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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71. 봄이 감을 아쉬워한 이행의 시와 두보의 악양루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71. 봄이 감을 아쉬워한 이행의 시와 두보의 악양루

건방진방랑자 2021. 10. 27.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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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감을 아쉬워한 이행의 시와 두보의 악양루시

 

 

衰年奔走病如期 늦은 나이에 분주하여 병이 약속한 듯 와서
春興無多不到詩 봄의 흥취가 많지 않아 시 지을 만큼 이르질 않네.
睡起忽驚花事晩 자다 깨니 어이쿠야! 꽃피는 계절이 다 가버려,
一番微雨落薔薇 한 번 보슬비에 장미꽃 져버렸네.

 

소화시평권상 71두 번째로 소개된 시에선 1구가 원인이 되어야 2구가 이해가 된다. 그러니 1구를 해석할 때 병들었다는 사실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병이 들었기에 2구의 봄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아프면 입맛도 떨어지고, 좋은 경치도 아무런 감흥을 남기지 않는다. 그러니 건강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맛있는 걸 먹고, 좋은 걸 보기 위해서다.

 

낙화시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거기엔 당연히 비애가 담길 수밖에 없다. 꽃처럼 지는 내 인생에 대한 것, 그리고 꽃처럼 부질없는 것에 대한 것 등이 모두 그렇다. 그러니 비애(悲哀)의 심정이 가득 담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시는 비애만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평했다. 봄날의 아쉬움을 얘기하지만. 그걸로 인해 아쉽긴 해도 운치 있게 그 상황을 묘사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홍만종은 이 시에 대해서 따스하고 넉넉하다고 평가한 거겠지. 교수님은 이와 같은 느낌의 시로 두보의 등악양루(登岳陽樓)를 들었다. 이 시에도 비애가 가득 담겼지만, 마지막 구 때문에 만당풍으로 평가되지 않고 성당풍으로 평가됐다는 것이다.

 

 

昔聞洞庭水 今上岳陽樓 옛적에 동정호에 대해 들었는데 이제야 악양루에 올랐구나.
吳楚東南坼 乾坤日夜浮 오나라와 초나라 동남으로 갈라졌고 하늘과 땅과 낮과 밤이 부질없이 동정호에 떠있구나.
親朋無一字 老病有孤舟 친구 한 글자 편지도 보내지 않고 늙은 몸 의지할 곳은 외로운 배뿐인데,
戎馬關山北 憑軒涕泗流 군마들이 관산의 북쪽에서 치열하게 전쟁 중이라 하니, 난간에 기대어 눈물 흘리누나.

 

자신이 기구한 인생을 계속 얘기하다가, 결국 마지막 구절에선 나라 걱정을 하며 끝마쳤다. 그래서 성당이 됐다고 했는데, 솔직히 내 입장에선 좀 별로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자기 몸을 돌봐도 여념이 없을 텐데, 마지막 구절에 그걸 얼버무리며 나라 걱정을 했으니 말이다.

 

두보도 천상 자신이 관리였던 건 버릴 수가 없는지, 정치인들이 말만 했다 하면 나라 걱정, 나라 걱정하는 말들을 하는데 꼭 그런 허황된, 자신의 욕망을 투사하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리학자들이 수기치인(修己治人)’을 말하며 개인적인 영역들이 결국은 사회적인 영역으로까지 확장되어 나가야 한다는 강박증이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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