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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대담 2일차 - 과학적 가치의 정립 본문

고전/불경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대담 2일차 - 과학적 가치의 정립

건방진방랑자 2022. 3. 2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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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가치의 정립

 

 

그리고 나는 최근에 나의 EBS 노자강의에서 21세기의 인류의 당면과제로 제시한 세 가지 문제를 거론하면서 다시 과학의 주제를 접근해 들어갔다.

 

저는 최근 우리 한국사람들을 위한 테레비강의에서 21세기 인류가 당면한 과제로서 세 가지를 들었습니다. 그 첫째가 인간과 자연환경의 화해고, 그 둘째가 지식과 삶의 화해고, 그 셋째가 종교와 종교간의 화해였습니다. 그런데 세 번째 주제는 이미 우리가 어제 심도있게 토론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인간과 환경의 문제, 그리고 인간의 지식이 인간의 삶으로부터 유리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인간의 지식이 과도하게 인간의 삶의 본연을 제어하고 있는 상황, 이런 것들은 모두 과학이라고 하는 세계사적 주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과학의 발전이 인간을 자연을 파괴하는 정복자의 모습으로 만들고, 인간의 지식이 삶의 본연 위에 군림하는 엉뚱한 결과를 자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종교적 진리를 생각할 때에 있어서도 너무 지나치게 과학에만 의존해서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과학을 어떻게 이해하느냐 하는 문제와 관련된 것입니다. 대체적으로 말해서 19세기부터 20세기 전반까지의 과학의 대체적 동향은 말씀하신 대로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만 파악했으며, 인류문명의 증진을 위하여 개발되고 파괴되어야 할 대상으로 파악했습니다. 즉 자연에 대한 인간의 우월성을 의심할 바 없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인간이 자연과 조화됨으로써만이 살 수 있는 존재라고 하는 인간과 문명의 한계 상황을 깊게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인류는 과학과 기술(science and technology)의 진보가 인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리라는 지나친 신뢰를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부터 과학의 이러한 태도가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인류는 과학과 기술의 진보에 대한 한계를 자각하기 시작했으며, 과학 자체도 인간문명의 물질적 충족만이 지상의 과제가 아니라고 하는 새로운 방향성을 획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과학 자체가 직선적 진보사관의 한계를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자연의 불확정적 제상황을 고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물질적 세계에 대한 관심만이 과학의 대상이 아니며 정신적 세계에 대한 새로운 탐구도 물질과 더불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물질 자체가 궁극적으로 인간과 독립해서 고독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새로운 인식론적 상황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어쩌면 현대첨단과학에서는 물질 자체가 정신화(spiritualized)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인간은 궁극적으로 자연에 군림하는 오만한 존재가 아니라 자연과 타협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인식이 새롭게 태동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생각하기에는 인류가 이제 과학과 기술문명이라고 하는 충격을 통과하면서 성숙한 단계로 진입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어제 우리가 과학과 불교를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분위기를 배경으로 해서만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문제는 그러한 성숙한 과학인식이 문명의 현실태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출발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특히 문제는 과학을 생산한 서양에서 심각하다기보다는 과학문명을 흡수하면서 뒤따라가는 개발도상국가의 경우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서양에서 이미 20세기 전반의 과학에서 20세기 후반의 과학으로 전환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는 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인간세에 바람직하지 못한 많은 현상들을 야기시켰기 때문입니다. 인간소외, 범죄, 이기주의, 도덕의 해이, 물질적 풍요 속에 퇴락되는 인간의 가치, 소박한 심미성의 상실, 이러한 비극적 상황들을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비극을 체험한 서양인들은 때로 동양에서 지혜를 구하려고 하지만, 이미 동양은 그들의 비극을 이제 반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아이러니의 상태에 있는 것입니다. 그들이 구루(guru)라고 찾은 동양인이 때로는 본질적으로 그들보다 더 타락한 물질주의자일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동양인(반드시 지역적인 개념으로 쓰고있는 말은 아님)들은 서양의 위기상황을 앞서 파악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서양의 제국주의는 그러한 후진국가들의 주체적 인식이나 행동을 허용하질 않습니다.”

 

물론이지요. 그러나 그러한 현상적 상황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아시아의 제국들은 점차 그러한 한계상황을 감지할 때까지 죽으라고 개발은 하겠지만, 결국은 그 한계를 깨닫게 되겠지요.”

 

그러나 그러한 식의 한계상황인식은 비극입니다. 이미 때가 늦으니까요. 그전에 인류의 파멸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전통적 가치와 근대과학적 가치 사이에 어떤 방식으로든지 현명한 타협점을 발견해야 합니다. 그러한 타협점을 발견하지 못하는 문명은 생존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달라이라마는 어떠한 문제에 오든지 포괄적인 세계사인식을 가지고 정확하게 대처했다. 그는 문명첨단의 모든 문제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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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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