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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중 영화팀 자전거 라이딩 - 7. 상현이의 포기 선언과 자포자기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여름방학 중 영화팀 자전거 라이딩 - 7. 상현이의 포기 선언과 자포자기

건방진방랑자 2019. 12. 1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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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상현이의 포기 선언과 자포자기

 

그렇게 얼마만큼은 잘 왔다.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마실 때까지는 중간 중간 쉬며 시간을 끌긴 했지만 어찌 되었든 잘 따라왔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난 후에 조금 달리고 나니 전화가 오더라. 그때의 대화를 재구성해보자.

 

 

▲  기다리는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상현이의 포기 선언

 

도무지 못 가겠어요”, “그럼 쉬었다가 와”, “쉬었지만 못 가겠다고요”,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모르겠어요”, “니가 와야만 하는 길은 니가 와야만 하는 거야. 아무도 그 길을 대신 가줄 순 없어. 난 여기서 너 올 때까지 기다릴 테니까. 올 수 있으면 오고 정 못 오겠으면 거기서 너와 밤을 새야지 어떻게 하겠어.”, “(체념한 듯) 알겠어요.”

어젠 그래도 2/3 정도에서 힘들다고 얘기한데 반해, 오늘은 시작부터 삐거덕대더니 기어코 완전히 포기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아니지만, 설마 형들과 함께 가는데 그러랴 했던 것이 현실이 되고 보니 막막했다.

 

 

▲  힘든 상현이는 달렸다가 쉬었다가를 반복한다.  

 

 

 

나의 길은 그 누구도 대신 가줄 수 없다

 

자전거 여행이든, 도보여행이든, 산행이든 이런 여행의 의미는 뭘까? ‘나의 길은 나밖에 갈 수 없고, 그 길은 내가 손수 걸어야만 의미가 있다는 것, ‘우린 끝이 없는 길을 가는 게 아니라, 끝이 있는 길을 간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순간 힘들고 지칠 지라도 그건 어느 순간에 끝이 나게 마련이고, 그럴 때 그 의미는 오롯이 내 심상에 자리한다는 믿음이다. 이걸 도보여행을 하며 많이 느꼈고, 군생활(그땐 정말이지 하루가 48시간 같았는데 결국 시간이 가긴 하더라)할 때 뼈저리게 느꼈다. 그 때 힘이 되었던 노래는 SES달리기라는 노래였다.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 할 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 버린 것을

쏟아지는 햇살 속에. 입이 바싹 말라와도. 할 수 없죠 창피하게. 멈춰 설 순 없으니

단 한 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 할 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 버린 것을.

쏟아지는 햇살 속에. 입이 바싹 말라와도. 할 수 없죠 창피하게. 멈춰 설 순 없으니.

이유도 없이 가끔은. 눈물나게 억울하겠죠. 일등 아닌 보통들에겐. 박수조차 남의 일인걸.

단 한 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SES, 달리기

 

 

누구에게나 더 이상 안 돼!’라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럴 때 어떻게 할 것인가가 결국 그 사람의 역량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선 단순히 포기하느냐, 버티느냐를 이분법적으로 얘기하려 하는 건 아니다. 삶이라는 게 버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고, 포기하는 것도 용기 있는 결단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현이의 경우처럼 자신의 고통을 남에게 전가시키며, 팀 전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포기는 용기라기보다 무책임함에 가까웠다. 그래서 상현이의 얘기를 들으면서 우려스러웠던 것이고,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했던 것이다.

포기라는 단어의 원의는 자포자기自暴自棄이며, 이 단어의 출처는 맹자라는 책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턴 맹자가 정의한 자포자기란 뜻을 살펴보도록 하자.

 

 

 

  ▲  군시절에 많은 도움을 줬던 노래. 우린 끝이 없는 길을 가는 게 아니라, 끝이 있는 길을 간다.

 

 

 

자포자기의 출처인 맹자를 통해 상현이의 상태를 해석하다

 

맹자가 스스로를 포기하는 사람과는 함께 말할 수가 없고 스스로를 버린 사람과는 함께 일을 할 수가 없다. 예와 의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을 자포라고 하고, 내 몸은 인과 의에 살 수가 없다고 하는 것을 자기라고 한다. 인은 사람의 편안한 집이고 의는 사람의 바른 길임에도 편안한 집을 비우고 살려하지 않으며 바른 길을 버리고 걸으려 하지 않으니, 슬프구나. -맹자』 「이루장구 상10

孟子曰:“自暴者, 不可與有言也; 自棄者, 不可與有爲也. 言非禮義, 謂之自暴也; 吾身不能居仁由義, 謂之自棄也. , 人之安宅也; , 人之正路也. 曠安宅而弗居, 舍正路而不由, 哀哉!”

 

 

맹자는 자포자기를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자포한 사람은 사람으로서 올바른 행동규칙인 예와 의의 가치를 모르기에 그것 자체를 비난하며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을 범생이로 폄하하는 사람이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선 안 된다는 말이 있다고 할 때, 이 말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사람하고는 대화를 할 수 있지만, ‘돈 내고 당연히 누리는 권리인데 다른 사람이 좀 피해를 보는 게 무슨 상관이야라는 인식을 지닌 사람하고는 대화를 할 수 없다. 가장 일반적인 사회인식을 거부하는 사람과 어떻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어찌 보면 자포는 인식적인 측면에서 왜곡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자기한 사람은 사람으로서 올바른 행동규칙이 무엇인지는 잘 알지만 게으르기 때문이건, 의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건 꼭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선 안 된다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도 알고 그 말에 동의도 하지만, 그걸 실천할 의지까지는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게 되니, 누가 그런 사람과 일을 하고 싶겠는가. 어찌 보면 자기는 인식은 하되 그걸 실천할 만한 의지가 없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맹자의 풀이를 따라 우리가 흔히 쓰는 자포자기라는 말을 해석하면 인식이 왜곡되어 있는 사람과 생활방식이 어그러진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의식이 한 쪽으로 편향되어 자포하지 않도록, 행동을 멋대로 하여 자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상현이의 포기 선언은 아무래도 자기쪽에 가까웠다. 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동의하지만 힘들다고 느껴지는 순간 하지 않으려 하니 말이다. 하지만 난 그걸 받아들여주진 않았다. 지금껏 힘들 때마다 자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도 그런 실패의 경험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  현세는 형들을 따라가기 위해 좀 무리하며 달렸고 지훈이와 민석이는 전문 싸이클러의 포스가~

 

 

인용

목차

사진

1. 우린 단재학교 영화팀이예요(민석과 정훈편)

2. 우린 단재학교 영화팀이예요(현세와 상현편)

3. 여름방학 중 12일의 자전거 여행이 결정된 사연

4. 함께 가기의 어려움

5. 지켜볼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도착

6. 여행수업과 교실수업의 차이

7. 상현이의 포기 선언과 자포자기

8. 바뀐 일정, 그리고 무관심 속의 관심

9. 말없이 벽을 오르는 담쟁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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