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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13. 홍만종의 조선인재발굴단, 이항복편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13. 홍만종의 조선인재발굴단, 이항복편

건방진방랑자 2021. 10. 2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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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만종의 조선인재발굴단, 이항복편

 

 

소화시평권하 13은 이항복이 어렸을 때부터 시를 지을 수 있는 재능이 뛰어났기 때문에 그에 대한 평판이 자자했다는 것과 그럼에도 그 또한 노는 인간(호모 루덴스)이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옛날부터 최근까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프로그램 중에 영재발굴단이란 이름의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 프로는 말 그대로 영재를 발굴한다는 취지로 프로그램이 제작되어 많은 영재들이 배출되었다. 그런데 이 프로를 볼 때 단순히 보면 안 되는 이유가 영재란 무엇인가?’라는 기준 자체에 있다. , 영재라는 기준 자체는 방송이 정한 기업 비밀에 해당되며, 그건 이 사회가 생각하는 영재란 이런 거야라는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 그 말을 바꿔 말하면 영재란 지금 이 시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뭔가?’와 깊게 관여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고 그건 너무도 협소한 관점이며 인간 개인의 내적 성장보단 사회적 요구에 맞춰져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이항복이 지금 태어났다면 이 프로그램엔 소개되지 못하고, 오히려 너무도 이상한 아이(‘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과 같은 곳에 소개될 가능성이 높다)로 인식되게 될 것이다.

 

난 그렇기 때문에 그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 또는 우리 사회가 원하는 인재의 상이야말로 그런 프로그램이 명확히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게 옳고 그르냐의 개인적인 감상 너머에 이미 어느 사회든 그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이 거미줄처럼 빼곡하게 쳐져 있어 누구든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회를 보고 싶다면 그 사회가 원했던 인재상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게 어떤 식으로 구현되었는지를 보면 명확하게 알 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편이야말로 조선시대의 인재상은 무엇인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조선시대 인재발굴단에 포착된 이항복의 모습을 어렸을 때의 이야기와 커서 배가 오지 않자 장난삼아 쓴 시를 보여줌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글들을 볼 때 재밌는 점은 홍만종 스스로 한 개인을 서술하는 방식이 있다는 점이다. 어렸을 때의 일화를 굳이 넣었던 이유는 이미 그가 어렸을 때 재기발랄하고 즉석에서 시를 지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웅장한 시까지 지을 수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가 크게 성공할 줄 알았다고 보았다는 것이다. 그건 마치 인재발굴단에 나오는 어떤 아이를 보고 그 아이가 어마어마한 인물이 될 줄 알았다는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常願身爲萬斛舟 몸이 만 섬을 실을 수 있는 배가 되어
中間寬處起柁樓 중간 넓은 곳에 선실을 세워둔 채
時來濟盡東南客 때가 되면 동쪽과 남쪽의 나그네를 모두 건네주고서
日暮無心穩泛遊 해지면 말없이 평온하게 떠다니리.

 

이렇게 어렸을 때의 일화로 남다르다, 뛰어나다는 인상을 팍팍 심어주고선 바로 장난삼아 지은 시를 삽입하고 있다. 이 시를 처음에 무작정 해석할 땐 왜 이렇게 장난삼아 지은 시를 삽입했을까?’라고 어리둥절하긴 했는데 수업을 통해 함께 읽어보고 나니 홍만종의 의도가 너무도 명확하게 보이더라. 여기서 홍만종이 한 인물을 다루는 방식의 정점을 볼 수 있다. 구조는 아래와 같다.

 

1. 어렸을 때 시적 재능이 뛰어났기 때문에 사람들은 크게 성공할 거라 보았다.

2. 커서 장난삼아 지은 시에 재상의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3. 결론적으로 이항복이란 인물은 이러한 예들을 통해 큰 인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홍만종은 이항복이란 사람을 서술할 때 결론이 이미 난 상황임으로 그 결론을 북돋워줄 수 있는 일화들을 먼저 모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이처럼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 이항복은 어려서부터 성공할 싹이 보이던 인재로 보일 수 있도록 안배한 것이다. 바로 이런 홍만종의 의도가 잘 보이는 것이 두 번째로 실려 있는 장난삼아 지은 시인 것이고 그에 따른 홍만종의 평가 또한 이런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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