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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이미지는 살아 있다, 코끼리의 기호학 - 5. 하늘은 왜 코끼리에게 장난을 쳤는가? 본문

책/한문(漢文)

이미지는 살아 있다, 코끼리의 기호학 - 5. 하늘은 왜 코끼리에게 장난을 쳤는가?

건방진방랑자 2020. 3. 24.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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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하늘은 왜 코끼리에게 장난을 쳤는가?

 

 

그런데도 말하는 자들은 뿔이 있는 놈에게는 윗니를 주지 않는다고 하여 마치 사물을 만듦에 모자란 것이라도 있는 듯이 하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감히 묻는다.

이빨을 준 것은 누구인가?”

사람들은 장차 말하리라.

하늘이 주었다.”

다시 묻는다.

하늘이 이빨을 준 것은 장차 이것으로 무엇을 하게 하려한 것인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리라.

하늘이 하여금 물건을 씹게 하려는 것이다.”

다시 묻는다.

이로 하여금 왜 물건을 씹게 하는가?”

그들은 또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것은 대저 이치이다. 새나 짐승은 손이 없으므로, 반드시 부리나 주둥이로 숙여서 땅에 닿게 하여 먹을 것을 구한다. 때문에 학의 다리가 높고 보니 목이 길지 않을 수 없는데, 그래도 혹 땅에 닿지 않을까 염려하여 또 그 부리를 길게 만든 것이다. 진실로 닭의 다리를 학처럼 만들었더라면 반드시 뜰 가운데서 굶어 죽었을 것이다.”

然而說者曰: “角者不與之齒.” 有若爲造物缺然者, 此妄也. 敢問: “齒與之者誰也?” 人將曰: “天與之.” 復問曰: “天之所以與齒者, 將以何爲?” 人將曰: “天使之齧物也.” 復問曰: “使之齧物, 何也?” 人將曰: “此夫理也. 禽獸之無手也, 必令嘴喙, 俛而至地以求食也. 故鶴脛旣高, 則不得不脛長, 然猶慮其或不至地, 則又長其嘴矣. 苟令鷄脚效鶴, 則餓死庭間.

그렇지만 사람들은 온갖 사물들 속에서 저 푸른 하늘을 주재하는 존재가 섭리하는 모종의 이치를 찾아내고자 한다. 거기서 그들이 찾아내는 진리란 대체로, ‘뿔이 있는 짐승은 윗니가 없다거나, ‘날개가 있는 것은 다리가 두 개 뿐이다와 같은 것들이다.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마라거나, ‘오리의 다리가 짧다고 늘이지 마라는 식이다. 그들은 또 닭의 다리가 학의 다리처럼 길지 않은데서 조물주의 오묘한 섭리를 발견하곤 쉽게 감동해 마지않는다.

 

 

나는 크게 웃으며 말하리라.

그대가 말하는 이치란 것은 소나 말, 닭이나 개에게나 해당할 뿐이다. 하늘이 이빨을 준 것이 반드시 고개를 숙여 물건을 씹게 하려는 것이라고 치자. 이제 대저 코끼리에게는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어금니를 심어 주어 장차 땅으로 숙이려고 하면 어금니가 먼저 걸리게 되니, 이른바 물건을 씹는 것이 절로 방해되지 않겠는가?”

어떤 이는 말하리라.

코에 힘입음이 있을 따름이다.”

나는 말한다.

그 어금니를 길게 해 놓고 코에 힘입느니, 차라리 어금니를 뽑아 버리고서 코를 짧게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그제서야 말하던 자는 처음의 주장을 능히 굳게 지키지 못하고 배운 바를 조금 굽히게 되리라.

余大笑曰: “子之所言理者, 乃牛馬鷄犬耳. 天與之齒者, 必令俛而齧物也. 今夫象也, 樹無用之牙, 將欲俛地, 牙已先距, 所謂齧物者, 不其自妨乎?” 或曰: “賴有鼻耳.” 余曰: “與其牙長而賴鼻, 無寧去牙而短鼻?” 於是乎, 說者不能堅守初說, 稍屈所學.

그런데 코끼리는 이러한 일반적 규칙 어느 것으로 보더라도 맞지가 않으니 어찌할까? 코끼리의 어금니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코끼리는 왜 코가 저다지도 긴가? 어금니가 길기 때문에 걸리지 말라고 코가 긴 것일까? 그렇다면 차라리 어금니를 없애고 코를 짧게 해주는 것이 코끼리를 위하는 길이 아닐까? 조물주는 왜 코끼리에게 저런 장난을 쳤을까? 거기에 무슨 이유라도 있는가?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1. 움베르토 에코와 연암으로 본 동서양의 철학 차이

2. 이전에 코끼리를 두 번 봤던 기억

3. 코끼리를 눈으로 보고도 코를 찾는 사람들

4. 하늘이 만든 건 아무 것도 없다

5. 하늘은 왜 코끼리에게 장난을 쳤는가?

6. 만물은 제각기 살아 숨 쉴 뿐, 절대적 법칙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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