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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자전거 일주기 - 25. 제주에서의 마지막 식사와 여행의 마무리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제주도 자전거 일주기 - 25. 제주에서의 마지막 식사와 여행의 마무리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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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제주에서의 마지막 식사와 여행의 마무리

 

 

김만덕기념관을 둘러보고 나오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이중섭미술관에선 이중섭을 만나 가슴 뭉클했었는데 여기서도 김만덕을 직접 만나 가슴 절절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김만덕은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의 사람이고 이중섭은 50년 전의 사람이지만, 기념관과 미술관을 둘러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그들 또한 나와 전혀 다르지 않은 팔팔 끓는 가슴을 지닌 사람이었다는 걸 알겠더라. 이래서 맹자는 옛 시를 읊고 옛 글을 읽었는데도 그 사람을 모른다고 한다면, 그건 말도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옛 사람이 살던 때를 말할 수 있게 되니, 이것이야말로 옛 사람을 벗 삼는다(尙友)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나 보다. 그들을 통해 나도 그들과 벗이 되었으니 말이다.

 

 

이번에 제주에 와서 이 두 사람을 만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제주에서 원없이 먹은 해장국

 

김포공항 비행기표는 115분에 출발한다. 지금은 1030분이니 점심을 먹고 자전거를 반납하고 공항에 가더라도 매우 넉넉하다. 그래서 어제 동문시장으로 저녁거리를 사러 가는 길에 본 음식점으로 점심을 먹으로 가기로 했다. 어제 갈 땐 어둠이 깔려 있어 음식점 이름을 잘 볼 순 없었지만 넓은 주차장에 사람들이 왁자지껄 얘기하는 모습이 보여 이곳이야말로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진정한 맛집인가 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김만덕기념관에서 채 10분도 되지 않아 도착했는데, 좀 이른 점심 시간대임에도 이미 여러 명이 있더라. 역시나 어제 생각한 대로 현지인의 맛집임이 확실하다^^ 이름하야 봉 해장국집이다. 봉황새 봉이나 용은 동양사회에서 상상 속에 존재하는 매우 신비한 동물로 엄청나다’, ‘대단하다라는 뜻을 표현하고자 할 때 쓴다. 음식점 이름의 디자인에도 봉자가 한자와 한글이 함께 디자인된 걸 보면, 주인의 음식에 대해 자부하는 마음을 충분히 알 수가 있다(다 먹고 나서 알아보니 음식점 이름은 자신의 이름을 따서 지은 걸 알게 됐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데엔 그만한 맛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음은 마찬가지다). 들어가선 기본인 해장국 말고 양해장국을 주문했다. 국물은 맑았지만 푹 고았는지 깊은 맛이 난다. 그리고 일반 해장국은 선지와 고기가 들어가 있고 음식점에 따라 맑은 국물이나 빨간 국물이 나눠지는데 반해, 여긴 일반 해장국은 빨간 국물로, 양해장국은 맑은 국물로 나눠진다. 해장국 안에 양과 당면, 그리고 고기가 듬뿍 들어가 있었다. 제주에서의 마지막 식사이니 그 순간을 음미하듯 천천히 먹었다.

 

 

어제 이곳을 갔을 땐 칠흑같은 어둠이 있던 곳이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정말 많아서 현지인 맛집이려니 했던 거다.  

 

   

표선에서 해장국을 먹을 때도 그랬지만, 이 음식점도 특이하게 굴과 무를 빨갛게 무친 밑반찬을 내준다. 굴의 바다향과 함께 잘 버무려진 무의 알싸한 맛, 그리고 고춧가루의 매운맛이 하모니를 이룬 이 밑반찬을 맛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해장국집에 올 이유가 충분하다. 해장국은 고소하고 맛있지만, 자주 먹으면 약간 느끼해진다. 이때 굴무침을 먹으면 언제 느끼했나 싶게 청량한 맛이 입 안에 감돌아, 다시 해장국의 고소한 맛이 그리워진다. 이렇게 두 음식의 궁합이 잘 맞으니, 체인점 해장국집을 갈 게 아니라 이걸 맛볼 수 있는 이 해장국집에 가야만 한다.

 

 

해장국이 나왔다. 맛있는데 특히 굴과 무를 무친 음식은 궁합이 최고라, 다음에도 꼭 찾고 싶은 곳이다.   

 

 

 

환한 햇살이 여행의 마무리를 축하해주다

 

자전거를 반납하러 대여점으로 가는 길은 오르막길로 되어 있다. 천천히 오르고 있으니 하늘이 맑게 개며 해가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더라. 제주에 도착했던 날에 그 환한 제주의 햇살을 봤었고, 우도에 들어갔을 때도 잠시 본 이후 이렇게 강하게 내리쬐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고 있으니 살맛이 저절로 났다. 그뿐인가, 햇살이 비침과 동시에 저 멀리엔 한라산까지 완벽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며 여기가 바로 제주라고 환영해주는 것만 같더라. 그걸 보며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 제주가 자전거 여행을 잘 마친 나에게 주는 선물 같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1월에 하는 자전거 여행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추위도 추위지만, 전혀 방한대책을 갖추지 않고 기분 따라 자전거 여행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 좋게도 기온은 영상 4도를 유지하며 얇은 장갑마저도 답답하게 느껴지게 할 정도로 포근했다.

오히려 추위보단 바람이 자전거 여행을 힘들게 만드는 복병이었다. 어제와 그젠 하늘까지 잔뜩 흐리고 바람도 심하게 불어 아무리 페달을 밟아도 자전거가 굼벵이 기어가듯 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이와 같은 경험을 2015년에도 했었다. 그땐 달성군에서 서울까지 67일간 자전거 여행을 단재 아이들과 했었는데, 여주를 지날 때 엄청나게 바람이 불어재껴 우리의 갈 길을 막았었다. 그래서 그날 저녁에 인터뷰를 했을 때 민석이는 거의 목적지(올림픽 공원)까지 다 와서 좀 편안히 달릴 수 있으려나 기대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맞바람이 불어 엄청 힘들더라구요라고 말할 정도였다. 뭐니 뭐니 해도 자전거 여행의 가장 큰 적은 역시나 비와 바람이라는 자연조건이라 할 수 있다.

 

 

사진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저 멀리 한라산도 한 눈에 보인 날씨였다. 오른쪽은 남한강을 달릴 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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