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천현에서 우연히 쓰다
파천현우서(派川縣偶書)
김극기(金克己)
信馬行吟海北垠 天敎勝賞赴征軒
風蟬翳葉鳴槐縣 雨鷰依枝集柳村
飄盡斷霞花結子 割殘驚浪麥生孫
回頭却望鴻飛處 草色連空惱客魂 『東文選』 卷之十三
해석
信馬行吟海北垠 신마행음해북은 | 말 따라 북해의 지경에서 다니며 읊조리고 |
天敎勝賞赴征軒 천교승상부정헌 | 하늘가 명승지에 수레[征軒]를 달린다네. |
風蟬翳葉鳴槐縣 풍선예엽명괴현 | 바람 속 매미는 잎에 가려져 홰나무 마을에서 울고 |
雨鷰依枝集柳村 우연의지집류촌 | 비 맞은 제비는 가지에 앉았다가 버들개지 마을에서 모인다네. |
飄盡斷霞花結子 표진단하화결자 | 끊어진 노을을 날려 버리니 꽃의 열매가 솟아나고 |
割殘驚浪麥生孫 할잔경랑맥생손 | 놀란 파도를 베어 버리니 보리의 싹이 피어나네. |
回頭却望鴻飛處 회두각망홍비처 | 머리를 돌려 도리어 기러기 나는 곳 바라보니 |
草色連空惱客魂 초색연공뇌객혼 | 풀빛이 공중에 이어져 나그네의 넋을 고뇌케 하는구나. 『東文選』 卷之十三 |
해설
지은이가 함경도 파천현을 여행하는 도중 바라본 경물과 나그네의 시름을 읊은 시이다.
말이 가는 대로 내버려 두고 시를 읊조리며 바다 북쪽 끝까지 이르니, 가는 곳마다 좋은 경치가 펼쳐져 있다. 승상(勝賞)의 구체적 모습은 어떤 것인가? 다음에 이어지는 것이 그 구체적 모습이다. 바람결에 매미는 홰나무 고을에서 울고, 비 맞은 제비는 버들 마을에서 모여 있다. 꽃이 져서 열매를 맺는 모습이 한 자락 노을 같고, 보리밭에 가지런히 자라 물결처럼 일렁대는 보리 이삭들이 출렁대던 물결이 잘려 나간 듯하다. 문득 머리를 돌려 기러기 날아가는 고향 쪽을 바라보니, 하늘까지 맞닿은 풀빛이 고향에 대한 향수(鄕愁)로 나그네의 넋을 뒤설레게 한다.
홍만종(洪萬宗)은 『소화시평(小華詩評)』 권하 2에서 경련(頸聯)을 두고 “섬세하고 묘하다[鐵巧].”라는 평을 하였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101~102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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