 판단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지난 50여 년 동안 새로운 중국의 인민들에게 계급투쟁만을 가르쳤고, 전통적 가치의 타도를 가르쳤습니다. 그들이 가르친 것은 증오’(hatred)였습니다. 전통적 인()의 가치, 서로의 인간성을 존중할 줄 알며, 또 약한 자를 도와줄 줄 아는 마음씨, 온유와 사랑, 양보와 희생, 이런 것들이 갑자기 무용지물이 되고 악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우리가 홍위병과 같은 어린애들 장난의 파괴적 광대짓을 보면 얼마나 그 가치전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었는지를 알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중국의 노력의 결과로 공산주의가 소기하는 바 무계급의 평등사회’(classless equal society)가 도래했다고 한다면, 그러한 가치전도조차도 그 나름대로의 역사적 효용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이 지구상의 공산주의의 모든 실험, 무계급사회의 건설은 하나의 춘몽이었다는 사실이 너무도 여실하게 입증되었습니다. 그들은 꿈을 꾸고 있었던 것입니다. 실현될 수 없는 목표를 실현시킬려고 너무 무리한 짓들을 한 것입니다. 그들의 이데올로기의 목표 그 자체가 현실성이 없는 것이라면 그 이데올로기의 정당성 그 자체가 의미를 상실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진보주의의 기준처럼 생각되었던 시절에는 자유라는 가치는 서구 제국주의에 복무하는 비열한 사치ㆍ태만인 것처럼 간주되어 왔지만, 사실 아시아제국에 있어서 자유라는 가치의 최대의 의미는 저는 전통문화의 보존과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어떻게 살려나가느냐 하는 문제와 관련된 창조적 혼돈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여태까지 그러한 창조적 혼돈이 허용되지 않는 50여년 반세기의 세월을 살아왔기 때문에 생긴 정신적 공백을 메꿀 길이 없습니다. 경제적 발전과 정치적 상황이 개선되면 개선될수록 도덕적 상황은 악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정신적 공백 때문에 범죄, 마약, 이기주의, 물질만능주의, 관료들의 부패, 도덕적 해이, 이러한 문화의 총체적 위기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입니다.

 

나도 한때는 신중국 건설의 박력있는 모습을 관람하고 무엇인가 새로운 역사의 방향이 생겨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티벹국민의 미래를 위하여 부디즘과 맑시즘을 창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가 하는 고민까지도 심각하게 해보았습니다. 불교는 공산주의 이념을 배타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인간의 평등이나 신이 없는 세속적 가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모두 한 시대의 유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미 지나가버린 폐허의 황량한 모습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맑시즘의 종언은 곧 서구적 계몽주의의 낙관론의 종언을 의미합니다. 이제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계는 더 이상 계몽주의적 가치의 일방적 우세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서방과학문명의 강점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강점과 우리문명의 전통적 가치의 강점을 창조적으로 결합하는 새로운 작업을 해야하는 것입니다. 이 새로운 작업의 진정한 바탕은 자유입니다. 중국과 같이 자유가 없는 곳에서는 그러한 작업이 불가능합니다. 자기 자신의 파멸도 부족해서 티문화까지 근원적으로 파멸로 몰아가려는 그들의 태도는 정말 인류의 비극이요 인간의 비극입니다.”

 

 

 

 

인용

목차

금강경

반야심경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