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전에 코끼리를 두 번 봤던 기억
장차 괴상하고 진기하고 대단하고 어마어마한 것을 보려거든 먼저 선무문宣武門 안으로 가서 코끼리 우리를 살피면 될 것이다. 내가 황성皇城에서 코끼리 16마리를 보았으나, 모두 쇠로 만든 족쇄로 발을 묶어 두어 그 움직이는 것은 보지 못하였었다. 이제 열하熱河 행궁行宮의 서편에서 코끼리 두 마리를 보매, 온몸을 꿈틀대며 움직이는데 마치 비바람이 지나가는 듯하였다. 將爲怪特譎詭恢奇鉅偉之觀, 先之宣武門內, 觀于象房可也. 余於皇城, 見象十六, 而皆鐵鎖繫足, 未見其行動. 今見兩象於熱河行宮西, 一身蠕動, 行如風雨. |
이제 연암의 글을 따라가며 읽어 보기로 한다. 소나 말, 닭이나 개만 보며 평생을 살아온 시골 사람이 코끼리를 난생 처음 보았다면 그 느낌은 어떠했을까? 사진으로도 보지 못했고, 그림으로도 보지 못하다가 어느 날 문득 만리 타국의 동물원 우리 속을 어슬렁거리며 왔다 갔다 하는 코끼리의 모습과 처음 마주 했을 때, 그 느낌은 어떠했을까? 연암은 그 느낌을 괴상하고 진기하고 거대하고 한마디로 어마어마한 그 무엇이라고 했다. 그저 걸어가는데도 마치 비바람이 지나가는 듯하다고 했다.
내가 일찍이 새벽에 동해 가를 가다가 파도 위에 말같은 것이 수도 없이 많이 서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모두 봉긋하니 집과 같아 물고기인지 짐승인지 알지 못하겠길래 해 뜨기를 기다려 자세히 보려 했더니, 막상 해가 바다 위로 떠오르려 하자 파도 위에 말처럼 섰던 것들은 하마 벌써 바다 속으로 숨어 버리는 것이었다. 이제 열 걸음 밖에서 코끼리를 보고 있는데도 오히려 동해에서의 생각이 떠올랐다. 余嘗曉行東海上, 見波上馬立者無數. 皆穹然如屋, 弗知是魚是獸, 欲俟日出, 暢見之, 日方浴海, 而波上馬立者, 已匿海中矣. 今見象於十步之外, 而猶作東海想. |
이어서 그는 엉뚱하게도 젊은 시절 금강산을 유람하러 갔다가 동해에서 일출을 맞이하던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일출 직전 먼 바다 위로 둥굴둥글 집채 인양 수도 없이 서있던, 물고기인지 짐승인지도 분간이 안 되던 신기루. 연암은 바로 열 걸음 앞에서 육중한 걸음을 옮기고 있는 코끼리가 마치 일출과 함께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던 헛깨비는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더라고 했다. 코끼리를 처음 상면한 충격은 이렇게 해서 일단 진정의 국면으로 들어선다.
▲ 전문
인용
6. 만물은 제각기 살아 숨 쉴 뿐, 절대적 법칙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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