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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崔滋)는 『보한집(補閑集)』 권중(卷中)에서 김극기(金克己)의 시(詩)에 대하여 “지은 시가 맑고도 밝으며 말은 다양하고도 더욱 풍부하다[屬辭淸曠 言多益富]”라 하였거니와, 그의 말이 얼마나 풍부한가는 다음의 경구(警句)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오언율시(五言律詩)부터 보도록 하자.
「전가사시(田家四時)」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喚雨鳩飛屋 含泥燕入樑 | 비 오라고 비둘기는 지붕 위에 날아 들고 진흙 물고 제비들이 들보에 찾아 드네.(春) |
雉爲哺雛瘦 蠶臨成繭肥 | 새끼들 먹이느라 꿩은 여위고 고치를 만들 때 누에는 살찌네.(夏) |
牧笛穿烟去 樵歌帶月還 | 목동의 피리 소리 저녁 연기 뚫고 가고 나무꾼 노래 소리 달을 띠고 돌아오네.(秋) |
板簷愁雪壓 荊戶厭風號 | 널판자 처마는 눈에 눌린 것 걱정하고 사립문은 바람 소리 윙윙하는 것 싫어하네.(冬) |
「잉불역(仍佛驛)」은 다음과 같다.
溪聲淸似雨 野氣淡如烟 | 시내 물소리 맑아 비오는 것 같고 돌 기운 담담하여 연기 같이 깔렸구나. |
칠언율시(七言律詩)에서 보면 「야좌(夜坐)」와 「고원역(高原驛)」를 들 수 있다.
「야좌(夜坐)」는 다음과 같다.
薄祿微官貧始重 | 가난할 때 비로소 박록미관(薄祿微官) 중한 줄 알고 |
浮名末利醉還輕 | 취했을 때 도리어 부명말리(浮名末利) 가볍게 보네. |
「고원역(高原驛)」은 다음과 같다.
三年去國成何事 | 3년 동안 나라 떠나 무슨 일 이루었나? |
萬里歸家只此身 | 만리에서 돌아오니 다만 이 몸 뿐이로다. |
林鳥有情啼向客 | 숲 새는 정이 있어 나그네 보고 지저귀고 |
野花無語笑留人 | 들꽃은 말없이 웃으며 나를 붙잡네. |
위와 같은 예를 들 수 있다. 이 밖에도 그는 고시(古詩)에서 재능을 발휘하여 「취시가(醉時歌)」(七古)와 같은 명편(名篇)은 인간(人間) 김극기(金克己)의 기골(氣骨)과 품위(品位)를 함께 알게 해 준다. 그러나 남송(南宋)의 육유(陸游)와 그는 같은 때에 세상을 살았지만 평담(平淡)한 그의 구법(句法)을 대할 때마다 육유(陸游)를 연상케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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