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롭던 임제의 농담, 불편하게 만든 이여송의 농담, 임금조차도 웃긴 이항복의 농담
선희학(善戱謔)
이익(李瀷)
호기롭게 한 세상을 산 임제
林白湖悌, 氣豪不拘檢. 病將死, 諸子悲號, 林曰: “四海諸國, 未有不稱帝者, 獨我邦, 終古不能. 生扵若此陋邦, 其死何足惜. 命勿哭.”
又常戱言, 若使吾値五代六朝, 亦當爲輪遞天子. 一世傳笑.
한음을 극도로 추켜세워 불편하게 만든 이여송
及壬辰之變, 漢陰李相伴接天將, 天將獎許之, 至有不敢言之說, 事雖非情, 亦不自安.
주상 앞에서 거칠 것 없던 이항복의 재기발랄한 농담
李白沙善詼諧, 一日夜對, 閭巷俚俗, 無不奏陳以爲樂, 仍及林事, 上爲之發笑.
白沙又白云: “近世更有可笑之人.” 上曰: “誰也?” 對曰: “李德馨擬扵王望矣.” 上大噱. 白沙仍白曰: “非聖上之大德深仁, 渠安敢容貸覆載之間乎?” 上曰: “吾豈置懷耶.” 遂促召, 錫爵盡歡而罷.
『詩』云: ‘善戱謔兮’ 白沙有焉. 『星湖先生僿說』 卷之九
해석
호기롭게 한 세상을 산 임제
林白湖悌, 氣豪不拘檢.
백호 임제는 기가 호방하여 얽매이지 않았다.
病將死, 諸子悲號, 林曰:
병들어 장차 죽으려 하니 뭇 사람들이 슬퍼하며 울부짖자 임제가 말했다.
“四海諸國, 未有不稱帝者,
“다른 나라들은 황제라 말하지 않음이 없지만
獨我邦, 終古不能.
유독 우리나라만은 예로부터 그러질 못했다.
生扵若此陋邦, 其死何足惜.
이런 좁은 나라에서 태어나 죽는 것이니 무엇이 애석하리오.
命勿哭.”
그러니 통곡하지 마라.”
又常戱言, 若使吾値五代六朝,
또한 항상 농담을 했었다. “만약 내가 오대【五代: 唐과 宋과의 사이 53년 동안에 흥망했던 다섯 왕조. 곧 後梁ㆍ後唐ㆍ後晉ㆍ後漢ㆍ後周 등이 흥망했던 시대.】나 육조【六朝: 後漢 멸망 이후 隋가 통일할 때까지 建業에 도읍했던 여섯 王朝. 곧 吳ㆍ東晉ㆍ宋ㆍ齊ㆍ梁ㆍ陳의 육조. 이 시대를 南北朝時代라고도 하는데, 이는 오ㆍ동진……등의 남조와 後魏ㆍ北魏……등의 북조를 아울러 일컫는 말이다.】와 같은 시대를 만나게 됐다면
亦當爲輪遞天子. 一世傳笑.
또한 마땅히 돌아가며 한 번씩 하는 천자쯤【輪遞天子: ‘돌림 천자’라는 뜻. 곧 ‘돌아가며 한번쯤은 해먹는 천자 자리’라는 말.】은 되었을 것이다,”
한음을 극도로 추켜세워 불편하게 만든 이여송
及壬辰之變, 漢陰李相伴接天將,
임진왜란이 터지자 한음 이덕형이 명나라 이여송 장군을 모시며 접대하자,
天將獎許之, 至有不敢言之說,
이여송은 한음을 칭찬하다가 심지어 감히 못할 말까지 했었다【국가의 忌諱에 저촉되는 말. 곧 아무개의 용모가 임금처럼 생겼다든가, 王者의 기상이 있다든가 하는 등의 말.】.
事雖非情, 亦不自安.
일이 비록 실제의 정은 아니다 해도 또한 스스로 편하질 못했다.
주상 앞에서 거칠 것 없던 이항복의 재기발랄한 농담
李白沙善詼諧, 一日夜對,
백사 이항복은 농담을 잘 했으니 하루는 밤 경연장【夜對: 밤에 경연을 베푸는 일】에서
閭巷俚俗, 無不奏陳以爲樂,
민가의 속된 풍속까지 진술하지 않음이 없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았고
仍及林事, 上爲之發笑.
백호 임제의 일을 말하는 데에 이르자 주상께서 웃음을 터뜨렸다.
白沙又白云: “近世更有可笑之人.”
백사가 또 아뢰었다. “근래에 다시 웃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上曰: “誰也?”
주상께서 말씀하셨다. “누구인가?”
對曰: “李德馨擬扵王望矣.”
대답했다. “이덕형이 왕의 물망에 올랐답니다.”
上大噱.
주상께서 크게 웃으셨다.
白沙仍白曰: “非聖上之大德深仁,
백사가 아뢰었다. “성상의 큰 덕과 깊은 인자함이 없는데
渠安敢容貸覆載之間乎?”
어찌 감히 천지 사이에 용납되겠습니까【容貸: 다른 사람의 죄나 잘못을 꾸짖거나 벌하지 않고 너그러이 이해함】?”
上曰: “吾豈置懷耶.”
주상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어찌 회한으로 두겠느냐.”
遂促召, 錫爵盡歡而罷.
마침내 한음을 불러오도록 재촉하고 술잔을 하사하며 진창 즐기고서 끝냈다.
『詩』云: ‘善戱謔兮’ 白沙有焉. 『星湖先生僿說』 卷之九
『시경』에서 ‘농담을 잘 한다’고 했는데 백사가 그것이 있었도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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