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기(安亭記)
이행(李荇)
가난은 사람들이 꺼리기에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는다
稷山之東, 一牛鳴地曰貧士里, 辛公德優之居也. 公貧而居於是, 故以自名.
荇嘗過而謁曰: “貧者, 人之所大忌也, 所謂大不祥者也. 貧而安之者, 孔門弟子, 自顏子ㆍ原憲以下, 無聞焉. 公則能安之矣, 其如衆人何? 過之者, 其必回車而不入矣, 公誰與遇; 里之人, 必有挈妻子而去之走者矣, 公誰與居?”
마을이름을 장수한다는 뜻의 노인촌으로 바꾸다
公曰: “唯唯.” 因爲語里中故事, 里中人多壽考, 至有見白頭孫者.
荇謹拜曰: “吉地也. 不可泯其實, 請名曰老人村, 於百斯年, 公其膺之.”
노인촌에 지을 정자의 이름을 ‘안(安)’으로 짓다
公曰: “唯唯. 吾欲就於是亭之, 子盍先命吾亭.” 某又請名以安, 公喜曰: “吾志也.”
遂擧爵屬某賀, 某又擧而爲公壽, 辭而退.
旣而, 馳書來報某曰: “亭已就, 子其記之.”
정자의 기문에 적은 내용
某拜命之辱, 謹爲記曰: “安者, 物之性, 天安於上, 地安於下, 江海安於動, 山岳安於靜, 此皆性之自然者也.
惟人具物之性, 而隨其所遇以爲安, 其在上也安乎天, 在下也安乎地, 至於動也靜也, 無不皆然, 是所以盡人之性也.
公少而學, 安於文章; 壯而困, 安於不遇; 及其老也, 安於田里. 鬚髮晧白, 容貌丹渥, 日與鄕曲豪武, 射獵爲樂; 倦則幅巾藜杖, 逍遙仿佯, 出入啓處, 無不自適其安, 而人亦以爲安焉, 此亭之所以名也.
亭舊爲棄壤, 遇公而勝, 昔也安於棄, 今也安於遇. 以至魚安於池, 鳥安於丘, 雖一卉一木, 莫不各得其安, 是則公之安也, 及於物, 豈但遺其子孫而止哉. (辛公名永禧) 『容齋先生集』 卷之九
해석
가난은 사람들이 꺼리기에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는다
稷山之東, 一牛鳴地曰貧士里, 辛公德優之居也.
직산의 동쪽에 한 마리 소가 울리는 곳을 ‘빈사리(貧士里)’라 하니 신덕우의 거처로
公貧而居於是, 故以自名.
공은 가난하게 여기서 거처했기 때문에 스스로 이름 지은 것이다.
荇嘗過而謁曰: “貧者, 人之所大忌也,
내가 일찍이 지나다가 뵈며 말했다. “가난이란 사람이 크게 꺼리는 것이니
所謂大不祥者也.
이른바 매우 상서롭지 못한 것입니다.
貧而安之者, 孔門弟子,
가난하면서 편안히 여긴 사람은 공자 문하의 제자로
안연과 원헌으로부터 이하로는 듣지 못했습니다.
公則能安之矣, 其如衆人何?
공은 가난을 편안히 여기실 수 있지만 뭇 사람들은 어찌하겠습니까?
過之者, 其必回車而不入矣,
지나가는 사람은 반드시 수레를 돌려 들어오지 않으리니,
公誰與遇;
공은 누구와 만나겠으며,
里之人, 必有挈妻子而去之走者矣,
마을사람들은 반드시 처자를 끌고서 떠나가길 분주히 하리니,
公誰與居?”
공은 누구와 살겠습니까?”
公曰: “唯唯.”
공은 “알겠소. 알겠소.”라고 말했다.
마을이름을 장수한다는 뜻의 노인촌으로 바꾸다
因爲語里中故事, 里中人多壽考,
이어서 마을 중의 고사를 말해줬는데 마을 사람 중에 장수한 이들【壽考: 장수를 누리며 길하여 큰 복을 크게 하도다.壽考維祺 以介景福 『시경』 「行葦」】이 많아
至有見白頭孫者.
백발의 손자를 본 사람도 있다고 했다.
荇謹拜曰: “吉地也.
