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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75. 유배지로 가는 절망 속에 희망을 읊은 김정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75. 유배지로 가는 절망 속에 희망을 읊은 김정

건방진방랑자 2021. 10. 2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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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로 가는 절망 속에 희망을 읊은 김정

 

 

어쨌든 이런 저런 사정으로 소화시평권상 753개월 동안 묵고 묵었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은 대부분의 것들은 묵혀두면 더 진한 맛을 내게 된다는 사실이다. 글을 쓰다보면 막힐 때가 자주 있다. 일이 밀려 있으니 빨리 써재끼고 싶지만 한 번 막히면 도무지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그러니 맘은 더욱 급해지고 그만큼 부담은 더욱 가중되며, 그럴수록 더욱 글은 써지지 않는다. 그럴 땐 멈추고 다른 일을 하는 게 훨씬 낫다. 어떻게든 글에 대한 고민이 있는 이상 그건 내 머릿속 어딘가에서 굴러다니며 이런 저런 것들과 결합되며 생각지도 못했던 것으로 발효될 테니 말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 생각들이 용솟음쳐 오르며 콸콸콸 쏟아져 나와 한 편으로 쓰려했던 글이 2~3편으로 마구 써진다. 이처럼 쓰는 글도 시간이 필요하며 남이 쓴 글도 그걸 읽어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위의 시를 통해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海風吹去悲聲遠 바닷바람 불어오니 슬픈 소리 멀어지고
山月高來瘦影疎 산의 달 높이 떠오르니 수척한 그림자 옅어졌네.
賴有直根泉下到 다행히 곧은 뿌리는 샘 아래까지 뻗어있어,
雪霜標格未全除 눈과 서리로도 풍도가 모두 없애지 못한다.

 

이 시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탁월한 문학적 재능을 지니고 있던 기대주 김정, 정치에 휘말려 잎도 피워보지 못하고 죽었다는 것이다. 바로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되는 스토리를 그는 시로 표현했다. 기묘사화에 연루되어 제주로 유배 가는 길에 본 소나무를 보며 그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자신의 실의가 만든 스산한 마음은 그대로 소나무에 이입되어 이렇게 험한 환경 속에서도 너의 자태를 지키고 있는 모습은 가련코도 기특하다라는 느낌이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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