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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이토 진사이 - 주희의 명경지수(明鏡止水)를 비판하다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이토 진사이 - 주희의 명경지수(明鏡止水)를 비판하다

건방진방랑자 2022. 3. 8.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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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의 명경지수(明鏡止水)를 비판하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주희내면적 경향의 공부법을 비판함과 동시에 진사이는 명경지수(明鏡止水)’라는 표현 자체를 거부합니다. 유학에서는 이 표현을 쓸 수 없다고 본 것이지요. 그는 불교노자(老子)의 사상을 언급하면서 그 공부법이 바로 명경지수 상태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불교가 아무런 사유가 없는 맑디맑은 마음을 추구한다면, 노자는 무욕의 상태를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두 가지 모두 정결하고 깨끗한 마음을 추구한 점에서 동일한 관점이라고 지적합니다. 진사이가 말한 내용을 살펴보지요.

 

 

불교와 노자의 가르침은 맑은 마음을 근본으로 삼고 무욕을 방법으로 삼는다. 공부가 무르익게 되면, 그 마음이 맑은 거울이 빈 것과 같고 잠잠한 물이 맑은 것과도 같게 된다. 조금의 허물도 마음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정결해진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은혜와 의리가 먼저 사라지고 윤리 규범이 모두 소멸되고 만다. 어맹자의』 「()

佛老之敎也, 以淸淨爲本, 無欲爲道, 曁乎功夫旣熟, 則其心若明鏡之空, 若止水之湛, 一疵不存, 心之潔淨. 於此恩義先絶, 而彛倫盡滅.

불노지교야, 이청정위본, 무욕위도, 기호공부기숙, 즉기심약명경지공, 약지수지담, 일자부존, 심지결정. 어차은의선절, 이이륜진멸.

 

 

진사이에 따르면, 불교노자가 주장한 공부에 무르익게 되면 우리 마음은 텅 빈 거울과 담담한 물처럼 고요해집니다. 바로 주희가 경 공부를 통해 이루려고 했던 심리 상태와 같다고 본 것이지요. 이런 심리 상태는 하나의 허물도 없고 정결하다는 점에서 바람직하게 보이겠지만, 진사이는 오히려 그 점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사람에게는 당연히 어떤 윤리 규범에 대한 감각과 의리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사유와 욕망이 없다는 것은 결국 인의(仁義)에 대한 의지와 감각조차 없다는 뜻이니까요. 만약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되면 공자가 말하고 맹자가 강조한 인의예지의 선한 덕목들은 존립할 자리가 없어지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진사이는 명경지수(明鏡止水)의 담담하고 깨끗한 심리 상태를 얻기 위한 주희의 경 공부를 비판했던 것이지요.

 

인의를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고요한 마음을 유지하는 공부가 아니라 오히려 타인과 만나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공부라고 진사이는 말합니다. 인간에게 윤리 규범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서라도 직접 구체적인 인간 관계에 뛰어들 필요가 있지요. 이런 관점에서 진사이는 자신의 철학 가운데 공자가 말한 충서(忠恕)’의 논의를 매우 중시했습니다. 공자는 서()의 실천 원리를 통해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고 가르쳤지요. 이 경우, 우리의 윤리적 노력은 반드시 내가 만나는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진사이가 모든 공부는 사람을 대하고 사물을 다루는 데 있다고 말했을 때, 그가 염두에 둔 것이 공자의 서()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진사이가 강조한 충서의 공부를 살펴보기에 앞서, 그가 맹자의 인의예지 개념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인의예지를 실천하기 위한 공부법으로서 서의 중요성이 더욱 잘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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