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한 때의 노래
취시가(醉時歌)
김극기(金克己)
釣必連海上之六鼇 射必落日中之九烏
六鼇動兮魚龍震蕩 九烏出兮草木焦枯
男兒要自立奇節 弱羽纖鱗安足誅
紫纓雲孫始墮地 自謂壯大陳雄圖
鍊石欲補東南缺 鑿石將通西北迂
嗟哉計大未易報 半世飄零爲腐儒
不隨馮異西登隴 不逐孔明南渡瀘
論詩說賦破屋下 却把短布抱妻孥
時時壯憤掩不得 拔劒斫地空長吁
何時乘風破巨浪 坐令四海如唐虞
君不見凌煙閣上圖形容 半是書生半武夫 『東文選』 卷之六
해석
釣必連海上之六鼇 조필련해상지륙오 | 낚시하면 반드시 바다 위의 여섯 자라【육오(六鼇): 동해(東海)에 자라 여섯 마리가 산을 머리에 이고 있다고 한다.】를 끌어올릴 것이고 |
射必落日中之九烏 사필낙일중지구오 | 쏘면 반드시 해 속의 구족오【구오(九烏): 요(堯) 시대에 해[日]가 열개나 생겨나니 초목이 타고 마르므로 활 잘 쏘는 예(羿)를 시켜서 아홉 해를 쏘아서 떨어뜨렸는데, 해 가운데 세발 까마귀[三足鳥]가 들어 있었다 한다.】를 떨어뜨리리. |
六鼇動兮魚龍震蕩 육오동혜어룡진탕 | 여섯 자라가 움직이니 어룡이 두려워하고 |
九烏出兮草木焦枯 구오출혜초목초고 | 구족오가 나오니 초목이 마르네. |
男兒要自立奇節 남아요자립기절 | 사내란 자립하고 기특한 절개를 요구하니 |
弱羽纖鱗安足誅 약우섬린안족주 | 약한 새와 가는 물고기 어찌 죽일 수 있겠느냐. |
紫纓雲孫始墮地 자영운손시타지 | 붉은 갓 끈【자영(紫纓): 봉(鳳)의 종류인 원추(鵷雛)가 푸른 목털이며, 붉은 갓끈이 달렸다[翠鬛紫櫻] 한다.】의 먼 후손이 처음으로 땅에 떨어져 |
自謂壯大陳雄圖 자위장대진웅도 | 스스로 “커다랗고 장대하게 웅장한 도모 베푼다.”라고 말하네. |
鍊石欲補東南缺 련석욕보동남결 | 돌을 단련시켜 동남쪽이 무너지려는 걸 보수하려 하고 |
鑿石將通西北迂 착석장통서북우 | 바위 깎아 서북쪽의 멂을 통하려 하네. |
嗟哉計大未易報 차재계대미이보 | 아! 계책의 위대함으로 쉬이 실행하지 못하고 |
半世飄零爲腐儒 반세표령위부유 | 반평생 표류하며 썩은 선비가 되었다네. |
不隨馮異西登隴 불수풍이서등롱 | 풍이가 농서에 오름【풍이서등롱(馮異西登隴): 한(漢)나라 장수 풍이(馮異)가 농서(隴西)의 외효(隗囂)를 치러 갔다.】을 따르지 못했고 |
不逐孔明南渡瀘 불축공명남도로 | 제갈공명이 남쪽의 노수 건넘【공명남도로(孔明南渡瀘): 제갈량(諸葛亮)이 노수(瀘水)를 건너서 남만(南蠻)의 반란을 평정하였다.】을 좇질 못했지. |
論詩說賦破屋下 논시설부파옥하 | 무너진 집 아래서 시를 논하고 부를 말하며 |
却把短布抱妻孥 각파단포포처노 | 도리어 짧은 포를 잡고 처자를 안아주네. |
時時壯憤掩不得 시시장분엄부득 | 때때로 엄청난 울분 가릴 수 없어 |
拔劒斫地空長吁 발검작지공장우 | 칼 빼 땅을 쪼개며 부질없이 길게 한숨 쉬네. |
何時乘風破巨浪 하시승풍파거랑 | 어느 때에 바람 타고 거대한 물결 깨부셔 |
坐令四海如唐虞 좌령사해여당우 | 앉아 사해를 요순시대와 같게 하려나. |
君不見 군불견 | 그대 보지 못했나. |
凌煙閣上圖形容 능연각상도형용 | 능연각 위에 형용한 그림이 |
半是書生半武夫 반시서생반무부 | 반은 서생이지만 반은 무인인 걸. 『東文選』 卷之六 |
해설
큰 뜻을 지니고 치민(治民)에 임하여 천하를 태평하게 하려는 사대부(士大夫)의 의식을 밝히고 있는 시이다.
용백국(龍伯國)의 대인(大人)은 한 번 낚시하여 여섯 마리의 자라를 낚았고, 요임금 때는 열 마리의 까마귀(태양)가 동시에 나타나 초목이 마르자 예가 아홉 마리를 쏴서 떨어뜨렸다. 사내는 이러한 장대하고 큰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장대하고 큰 계획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여와씨(女蝸氏)는 공공씨(共工氏)와 축융씨(祝融氏)가 서로 싸우다 부주산(不周山)을 받아서 하늘을 받치던 기둥이 부러졌을 때, 돌을 다듬어 하늘을 메우고 자라의 네 다리를 잘라 네 기둥을 세웠으며, 장건(張騫)은 흉노에게 잡혀 있다가 돌아와 흉노를 치는 데 큰 공을 세워 서북의 막혔던 통로를 뚫었던 것, 이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이루어지지 않고 반평생을 떠도는 하찮은 선비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치미는 울분을 참지 못해 칼을 뽑아 땅을 치며 부질 없이 길게 탄식만 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탄식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능연각에 모셔져 있는 공신(功臣)들이 문인(文人)과 무인(武人)이 반반인 것처럼 글만 짓는 나약한 선비보다는 용감하게 천하를 호령하는 무인다운 대장부가 되어 세상을 요순(堯舜)시절처럼 되게 했으면 좋겠다.
서거정(徐居正)은 『동인시화(東人詩話)』 권상 8에서 위 시의 1~6구의 시어를 두고 ‘호방하고 웅장하며 곧고 뛰어나다[豪壯挺傑]’라고 평했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105~106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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