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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75. 소나무에 자신의 절망감을 이입하다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75. 소나무에 자신의 절망감을 이입하다

건방진방랑자 2021. 10. 2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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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에 자신의 절망감을 이입하다

 

 

枝柯摧折葉鬖髿 가지 꺾였고 잎사귀는 헝클어져
斤斧餘身欲臥沙 도끼에 잘린 남은 몸통은 모래에 누우려 하네.
望絶棟樑嗟已矣 희망 끊긴 동량은 이제 그만이로구나!
枒楂堪作海仙槎 뗏목으로 바다의 신선이 탈 배를 만들련다.

 

소화시평권상 75첫 번째로 소개된 시에선 소나무를 보며 희망을 노래했다. 하지만 두 번째 시에선 감정이 확연히 달라진다. 곁에 있는 다른 소나무를 보니 그 소나무는 가지도 꺾였고 잎사귀도 아무렇게 헝클어져 있으며 몸통은 도끼에 잘려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하고 많은 소나무들 중에 그 소나무가 눈에 들어왔고 이렇게 시까지 쓰여지게 된 이유는 뻔하다. 그건 바로 지금 자신의 심정을 대변하는, 아니 바로 쓰러질 듯 위태하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자신이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은 있었기에 그는 동량으로 쓰이겠다는 포부는 벗어던진 지 오래이니 이젠 은둔하여 나만의 삶을 살아가겠다고 생각하며 마무리 지었다.

 

그런데 그 꿈마저 산산이 부서져 얼마 지나지 않아 사약을 받고 유배지에서 죽게 됐으니 마음이 한없이 서글프다. 왜 이런 존재들이 맘껏 포부를 펼쳐내지 못하고 안타깝게 쓰러져야만 하는가.

 

이 시를 해석할 때 크게 세 부분에서 문제가 됐다. 가장 마지막 구절의 야사(枒楂)’라는 것 때문에 말이다. 이 시는 한결 같이 소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당연히 저 단어도 소나무를 상징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여러 자료를 찾아봐도 저걸 소나무로 볼 수 있는 것은 없더라. 그래서 나는 야자나무라 번역을 했던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전체 맥락은 저기 쓰러져 가는 소나무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으니 다른 나무를 가져다 뗏목을 만들어 떠나겠다는 얘기가 된다. 이렇게 되면 내용도 이어지지 않고 말하고자 하는 중심 내용의 깊이도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교수님은 당연히 같은 나무를 봐야 한다는 걸 강조해줬던 거다. 그래야 동량으로 쓰지 못하기에 뗏목으로 쓰겠다는 말이 되나.

 

그리고 비평 부분의 해석도 크게 잘못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연결부분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냥 해석하는 데 급급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건빵 김형술 
格韻淸, 用意甚切.
격조와 운치가 맑고도 원대하며 뜻을 사용함이 매우 간절하다.
格韻淸, 用意甚切, 盖以自況.
격조와 운치가 맑고도 원대하며 뜻을 사용함이 매우 간절하니, 대개 자기의 상황 때문이었으리라.
盖以自況, 而竟不保命, 棟梁之用旣已矣, 仙槎之願亦絶焉, 悲夫!
대개 자기의 상황 때문에 마침내 목숨을 보전하지 못해 동량의 쓰임마저 이미 끝났고 뗏목을 만들려던 바람 또한 끊어졌으니, 슬프구나!
而竟不保命, 棟梁之用旣已矣, 仙槎之願亦絶焉, 悲夫!
마침내 목숨을 보전하지 못해 동량의 쓰임마저 이미 끝났고 뗏목을 만들려던 바람 또한 끊어졌으니, 슬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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