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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주희 - 내면에서 달빛을 찾으려는 노력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주희 - 내면에서 달빛을 찾으려는 노력

건방진방랑자 2022. 3. 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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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에서 달빛을 찾으려는 노력

 

 

주희가 좋아하던 월인천강(月印千江)의 비유는 성인이 되는 방법 또한 결정해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그 방법은 두 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집니다. 하나는 내 자신이라는 강에 비친 달그림자를 통해서 달을 찾아나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 바깥에 존재하는 사물이라는 강에 비친 달그림자를 통해서 달을 찾아나서는 것입니다. 전자가 인간 내면 깊숙이 존재하는 본성을 통해서 초월적 이()를 자각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사물 속에 내재하는 이를 통해서 초월적 이를 자각하는 과정입니다. 주희는 전자의 공부를 미발(未發) 함양(涵養)’ 공부라고 부르고, 후자의 공부를 격물치지(格物致知)’ 공부라고 부릅니다. 먼저 미발 함양 공부가 어떤 것인지 살펴보도록 하지요.

 

 

생각이 아직 싹트지 않고 사물이 아직 마음에 이르지 않은 때가 희로애락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未發]’ 상태이다. 이러한 때에는 마음이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는 채로 있지만 여기에는 하늘이 부여한 본성이 갖추어져 있다. 이 마음이 지나치거나 미치지 못하는 일이 없고, 치우치거나 기울어지는 일이 없으므로 그 상태를 일러 중()이라고 한다. 이 마음이 느끼게 되어 천하의 온갖 사물과 소통하면 희로애락의 감정이 발동하게 되니 거기에서 마음의 작용을 엿볼 수 있다. 발동한 감정이 절도에 맞지 않거나 어긋남이 없는 까닭에 그것을 일러 화()라고 한다. 이것은 사람 마음의 올바름과 본성과 감정의 덕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思慮未萌, 事物未至之時爲喜怒哀樂之未發. 當此之時, 卽是此心寂然不動之體, 而天命之性當體具焉. 以其無過不及不偏不倚, 故謂之中. 及其感而遂通天下之故, 則喜怒哀樂之性發焉, 而心之用可見. 以其無不中節, 無所乖戾, 故謂之和. 此則人心之正而情性之德然也.

사려미맹, 사물미지지시위희노애락지미발. 당차지시, 즉시차심적연부동지체, 이천명지성당체구언. 이기무과불급불편부의, 고위지중. 급기감이수통천하지고, 즉희노애락지성발언, 이심지용가견. 이기무불중절, 무소괴려, 고위지화. 차즉인심지정이정성지덕연야.

 

그러나 미발(未發)의 상태에서는 찾을 수가 없고, 이미 깨달은 뒤에는 함부로 손을 쓸 수가 없다. 다만 평소에 엄숙하고 공경스럽게 함양(涵養)’하는 공부를 지극히 하여 욕망의 사사로움이 그것을 어지럽히는 일이 없도록 한다면, 미발의 상태에서는 거울에 먼지가 끼지 않은 것처럼 깨끗하고 물이 그쳐서 고요한 것과도 같으며, 그것이 발동했을 때에는 절도에 맞지 않는 경우가 없을 것이다. 주희집』 「여호남제공론중화제일서(與湖南諸公論中和第一書)

然未發之前, 不可尋覓, 已覺之後, 不容安排. 但平日莊敬涵養之功至而無人欲之私以亂之, 則其未發也鏡明水止, 而其發也無不中節矣.

연미발지전, 불가심멱, 각지후, 불용안배. 단평일장경함양지공지이무인욕지사이란지, 즉기미발야경명수지, 이기발야무불중절의.

 

 

주희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의 개념은 원래 중용(中庸)에 실려 있습니다. 중용(中庸)1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오지요.

기뻐하고 노여워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를 중이라 하고, 이런 감정들이 드러나 모두 절도에 맞는 상태를 화라고 한다[喜怒哀樂之未發, 謂之中; 發而皆中節, 謂之和].”

 

우리는 사물과 사태를 접하기 전에는 대부분 특정한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습니다. 이런 상태가 바로 일반적인 중()의 상태라고 볼 수 있지요. 반면 어떤 사태에 처했을 때 우리는 기뻐하거나 노여워할 수도, 또는 슬퍼하거나 즐거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감정이 드러났을 때 모든 감정을 절도에 맞게 조절하기가 무척 힘들다는 데 있지요. 보통 우리는 지나치게 슬퍼하거나 또는 부족하게 슬퍼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몸을 해칠 정도로 지나치게 슬퍼할 수도 있고,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표현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싶을 정도로 덤덤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달리, 아버지의 죽음에 걸맞게 적절히 슬퍼하는 것이 바로 주희가 말한 화()의 상태라고 할 수 있지요.

 

논의가 좀 어렵게 느껴지나요? 조금만 더 주목해서 살펴보도록 하지요. 주희는 감정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때, 즉 미발의 상태에서 함양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것을 월인천강(月印千江)’의 비유로 한번 해석해보겠습니다. 그 실마리는 미발의 함양 공부를 하면 마음이 명경지수(明鏡止水)’처럼 된다는 표현에 있습니다. 명경지수란 글자 그대로 맑은 거울과 고요한 물을 말합니다. 두 가지 모두 무엇인가를 밝게 비출 수 있는 상태를 상징하지요. 달이 환하게 빛날 때 만약 거울이 탁하거나 물이 요동을 치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달그림자가 온전히 비춰질 수 없을 것입니다. 달그림자가 흐릿하거나 찌그러져 보일 테니까요. 만약 거울을 깨끗이 닦고 물을 고요하게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요? 달그림자가 온전히 비춰질 수 있겠지요. 이것이 바로 미발의 함양 공부 내용입니다. 마음에 존재하는 내재적 이()인 본성이 원래 모습 그대로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여러분의 마음을 고요하고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함양의 공부입니다. 물론 주희는 희로애락 같은 감정이 아직 없을 때 이런 공부를 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희로애락 미발 상태의 함양 공부라고 표현한 것이지요.

 

그런데 주희의 이 논의에서 중요한 점은, 우리의 내면에 본성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 본성을 사태에 접하기 전에 미리 함양할 수 있다는 생각이지요.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맹자가 마음의 사단(四端)’을 확충할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성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것과 마찬가지 입장입니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본성을 함양 공부를 통해 잘 드러낼 수만 있다면 주희는 누구라도 성인이 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지요. 여러분은 희로애락의 마음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때, 즉 미발의 때에 주체가 자신의 본성을 기르는 함양 공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성인이 되는 두 번째 방법, 즉 외부 사물과 사태에 내재해 있는 본성 또는 이()를 파악하는 외향적인 방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지요.

 

주희가 생각한 성인이 되는 두 가지 방법
내 자신에게 있는 달그림자로 달을 찾는 방법 사물에 있는 달그림자로 달을 찾는 방법
未發涵養 格物致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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