내가 삼가 절하며 말했다. “길한 땅입니다.
不可泯其實, 請名曰老人村,
사실을 없앨 수 없으니 청컨대 노인촌으로 이름 지으면
於百斯年, 公其膺之.”
100년 동안에 공께서 그것을 받으실 겁니다.”
노인촌에 지을 정자의 이름을 ‘안(安)’으로 짓다
公曰: “唯唯.
공이 말했다. “알겠소 알겠소.
吾欲就於是亭之, 子盍先命吾亭.”
나는 이곳에 나가서 정자를 지으려 하니, 자네는 어찌 먼저 나의 정자를 이름 지어주지 않는가?”
某又請名以安, 公喜曰: “吾志也.”
내가 또한 안(安)으로 이름 짓길 청하니 공께서 기뻐하며 “나의 뜻이오.”
遂擧爵屬某賀,
마침내 술잔을 들어 나에게 권하며 축하해줬고
某又擧而爲公壽, 辭而退.
나 또한 들고 공을 위해 축수하고 사양하며 물러났다.
旣而, 馳書來報某曰:
이윽고 편지를 보내 나에게 소식을 알려왔다.
“亭已就, 子其記之.”
“정자가 이미 완성되었으니 자네는 기문을 기록해주게.”
정자의 기문에 적은 내용
某拜命之辱, 謹爲記曰:
내가 정중히 명령을 받들고【배명(拜命): 명령이나 임명을 정중하게 받음】 삼가 기록합니다.
“安者, 物之性, 天安於上, 地安於下,
“편안해하는 것은 사물의 본성으로 하늘은 위에서 편안해하고 땅은 아래에서 편안해하며
江海安於動, 山岳安於靜,
강과 바다는 흐르는 데서 편안해하고 산악은 고요한 데서 편안해하니
此皆性之自然者也.
이것이 다 본성의 자연스러운 것이다.
惟人具物之性, 而隨其所遇以爲安,
오직 사람은 사물의 본성을 갖추어 만나는 것에 따라 편안해하니,
其在上也安乎天, 在下也安乎地,
위에 있어선 하늘을 편안해하고 아래에 있어선 땅을 편안해하며
至於動也靜也, 無不皆然,
움직이고 고요함에 이르러서도 다 그렇지 않음이 없으니
是所以盡人之性也.
이것이 사람의 본성을 다하는 까닭이다.
公少而學, 安於文章; 壯而困, 安於不遇;
공은 어려서 배움에 문장에 편안해했고 장성하여 곤궁함에 불우함에 편안해했으며
及其老也, 安於田里.
나이듦에 밭을 편안해했다.
鬚髮晧白, 容貌丹渥,
수염과 머리카락이 희고 용모가 붉어
日與鄕曲豪武, 射獵爲樂;
날마다 마을의 호걸한 무사들과 사냥함으로 즐거움을 삼았고
倦則幅巾藜杖, 逍遙仿佯,
지치면 폭건을 쓰고 여장을 짚고 소요하고 방황하여
出入啓處, 無不自適其安,
출입과 휴식【啓處: 왕사를 견고히 하지 않을 수 없는지라, 편안히 거처할 겨를이 없도다.王事靡盬 不遑啓處.】에 유유자적하여 편안해하지 않음이 없었으며
而人亦以爲安焉, 此亭之所以名也.
사람들 또한 편안하다 여겼으니 이것이 정자를 이름 지은 이유다.
亭舊爲棄壤, 遇公而勝,
정자는 예전에 버려진 땅이 되었다가 공을 만나 명승지가 되었으니
昔也安於棄, 今也安於遇.
예전엔 버려짐에 편안했고 이젠 만남에 편안해한다.
以至魚安於池, 鳥安於丘,
심지어 물고기는 못에서 편안해하고 새는 언덕을 편안해하고
雖一卉一木, 莫不各得其安,
비록 하나의 풀과 나무라도 각각 편안해함을 얻지 않음이 없으니,
是則公之安也, 及於物,
이것은 공의 편안해함이 사물에 미친 것으로,
豈但遺其子孫而止哉. (辛公名永禧) 『容齋先生集』 卷之九
어찌 다만 자손에게만 남겨주는 것에 그치리오. (신공의 이름은 영희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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