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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 무의식(Unconsciousness)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무의식(Unconsciousness)

건방진방랑자 2021. 12. 1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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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

Unconsciousness

 

 

꿈의 내용을 맘대로 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로또 복권에 당첨되어 프로방스(Provence)를 유람할 수도 있고, 잉베이 맘스틴(Yngwie Malmsteen, 1963~)보다 손가락이 빨리 돌아가 바로크 기타의 신이 될 수도 있다. 꿈에서는 모든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 일생 동안의 수면 시간을 모두 합하면 평균 수명의 1/3쯤 되니까 최소한 인생의 1/3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터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자기 마음대로 꿈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꿈은 내 의도와는 정반대의 줄거리로 흘러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누가 내 뒤를 쫓아오는데 발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빨리 도망치지 못하고 애만 태웠던 꿈은 누구나 한번쯤 꿔봤을 것이다. 꿈꾸는 사람은 난데 왜 꿈의 내용은 내 의도대로 되지 않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꿈 깨라!”. 사실 꿈의 내용은 자기 소망의 실현과는 상관이 없다. ‘꿈의 전문가였던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에 따르면, 꿈은 억압된 소망의 위장된 실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꿈은 자신의 소망만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도 상관이 없다. 내가 내 꿈을 꾸는데 꿈의 내용이 내 의지와 무관하다니? 묘한 말이지만 사실이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Die Traumdeutung)을 족집게 해몽책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그렇다.

 

꿈을 원하는 대로 꿀 수 없다는 것은 곧 내 안의 누군가가 꿈의 내용을 내 의지와 무관하게 전개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나(내 정신, 내 의식)는 하나가 아니라는 것인데, 대체 어떤 놈이 내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일까?

 

 

흔히 우리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하철을 탈까 버스를 탈까는 내 마음이다. 내일 친구들 모임에 나갈까 말까도 내 마음이다. 심지어 점심을 먹을까 그냥 굶을까 하는 것도 내 마음이다. 세상 모든 일이 내 의도대로 되지는 않는다 해도 이렇게 내 주변의 것, 나와 관련된 것은 기본적으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그게 우리 마음의 전부가 아니라고 한다. 그것은 인간 정신에서 의식에 해당하는 부분일 뿐이다. 의식이 빙산의 일각이라면 그 수면 밑에는 거대한 빙산의 본체가 도사리고 있다. 그 빙산은 바로 무의식이다. 내 안에 들어와서 내 꿈을 멋대로 조종하는 놈도 바로 그 무의식이다. 원래 무의식은 19세기의 심리학자들이 만든 용어지만 프로이트가 더욱 상세히 분석했다.

 

평소에 무의식은 의식 선상에 드러나지 않는다. 무의식은 오히려 의식에 의해 억압되어 있으며, 의식이 그것을 끄집어내려 하면 저항하면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의식에 관해서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린 의식밖에 가진 게 없는데 어떻게 무의식을 알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몸조심하는 무의식이라도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우선 무심코 실수를 하는 경우다. 프로이트는 단순한 실수에서도 중대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실수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 정신적 행위이며, 거기에는 분명 의미가 있고 두 가지 상이한 의도가 상호 작용하여 발생한다. -꿈의 해석

 

두 가지 상이한 의도란 뭘까? 도덕적이고 금욕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어느 화랑에서 누드화를 보고 화가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작품은 외설적인 향기를 물씬 풍기는군요.”

그 말을 한 당사자는 물론 듣는 화가도 예술적인 향기라고 말하려다가 발음이 비슷한 탓에 무심코 외설적인 향기라고 실언했으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말한 사람의 정신 속에 그 작품을 외설로 여기는 생각이 전혀 없었을까? 그 사람은 예술이라고 말하려는 의도였지만, 그와 더불어 그 의도를 방해하는 다른 의도, 즉 그 작품을 외설로 보는 의도 역시 그에게 있었던 게 아닐까? ‘두 가지 상이한 의도가 상호 작용하여 그런 실언을 낳은 것은 아닐까?

 

실수보다 무의식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꿈이다(술이나 마약에 취했을 때도 무의식이 드러난다). 꿈의 내용이 비현실적이고 비논리적인 이유, 꿈의 내용이 내 의도와 정반대로 전개되는 이유는 바로 무의식이 개재해 있기 때문이다. 무의식도 분명히 내 정신에 속하는 것이지만, 내 의식으로는 그 정체를 제대로 알 수도, 마음대로 조종할 수도 없다.

 

 

프로이트가 꿈의 해석에 천착한 이유는 바로 이 무의식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는 무의식도 의식처럼 체계화되어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무의식은 의식과 대립 관계에 있으므로 의식의 통제가 풀리면 그제야 비로소 활동을 시작한다. 의식의 통제가 풀리는 것은 곧 잠을 잘 때이고 무의식의 활동은 곧 꿈이다. 즉 꿈은 무의식이 그 존재를 드러내는 기분 나쁜 창문이다.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을 통해 무의식을 분석함으로써 환자의 노이로제(신경증)를 치료할 수 있었다. 노이로제의 근원에는 환자 자신도 해명하지 못하고 때로는 거부하기까지 하는 무의식적인 감정의 응어리(콤플렉스)가 있다. 그 무의식의 덩어리를 환자에게 명시적으로 밝히고 설명해주면, 노이로제 환자는 증세가 뚜렷하게 호전되었다. 그런 임상 경험을 통해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체계를 확립했다.

 

그러나 프로이트의 공적은 정신질환의 치료에만 있지 않다. 무의식이 존재한다는 게 증명됨으로써, 의식이 전부인 줄만 알았던 인간 정신의 구조는 이제 전체적으로 다시 해명되어야 할 필요성이 생겨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대 철학(특히 구조주의포스트모더니즘)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된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의 발견이 철학에까지 이렇게 커다란 영향을 미칠 줄은 꿈에도몰랐겠지만.

 

 

 

 

 

 

인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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