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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이미지는 살아 있다, 코끼리의 기호학 - 2. 이전에 코끼리를 두 번 봤던 기억 본문

책/한문(漢文)

이미지는 살아 있다, 코끼리의 기호학 - 2. 이전에 코끼리를 두 번 봤던 기억

건방진방랑자 2020. 2. 1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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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전에 코끼리를 두 번 봤던 기억

 

 

장차 괴상하고 진기하고 대단하고 어마어마한 것을 보려거든 먼저 선무문宣武門 안으로 가서 코끼리 우리를 살피면 될 것이다. 내가 황성皇城에서 코끼리 16마리를 보았으나, 모두 쇠로 만든 족쇄로 발을 묶어 두어 그 움직이는 것은 보지 못하였었다. 이제 열하熱河 행궁行宮의 서편에서 코끼리 두 마리를 보매, 온몸을 꿈틀대며 움직이는데 마치 비바람이 지나가는 듯하였다.

將爲怪特譎詭恢奇鉅偉之觀, 先之宣武門內, 觀于象房可也. 余於皇城, 見象十六, 而皆鐵鎖繫足, 未見其行動. 今見兩象於熱河行宮西, 一身蠕動, 行如風雨.

이제 연암의 글을 따라가며 읽어 보기로 한다. 소나 말, 닭이나 개만 보며 평생을 살아온 시골 사람이 코끼리를 난생 처음 보았다면 그 느낌은 어떠했을까? 사진으로도 보지 못했고, 그림으로도 보지 못하다가 어느 날 문득 만리 타국의 동물원 우리 속을 어슬렁거리며 왔다 갔다 하는 코끼리의 모습과 처음 마주 했을 때, 그 느낌은 어떠했을까? 연암은 그 느낌을 괴상하고 진기하고 거대하고 한마디로 어마어마한 그 무엇이라고 했다. 그저 걸어가는데도 마치 비바람이 지나가는 듯하다고 했다.

 

 

내가 일찍이 새벽에 동해 가를 가다가 파도 위에 말같은 것이 수도 없이 많이 서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모두 봉긋하니 집과 같아 물고기인지 짐승인지 알지 못하겠길래 해 뜨기를 기다려 자세히 보려 했더니, 막상 해가 바다 위로 떠오르려 하자 파도 위에 말처럼 섰던 것들은 하마 벌써 바다 속으로 숨어 버리는 것이었다. 이제 열 걸음 밖에서 코끼리를 보고 있는데도 오히려 동해에서의 생각이 떠올랐다.

余嘗曉行東海上, 見波上馬立者無數. 皆穹然如屋, 弗知是魚是獸, 欲俟日出, 暢見之, 日方浴海, 而波上馬立者, 已匿海中矣. 今見象於十步之外, 而猶作東海想.

이어서 그는 엉뚱하게도 젊은 시절 금강산을 유람하러 갔다가 동해에서 일출을 맞이하던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일출 직전 먼 바다 위로 둥굴둥글 집채 인양 수도 없이 서있던, 물고기인지 짐승인지도 분간이 안 되던 신기루. 연암은 바로 열 걸음 앞에서 육중한 걸음을 옮기고 있는 코끼리가 마치 일출과 함께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던 헛깨비는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더라고 했다. 코끼리를 처음 상면한 충격은 이렇게 해서 일단 진정의 국면으로 들어선다.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1. 움베르토 에코와 연암으로 본 동서양의 철학 차이

2. 이전에 코끼리를 두 번 봤던 기억

3. 코끼리를 눈으로 보고도 코를 찾는 사람들

4. 하늘이 만든 건 아무 것도 없다

5. 하늘은 왜 코끼리에게 장난을 쳤는가?

6. 만물은 제각기 살아 숨 쉴 뿐, 절대적 법칙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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