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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9. 윤두수의 한시 이해하기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9. 윤두수의 한시 이해하기

건방진방랑자 2021. 10. 2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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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두수의 한시 이해하기

 

 

도올 김용옥샘의 책을 읽다 보면 판본에 대한 정밀성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는 걸 여러 장면에서 볼 수 있다. 지금처럼 한 권의 책이 다량으로 나올 수 있는 시기에도 개정판이나 증보판이 나오기 때문에 출처를 밝힐 땐 어느 출판사에서 언제 나온 책인지를 명확히 써야 한다. 그래야 판본에 대해 명확히 밝힐 수 있고 논점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다.

 

지금도 그런데 예전의 책들은 많이 생산되지 않았다 해도 사람들이 필사를 하며 글자가 바뀌거나 아예 내용이 달라진 부분도 있다. 그러니 자신이 연구하는 판본이 제대로 된 판본인지, 그리고 다른 판본에는 다른 글자나 내용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야 저자의 입장을 정확히 비판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이런 과정이 빠진 채 한 권의 책이 어떤 출처에서 나온지도 모른 채 보이는 것에 대해 비평을 가했는데, 나중에 나온 판본에선 비평을 가한 부분이 전혀 다른 내용이라면 이것이야말로 괜한 흠집내기정도로 비춰지게 되니 말이다.

 

재밌게도 바로 소화시평권하 9에선 이런 판본의 문제가 실제로 드러났고, 판본 문제를 제기하지 않더라도 해석에 따라 홍만종이 제기한 문제가 전혀 문제가 아닐 수도 있는 상황이 드러난다. 바로 이런 부분을 통해 홍만종도 사람이라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에, 이번 글은 무척이나 소중한 텍스트라 할 수 있다.

 

 

關外羈懷不自裁 변방에서 나그네 회포를 스스로 다잡지 못했는데
一春詩興賴官梅 봄 내내 시 흥취는 관청의 매화에 의지했었다네.
日長公館文書靜 날은 길고 공관의 문서작업은 뜸한데
時有高僧數往來 마침 고승이 있어서 자주 왔다 갔다 한다네.

 

윤두수가 보낸 시에 차운한 황정욱의 시에 대한 내용은 이미 권상 102에서 봤었다. 거기에 나온 오음이란 사람이 바로 이번에 보게 될 시를 쓴 윤두수인 것이다. 이 시는 윤두수가 휴정 스님의 제자인 쌍익에게 준 것[贈靜師弟子雙翼]으로 되어 있다.

 

1~2구에선 변방에서 여러 회포가 일었던지 마음이 심란했던 모양이다. 그때 시에 대한 생각이 깊게 났고 더욱이 관청에 매화까지 피어 매화를 읊은 시를 쓸 수 있었던가 보다. 글을 쓴다는 건, 시를 쓴다는 건 맘속에 어떤 감정이 스쳤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 그걸 풀어내기 위해서 누군가는 글을 쓰고 누군가는 음악을 만들며, 누군가는 보고 싶은 사람에게 편지를 쓴다.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들이 늘었다 해도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다 3구에선 조금은 한가로운 관청의 일에 대해 묘사하며 흐름을 확 비틀었다. 한가한 이때 바로 휴정의 제자인 쌍익 스님이 때마침 근처에 있어서 관청에 자주 왔다갔다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을 것 같다. 함께 이야기를 나눌 스님마저 없었다면 변방에서의 회포 도무지 풀어낼 길이 없어서 울적하고도 쓸쓸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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